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변·시민단체 “아동 성범죄 가중처벌 위헌, 시대 역행 결정”
한국여성변호사회(회장 허윤정)는 5월 26일 십대여성인권센터, 탁틴내일과 공동 성명을 내고 헌법재판소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 위헌 결정에 대해 "아동·청소년 보호라는 시대적 가치에 역행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헌재는 5월 21일 대전지법 천안지원이 "청소년성보호법 제18조가 헌법에 어긋난다"며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사건(2023헌가15)에서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종사자가 자신이 보호·감독하거나 진료하는 13세 미만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경우 형량의 2분의 1을 가중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여변은 "이번 결정은 가해자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에 따른 입법자의 결단을 무력화하는 선례가 될 것이며, 사법부의 온정주의와 맞물려 피해자 보호를 후퇴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비판했다.
여변은 성평등가족부가 발표한 '2024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발생추세 및 동향 분석'을 인용해 아동·청소년 성매수 사건의 집행유예 비율이 64.8%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디지털 성범죄(성착취물 소지·유포 등)는 48~56%, 아동·청소년 강제추행 사건은 52.1%의 피고인이 집행유예로 풀려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여변은 실무에서 헌재가 제시한 구체적 판단 조건과 무관하게 "'아동 성범죄 가중처벌 조항에 위헌이 선고됐다'는 단편적인 결론만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여변은 "결정문에 '온정적 양형 관행에 대한 경종'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법정형 하한을 낮추는 대신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양형기준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사법적 대안을 강력히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어야 한다"고 했다.
대응 방안도 촉구했다. 여변은 국회에 보호·감독 관계에서의 아동 성범죄 가중처벌 조항을 행위 태양에 따라 세분화한 대체 입법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에는 법정형 하한이 낮아진 공백을 메우기 위해 보호·감독자에 의한 아동 성범죄의 기본 선고형을 상향하고, 집행유예 적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특칙을 양형기준에 신설하라고 촉구했다.
여변 관계자는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미국·영국 등 해외 선진국에 비해 관대한 상황에서 이번 위헌 결정이 가해자들에게 법적 무기를 쥐여주는 결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며 "헌재가 결정문에서 미처 다하지 못한 양형기준 개선 촉구의 과제는 국회와 대법원의 몫"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