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각화·고분벽화 전문가가 그린 ‘옻칠 역사화’

차형석 기자 2026. 5. 27.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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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태 명예교수, 내달 2일까지
경주 수오재 입택 30돌 기념전
몽골 사슴돌·신라 처용설화 등
역사와 상상력 결합한 작품들
전통 옻칠 기법으로 재해석
▲ 전호태 '사슴돌2'
40년 가까이 고분벽화와 암각화 연구에 정진해오며 한국고대문화사의 대가(大家)로 꼽히는 전호태 울산대학교 명예교수가 옻칠로 그린 작품 전시회를 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전호태 교수는 경주 수오재 한옥갤러리에서 수오재 입택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전시회에 5월의 초대작가로 이달 10일부터 내달 2일까지 개인전을 열고 있다.

200년 된 고택 사랑채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수천 년 전 암각화와 고분벽화의 이미지를 전통 옻칠 기법으로 재해석해 선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전시는 몽골 청동기 문명의 '사슴돌'에서 모티브를 얻은 연작을 비롯해 고구려, 신라 등 다양한 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재구성한 작품들로 구성돼 있다.

유라시아 유목 지대를 호령한 스키타이의 황금 유물이 반영된 '황금뿔 사슴과 사슴돌'을 비롯해 얕은 개울에 놓인 사슴돌을 표현한 '백로와 사슴돌' 등을 선보이고 있다. 또 신라 설화 '욱면 이야기', 처용 설화를 재해석한 작업 등은 역사와 상상력이 결합된 독특한 화면을 만들어낸다.

특히 배고픈 늑대가 바위산에 새겨진 사슴을 보며 울부짖는 장면도 눈길을 끈다. 40년 가까이 바위그림 즉, 암각화를 연구해 온 학자인 그는 작품을 소개하는 설명에서도 '전문가'로서의 견해를 더한다.

전시에서는 '낙원'을 주제로 한 다른 작품도 소개한다.

나무판에 옻칠로 작업한 '고구려 광개토왕의 일생'은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세운 비석 글과 고분 벽화 속 인물상을 조합했다.

푸른 강을 가운데 두고 동쪽에는 얼음과 바위산을, 서쪽에는 꽃밭을 묘사한 '이승과 저승', 무릉도원을 생각하며 작업한 '낙원' 등이 전시장에 걸렸다.

전 교수는 "무릉도원 이야기는 올해 2월 중국의 계림을 다녀오고 나서, 또 사슴돌은 지난해 10월 몽골을 갔다온 뒤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라며 "특히 옻칠화 작품으로 처음 선보이는 사슴돌 시리즈는 기원전 1200년경 사라진 몽골 청동기 문명의 흔적이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전 교수가 선보이는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지난해 은퇴한 그는 역사와 설화, 신화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옻칠 역사화'를 선보이며 역사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문의 054·748·1310.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