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황인찬]日디즈니 6시간 대기줄… 사상 최고이익 속 커지는 혼잡도 비판
‘겨울왕국’ 탑승에 ‘280분 대기’ 안내… 인기 시설 평일에도 수 시간 줄서기
우선 탑승권 회당 1만~2만 원에… 4인 가족 하루 경비, 100만 원 육박
‘돈 없이는 못 즐긴다’ 불만 커져도… 성수기 주말 입장료 추가 인상 검토


● ‘겨울왕국’ 찾아가니 4시간 40분 대기줄

뜨거운 햇볕을 맞으며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만 당초 4시간 40분이라고 안내받은 것보다는 대기 시간이 줄어 약 3시간 만에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 시간은 6분 남짓. 놀이기구를 하나 타고 나니 시간은 벌써 오후 3시가 넘어 있었다.
어린이날이라 특별히 더 혼잡한 것도 아닌 듯했다. 대기줄을 안내하던 디즈니시 직원은 “겨울왕국 같은 인기 놀이기구는 평일에도 3시간 넘게 줄을 서는 것이 기본”이라며 “아이들이 긴 대기 시간을 견디기 힘든 만큼 부모가 대신 줄을 서는 것을 허용한다”고 말했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긴 대기 시간은 해외 언론에도 등장했다. 미국의 디즈니 전문 매체 ‘인사이드더매직’은 올해 초 “디즈니시의 ‘소어링: 판타스틱 플라이트’의 대기 시간이 6시간 20분을 기록했다. 전 세계 디즈니랜드의 역대 대기 시간 중 2번째로 긴 기록”이라고 했다.
역대 1위 또한 이 ‘소어링: 판타스틱 플라이트’가 2019년 처음 공개될 당시 기록한 7시간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하루에 놀이기구 2, 3개만 타도 오후 9시 폐장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소비자 불만도 속출한다.
● 수 시간 줄서기 싫으면 ‘1만∼2만 원’ 내야
일부 고객은 대기 시간을 줄이는 우선 탑승권 ‘디즈니 프리미어 액세스(Disney Premier Access·DPA)’를 구입한다. 가격은 1500엔(약 1만2000원)과 2000엔(약 1만9000원). 성수기 성인 입장권이 1만900엔(약 1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4인 가족이 입장해 서너 개의 DPA를 이용할 경우 약 60만∼70만 원이 든다. 식사, 간식, 기념품 구입비 등을 합하면 하루 100만 원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어린이날을 맞아 도쿄에서 7세 딸, 3세 아들, 아내와 함께 디즈니시를 찾았다는 30대 남성 이토 료타 씨를 만났다. 그는 “겨울왕국, 피터팬 등 인기 놀이기구 3, 4개를 DPA로 탈 예정인데 입장권 외 추가 요금만 3만 엔 정도(약 28만 원) 생각하고 있다”며 “비용이 부담되지만 우선권이 없으면 사실상 놀이기구를 탈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고 토로했다.
우선 탑승권을 사는 것조차 쉽지 않다. 도쿄 디즈니시, 디즈니랜드 DPA는 사전 예약을 할 수 없고 입장 후에만 구입이 가능하다. 이에 입장하자마자 휴대전화를 꺼내 DPA 예약을 서두르는 고객이 많지만 대부분 조기 매진된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20대 한국인 여성 관광객은 “개장 전에 줄을 서고, 오전 9시 개장 시간에 맞춰 입장해 예약을 시도했지만 금세 마감돼 DPA 1개를 예약하는 데 그쳤다”고 아쉬워했다.

하루 한 차례 진행되는 메인 해상 쇼는 원칙적으로는 모든 방문객이 볼 수 있다. 일부 방문객은 좋은 자리에서 보기 위해 오전부터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기도 한다. 그러나 가장 좋은 앞자리는 2500엔의 DPA 전용석이었다. 아무리 일찍 와도 추가 요금을 내지 않으면 좋은 자리를 맡을 수 없는 것이다.
● 사상 최고 이익, 다시 요금 인상 가능성
최근 몇 년간 일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디즈니 방문객의 구성도 변하고 있다. 일본 대중문화매체 ‘핀즈바뉴스’에 따르면 코로나19 이전의 도쿄 디즈니리조트 방문객 가운데 외국인 비율은 10% 정도였다. 하지만 2023년 12.7%, 2024년 15.3%로 꾸준히 늘고 있다. 2024년 외국인 방문객은 421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방문 경비는 부담스러운 수준이 됐지만 미국에 비해선 저렴한 편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디즈니랜드 리조트의 1일 입장료는 최고 224달러(약 32만5000원)로 도쿄 디즈니의 3배 가격이다. 여기에 엔화 약세 효과까지 더해지면 외국인들은 더 저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은 주말과 평일 상관없이 찾기 때문에 도쿄 디즈니가 평일에도 혼잡해졌다는 일본인들의 불만이 많다.
이 와중에 도쿄 디즈니는 사상 최고 이익을 거두고 있다. 도쿄 디즈니리조트의 방문객 1인당 매출은 2024년 약 1만7833엔(약 16만6000원)까지 올랐다. 디즈니리조트의 현지 운영사인 오리엔탈랜드는 2024년 매출 6793억7400만 엔(약 6조3000억 원)에 영업이익 1721억 엔(약 1조6000억 원)을 올리며 최고 이익을 경신했다.
디즈니가 혼잡도 증가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상황에서 유료 우선권 판매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자 일본 현지에선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꿈의 나라’를 찾아왔는데 냉혹한 ‘자본주의 현실’만 맛봤다는 것이다.
아사히신문은 지난달 15일 “입장객을 늘리기 위해 테마파크 면적을 늘리는 방법도 있지만 디즈니는 이미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유료화 등) 지나친 고급화 전략은 디즈니 팬들의 이탈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고 꼬집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달 30일 “‘시간은 곧 돈’ 또는 ‘돈을 쓰지 않으면 제대로 즐길 수 없다’는 불만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2035년 매출 1조 엔 이상을 목표로 하는 도쿄 디즈니가 성수기 주말 입장권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실제 가격 인상이 이뤄지면 도쿄 디즈니 이용과 가격을 둘러싼 논쟁이 또 한 번 부각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황인찬 도쿄 특파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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