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뇌조직 '의식' 있을까…"과학적 기준부터 바로 세워야"

이병구 기자 2026. 5. 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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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과 생명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나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 등이 '의식'을 가지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인공지능(AI)과 생명과학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AI나 뇌 장기유사체(오가노이드) 등이 인간과 비슷한 '의식'을 가지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논의에 앞서 의식의 유무를 판단하는 과학적 판단 근거부터 바로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보 처리 과정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능력을 명확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하콴 라우 뇌과학 이미징 연구단장 연구팀이 타셰로-뒤무셸 캐나다 몬트리올대 교수, 조세프 르두 미국 뉴욕대 명예교수와 공동연구를 통해 기존 의식 연구의 방법론적인 한계를 지적하고 새로운 연구 방향을 제안했다고 27일 밝혔다. 연구결과는 26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런'에 공개됐다.

AI를 포함해 최근 곤충과 연체동물, 실험실에서 배양된 뇌 오가노이드 등이 의식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어떤 존재의 의식의 유무, 감응성은 윤리적 기준을 세우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감응성은 외부 자극에 단순히 반응하는 것을 넘어 기쁨·고통 등 주관적 경험을 느끼는 능력을 말한다.

연구팀은 현재 의식 연구에서 진행되는 많은 실험이 '의식적 경험'과 '일반적인 지각·인지 처리'를 구분하지 못한다는 한계를 지적했다. 이 때문에 동물이나 AI, 태아, 오가노이드 등 다양한 대상의 의식 여부를 판단할 때 일관적인 기준을 적용하기 어려워 결론이 상충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신경심리학적 임상 사례에서 의식의 유무를 구분하는 실마리를 찾았다. 의식적 경험과 정보 처리가 분리될 수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의식 연구에서 '지각'과 '의식적 경험'이 혼동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식도. (A) 그림에서처럼 의식 연구 다수는 의식적으로 지각되는 자극과 그렇지 않은 자극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B) 자극이 의식적으로 지각되면 피험자는 시각 경험을 보고할 수 있고 뇌에서도 강한 지각·인지 신호가 나타난다. (C) 실험 조작으로 자극이 의식되지 않도록 하면 의식적 경험만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뇌의 일반적인 정보 처리 역시 함께 차단되는 경우가 많다. (D) 기존 실험만으로는 '의식적 경험이 사라진 것'과 '자극 정보 처리 자체가 차단된 것'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적됐다. 연구팀은 맹시나 반측 무시 등 일부 신경심리학적 사례에서 의식적 경험은 사라졌지만 지각 정보 처리는 비교적 유지되는 상황을 분석할 수 있어 기존 의식 연구의 방법론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BS 제공

먼저 '맹시(blindsight)'는 일차 시각피질이 손상돼 시각 자극에 대한 의식적 경험이 사라진 상태지만 맹시 환자는 의식적으로 보지 못하는 자극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장애물을 자연스럽게 피해 걸을 수 있다.

뇌 손상 이후 한쪽 공간에 있는 대상을 인지하지 못하는 '반측 무시(hemispatial neglect)' 환자도 손상된 쪽 시야에 있는 대상을 의식적으로는 확인하지 못하지만 이후 행동이나 반응에 영향을 미친다.

라우 단장은 "많은 의식 연구 이론들이 다양한 실험 결과로 지지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의식 자체가 아니라 일반적인 정보 처리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며 "이론들이 의식을 설명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의 목적이 특정 대상이 의식을 가지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각 주장이 어떤 과학적 근거 위에서 도출되고 있는지 평가하는 데 있다는 설명이다.

라우 단장은 "어떤 존재가 의식 유무가 윤리적·사회적으로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판단 근거가 되는 과학은 더 엄밀해야 한다"며 "답이 도출되는 방식 자체가 타당한지를 다시 검토한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어떤 존재의 의식의 유뮤를 판단하기 전에 정보 처리 과정과 주관적으로 경험하는 능력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봤다. IBS 제공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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