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고분벽화 전문가가 그린 ‘옻칠 역사화’
경주 수오재 입택 30돌 기념전
몽골 사슴돌·신라 처용설화 등
역사와 상상력 결합한 작품들
전통 옻칠 기법으로 재해석

전호태 교수는 경주 수오재 한옥갤러리에서 수오재 입택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회에 5월의 초대작가로 이달 10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0년 된 고택 사랑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수천 년 전 암각화와 고분벽화의 이미지를 전통 옻칠 기법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몽골 청동기 문명의 '사슴돌'에서 모티브를 얻은 연작을 비롯해 고구려, 신라 등 다양한 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재구성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유라시아 유목 지대를 호령한 스키타이의 황금 유물이 반영된 '황금뿔 사슴과 사슴돌'을 비롯해 얕은 개울에 놓인 사슴돌을 표현한 '백로와 사슴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 신라 설화 '욱면 이야기', 처용 설화를 재해석한 작업 등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배고픈 늑대가 바위산에 새겨진 사슴을 보며 울부짖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40년 가까이 바위그림 즉, 암각화를 연구해 온 학자인 그는 작품을 소개하는 설명에서도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더한다.
전시에서는 '낙원'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도 소개한다.
나무판에 옻칠로 작업한 '고구려 광개토왕의 일생'은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글과 고분 벽화 속 인물상을 조합했다.
푸른 강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얼음과 바위산을, 서쪽에는 꽃밭을 묘사한 '이승과 저승', 무릉도원을 생각하며 작업한 '낙원' 등이 전시장에 걸렸다.
전 교수는 "무릉도원 이야기는 올해 2월 중국의 계림을 다녀오고 나서, 또 사슴돌은 지난해 10월 몽골을 갔다온 뒤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며 "특히 옻칠화 작품으로 처음 선보이는 사슴돌 시리즈는 기원전 1200년경 사라진 몽골 청동기 문명의 흔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전 교수가 선보이는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해 은퇴한 그는 역사와 설화, 신화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옻칠 역사화'를 선보이며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문의 054·748·1310.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