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호의 AI시대 전략] 100개의 AI 에이전트와 일하는 ‘1인 기업 시대’ 온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2026. 5. 2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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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는 전통적 노사관계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해
분업의 종말인가? 인간과 AI 또는 AI 끼리의 분업이 시작된다
그래픽=이철원

산업혁명의 역사는 생산 분업(分業)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인류가 원시 시대부터 생존을 위해 역할을 분담해 온 데서 출발해, 산업혁명과 현대 자본주의를 거치며 분업은 더 세밀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했다.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핀 공장을 예로 들며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만드는 대신 여러 사람이 공정을 나누어 맡을 때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19세기 공장과 기계화의 확산은 분업을 공장 내부에서의 세밀한 작업 분할로 심화시켰다.

20세기 초 헨리 포드가 자동차 산업에 도입한 컨베이어 시스템은 분업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작업물이 이동했다. 작업자들은 각자 하나의 반복 작업만 수행함으로써 생산 속도는 극대화되었다. 이를 통해 대량생산·대량소비 체제의 토대를 만들었다. 현대 자본주의 시대에는 분업이 기업과 산업, 국가 차원으로 확대되어 ‘글로벌 분업 구조’를 형성했다. 그런데 이제 인공지능 시대에 접어들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분업, 그리고 인공지능 사이의 분업이 등장한다. 인간과 인간이 분업하는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 대신 일을 처리하는 인공지능이 ‘자율형 AI 에이전트’다. 스스로 권한을 가지고 인간 대신 일을 수행하고 평가하며 완료한다. 시킨 일만 수동적으로 하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능동형 인공지능이다. 자율형 AI 에이전트로 최근 ‘오픈클로(OpenClaw)’가 그 시작을 알리고 있다. 오픈클로는 PC나 Mac 환경에서 돌아가는 오픈소스 자율형 AI 에이전트다.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슈타인베르거가 6개월 전인 2025년 11월 공개했다. 누구나 자신의 PC에 설치해 작업 비서처럼 활용할 수 있다. 수백 대의 PC에 설치하면 수백 개의 AI 에이전트가 동시에 24시간 인간을 대신해 일할 수 있다. 미래에는 이들끼리 서로 협력할 수도 있다. 보통 텔레그램으로 인공지능에게 지시하는데, 핸드폰에서 지시하는 셈이다. 그러면 PC나 Mac에 설치된 소형 생성형 인공지능이나 클라우드에 설치된 초대형 생성형 인공지능이 원격으로 주어진 일을 수행한다.

오픈클로 로고. /로이터연합뉴스

오픈클로는 개인 컴퓨터 내의 파일 시스템, 터미널, 브라우저, 이메일 등의 도구를 스스로 제어할 수 있다. 인간 대신 스스로 파일을 정리하고, 지우고, 메일을 보내고, 문서를 작성하고, 일정을 예약하고, 계획을 세우고, 파일 읽기와 쓰기, 그리고 웹 탐색 등을 조합해 자발적으로 작업한다. 캘린더와 연동해 회의 일정을 잡고, 매일 아침 일정과 날씨, 뉴스 브리핑을 메신저로 보낼 수도 있다.

오픈클로는 민감한 기업 정보나 개인 데이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편리하지만 위험도 공존한다. 인공지능이 개인 데이터나 정보, 비밀번호 등을 누출하거나 조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기 때문에 잘못된 설정, 프롬프트 주입, 모델 편향 등으로 파일 삭제, 계정 오남용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메신저를 통한 원격 제어의 경우, 인공지능에 인증과 권한의 제한이 필요하다. AI 에이전트에게도 책임이 따르는 것이다. 인간과 신뢰 관계도 필요하다.

이제 자율형 AI 에이전트 같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얼마나 받고 잘 활용하는지 여부가 업무 능력의 척도가 되고 있다. 한 사람이 100개의 자율형 인공지능 에이전트를 고용할 수도 있다. 100개의 AI 에이전트가 24시간 인간을 위해 일을 수행하면, 인공지능 사용량을 가리키는 ‘토큰(Token)’의 소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에 따라 반도체 수요와 전기비용이 증가한다. AI 에이전트가 일을 많이 할수록 지불해야 할 비용이 커지는 셈이다. 이를 ‘토큰 경제학(Token Economics)’이라 부른다. 최근 기업에서는 인공지능을 많이 사용할수록 인사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러한 현상을 ‘토큰 맥싱(Token Maxxing)’이라 한다. 인공지능을 최대로 잘 사용하는 것이 업무 능력이자 사업 능력이 되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자율형 AI 시대에는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상도 바뀐다. 주어진 일을 성실히 수행하는 작업은 AI 에이전트로 대체된다. 수백 개의 자율형 AI 에이전트를 효율적으로 통솔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종합적 비전을 세우고, 작업을 기획하고, 지시하고,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오케스트라 지휘자 같은 역할이다. 미래에는 자율형 AI 에이전트 100개를 고용한 1인 기업이 탄생할 전망이다. 기업 내부에 직원 1명이 자율형 AI 에이전트 100개와 일하는 조직도 생긴다. 지금까지 산업화를 이끌어온 인간 사이의 분업은 종말을 맞고, 인공지능과의 분업이 늘어날 것이다.

기업에는 경영자와 근로자 사이에 합의된 규칙이 있고, 그 합의의 바탕에는 노사 간의 신뢰가 있다. 서로 인간적인 권리를 존중하면서 충분한 생활을 보장하고 합리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기업의 수익 분배에 주주, 경영자, 개발자, 연구원, 근로자뿐만 아니라 인공지능도 참여할 수 있다. 그러면 인공지능도 세금을 내야 할 수 있다. 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기업의 운영 방식과 노사 문화도 변화를 맞을 것이다. 유연하고 창의적인 재설계가 요구된다. 우리는 지금 인류사적으로 가장 거대한 변화의 물결을 보고 있다. 그 중심에 자율형 AI 에이전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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