“소설은 평행 우주 속 나의 성장 일기… 처음엔 나였지만 이젠 그만의 삶 있죠”
7년간의 한국어 시리즈 마지막 책

“나는 소설 속 문지혁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자라는지 보고 싶었던 거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 인생을 재료로 쓴 오토픽션(autofiction)이지만, 서사적으로는 일종의 성장 소설이자 교양 소설(Bildungsroman)인 거죠.”
최근 장편소설 ‘실전 한국어’(민음사)를 펴낸 문지혁(46) 작가를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2020년 장편소설 ‘초급 한국어’로 시작해 2023년 ‘중급 한국어’에 이어 약 7년에 걸쳐 일명 ‘한국어 시리즈’ 3부작을 매듭지었다. 마지막 권 제목을 ‘고급’이 아닌 ‘실전 한국어’로 지은 건 “인생은 실전”이기 때문. 문지혁은 “평행 우주 속 문지혁의 인생을 기록하는 역사 책이기도 한 것인데, 인생에 고급이라는 말은 맞지 않는 느낌”이라고 했다.
문지혁은 오토픽션이란 장르 안에서 제대로 살고 있다. 오토픽션이란, 자서전(autobiography)과 소설(fiction)이 혼합된 장르다. 소설 속 주인공인 문지혁은 등단하지 못하고 책을 내는 ‘애매한’ 작가다. 뉴욕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다 한국에 돌아와 대학 등에서 문학과 스토리텔링을 가르친다. 모범생으로 반듯하게 살아온 것이 작가로서 갖는 콤플렉스다. 이는 실제 문지혁의 삶과도 거의 차이가 없다. 인터뷰 중반 무렵부터 무엇이 현실이고 소설인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작가님, 어느 문지혁이 한 거죠?” 이것이야말로 ‘실전 한국어’ 수업이었다.
그동안 작가는 “저와 소설 속 문지혁은 같지 않고, 어느 정도의 비율로 같지 않은지는 영업 기밀이라 말씀드릴 수 없다”는 답변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번에 시리즈를 완결하며 비밀을 풀었다. “‘초급’의 문지혁은 80% 제 자신이고요. ‘중급’의 문지혁은 50%, ‘실전’의 문지혁은 저랑 많이 멀어진 것 같아요.” 그는 “처음에는 소설 밖의 문지혁과 소설 안의 문지혁이 거의 일치했지만, 평행 우주 속 문지혁은 그만의 다른 삶을 살게 됐다”고 했다. K대학 임용에서 떨어지고 구청에서 ‘나도 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뽀개기’ 강좌를 가르치는 소설 속 문지혁에 대해 작가는 “제 인생의 좀 더 하드한 버전을 살면서 고생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문지혁 작가는 몇 년 전부터 “소설의 미래는 오토픽션에 있다”는 말을 종종 해왔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도 소설은 살아남을 것이라고 본다. “내 이야기를 하고 싶은 욕망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망, 이 두 가지는 인간이 존재하는 한 계속될 것”이라는 이유다. 다만 “인간의 구체성과 고유성이야말로 AI와 인간을 변별할 수 있는 기준”이라며 “1인칭 글쓰기 내지는 오토픽션 장르가 유효한 문학으로 남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설은 인류 역사에서 보면 몇백 년 안 된 신제품이에요. 소설은 여전히 변화 가능성을 많이 품고 있습니다. 저는 소설이 품이 넓은 장르라서 좋아합니다.” 미래에 오토픽션은 흔한 장르가 될까. 소설의 미래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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