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기기·IB, 도덕성까지...‘초박빙’ 제주교육감 토론회 난타전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고의숙·김광수(가나다 순) 후보가 제주 교육의 주요 현안을 두고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26일 오후 7시 제주특별자치도 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직접 주관한 이번 제주도교육감 후보 초청 TV토론회는 직전 여론조사 기준 나란히 1, 2위를 기록한 두 후보 간의 맞대결로 치러졌다. 당시 지지율 5%를 넘지 못한 송문석 후보의 입장은 별도의 방송 인터뷰로 대체됐다.
이날 토론회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탐색전 양상을 보였던 이전 토론회와 달리 과열되는 양상이 역력했다. 각 후보들의 핵심 공약에 대한 검증은 물론 태양광 업체 특혜 의혹, 정당 후원 이력 등 서로를 둘러싼 신상 논란까지 다뤄지며 강하게 충돌했다.
출처=KBS제주
◇ 스마트기기 보급 및 IB 교육 확대 쟁점
첫 주도권 토론에서 김광수 후보는 고의숙 후보의 '공유형 디지털 기기' 공약을 겨냥해 "노트북을 개인에게 주나 교실에 비치하나 전체 개수는 똑같은데, 학생이 필요할 때 찾아 써야 하는 공유 방식이 무슨 실효성이 있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노트북은 노트가 되고 책이 되는 필수 학습 도구일 뿐"이라며 자신을 대표하는 '1학생 1노트북' 정책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IB(국제바칼로레아) 교육과정 확대 여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 후보는 "고등학교 추가 지정 없이 이뤄진 초중학교의 추가 지정은 중학생부터 실패의 경험을 만들고 있다"며 "원하면 해주겠다는 무분별한 IB 교육 프로그램 정책 결과, 읍면 지역의 교육 격차는 더욱 심화됐고, 중학생들에게는 실패의 경험을 안겨줬다"고 비판했다.
고 후보는 "교육행정은 IB고교 추가 지정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요구에 답해야 한다"며 서부지역 IB고등학교 추가 지정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김 후보는 "초등학교나 중학교는 문제가 안 되지만, 고등학교에서 DP(디플로마 프로그램)를 갔을 때 대학 입시 문제가 얽혀 있어 함부로 확장을 못하고 있는 입장"이라며 "수능을 못 치기 때문에 수능 최저점으로도 대학 입시가 안 된다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맞섰다.
◇ 기초학력 예산 공방 "대폭 삭감된 예산" vs "추경 통해 보충"
주도권을 넘겨받은 고 후보는 김 후보가 교육감 재직 시절 기초학력 문제와 관련한 예산을 삭감한 문제를 집중 제기했다. 고 후보는 "2023년 84억에서 2026년 36억으로 기초학력 예산은 계속 줄었다"며 "계속 줄어든 기초학력 예산을 운영해 놓고 다시 또 기초학력을 강화하겠다는 말은 무슨 근거인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답변에 나선 김 후보는 "전체 예산 규모 비례로 말씀을 하셔야 한다"며 "기초학력 예산만 준 게 아니라 다른 예산도 줄었지만, 최근 추경을 730억여원 정도 해서 감액됐던 예산 대부분이 보충됐다"고 해명했다. 또 직전 교육의원이었던 고 후보를 겨냥해 "그 얘기를 할게 아니라 직접 예산권한을 실행했으면 됐을 일"이라고 받아쳤다.
◇ 돌봄 공백-읍면지역 교육격차-교권보호 대책 '시각차'
제주 지역의 핵심 현안인 '돌봄(늘봄) 정책'에 대해서는 방법론적 차이를 보였다. 고 후보는 "학교에 모든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며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연계해 공간과 인력을 공유하는 '온마을 돌봄 체제'의 구축을 제시했다.
반면, 김 후보는 "방과 후 돌봄은 이미 자리를 잡아가고 있으나, 진짜 문제는 맞벌이 부부를 위한 아침 돌봄과 방학 돌봄의 급식 문제"라며 지역아동센터 등 마을 자원을 활용하되 틈새 공백을 메꾸는 세부 지원책이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읍면 지역의 교육 격차 해소 방안으로 김 후보는 '제주형 자율학교'를 꼽았다. 김 후보는 "교육감의 재량권을 활용해 교장에게 교원 배치, 수업 연한, 특별수당 등의 권한을 주어 학교 스스로 생동감을 찾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고 후보는 "이미 100개가 넘는 자율학교를 지정했음에도 읍면 지역의 기초학력 미달 격차가 오히려 벌어졌다"며 실질적인 예산과 인력의 우선 투입을 촉구했다.
교권 보호 대책과 관련해 고 후보는 "교육감 직속 '교육활동 보호 담당관'을 신설해 학교의 악성 민원을 교육청이 직접 전담 처리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지난해 이미 예방, 대응, 회복의 3단계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학교 변호사 제도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 과거 정치자금 납부 vs 태양광 업체 특혜 의혹 충돌
토론 종반부에는 서로의 도덕성을 겨냥한 거센 공방이 이어졌다. 김 후보는 고 후보를 향해 "과거 민주노동당 후원 당원으로 가입해 당비 명목의 정치자금을 납부한 사실로 재판까지 받은 일이 있느냐"며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거 민주노동당에 당비 명목의 정치자금을 납부해 징계받은 사실이 도민들에게 교육 편향성 우려를 낳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일반 도민들 입장에서는 징계를 받은 뒤 장학사로 선발된 과정이 정말 공정했는가라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당시 도의원이었던 배우자의 영향력이 있었던 것 아니냐"며 공정성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고 후보는 "당시 소수 정당을 후원하는 제도는 법적으로 허용되었고, 원천징수 소득공제까지 받았다"고 답했다. 장학사 임용에 대해서는 "교육전문직 시험에 초등 1등으로 합격했다. 그 노력을 폄하하지 말아달라"고 일축했다.
곧바로 고 후보는 김 후보를 둘러싼 태양광 업체 관련 의혹을 꺼내들었다. 고 후보는 "태양광 업체 관련 임원이 교육청 수의 계약 과정에 개입해 지시했다는 언론 보도가 맞느냐"며 "저에게는 의혹을 해명하라고 요구하면서 본인은 해명하지 않는 것은 내로남불"이라고 지적했다.
김 후보는 "태양광 계약과 관련해서는 조달 특허 우수 제품에 대한 공부를 하셔야 이해가 될 것"이라며 "수의 계약 과정에서 관여했다는 것은 전혀 처음 듣는 얘기이며 틀렸다"고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고 후보는 "충분한 해명과 도민에 대한 소명이 있지 않고서는 교육행정에 대한 도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며 "공영방송에서 6번에 걸친 보도에 대해서도 그간 침묵해오지 않았나"라고 받아쳤다.
마무리 발언에서 고 후보는 "후퇴한 4년의 교육을 물려줄 수 없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주인공이 되는 새로운 제주 교육으로 교체해 달라"고 호소했고, 김 후보는 "교육감 일을 해보지도 않고 일을 잘한다고 말할 수는 없다. 4년간 검증된 성과를 바탕으로 제주 교육의 변화를 완성하게 해달라"며 지지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