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체험학습이 선사한 의외의 깨달음

이원재 안흥고 교사·‘정선 가득한 아침’ 저자 2026. 5. 27.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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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현장 체험 학습으로 학교 안팎에서 말들이 많다. 그러거나 말거나 전교생 29명인 우리 학교는 1박 2일 동안 서울로 현장 체험 학습을 다녀왔다.

일정의 하이라이트는 히어로즈와 랜더스의 야구 경기 관람이었다. 내가 신청한 단체 관람이었지만 35년 차 자이언츠 팬으로서는 원자핵만큼도 관심 없는 경기일 뿐. 그러나 돔구장 입장도 이런 대규모 응원전도 처음인 우리 아이들은 꽤나 설레는 모양이었다.

두 팀은 경기 내내 일진일퇴를 주고받으며 애를 태우다가 9회말 원아웃 타석에 들어선 김웅빈 선수의 끝내기 홈런으로 히어로즈가 6:7 극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한 해를 통틀어도 몇 번 없는 끝내기 홈런을 목도한 아이들은 짜릿한 감동에 흠뻑 젖어 이미 휴대폰으로 히어로즈의 유니폼과 굿즈를 검색하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 보는 야구의 매력에 빠져버린 아이들보다도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김웅빈 선수의 인터뷰가 더 인상적이었다.

그는 2015년에 데뷔했지만 아직 프로에서 빛을 보지 못한 무명의 선수다. 그 사이 결혼도 해서 아이도 둘이나 있으니 마음고생이 더 심했을 테다.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그를 지도했던 감독과 코치가 ‘재능 있으니 버텨라’ ‘반드시 기회가 온다’고 한 말을 되새기며 버텼다고 한다.

그는 놀랍게도 다음 날 경기에서도 끝내기 안타를 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이어진 인터뷰에서 그는 감사 인사와 함께 ‘칠 수 있을지를 생각하기보다 그저 나를 믿었다’는 말을 남겼다. 학생들도 ‘직관’한 경기의 감동을 되새기며 인터뷰를 찾아봤을 것이다.

체험학습 뒤 어떤 아이들은 히어로즈 모자를 쓰고 하이라이트 영상을 보며 등교하고 있다. 야구 팬이 다 된 아이들 마음속엔 어쩌면 이런 씨앗이 심어졌을 지도 모른다. 포기하고 싶은 시간들을 버텨내고 누구보다 스스로를 ‘그저 믿어주는’ 것의 가치. 짤막한 1박 2일 현장 체험 학습의 교훈이라면 넘치도록 충분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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