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에 무너지는 지리산 고산 생태계…구상나무 집단 고사
전국 고산·아고산 식물 195종 정리
지리산 반야봉 일대 군락 급속 쇠퇴
“복원·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해야”

그러나 정작 도감에 담긴 지리산 고산대의 대표 상록침엽수인 구상나무 숲이 집단 쇠퇴와 고사를 겪고 있어 보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립공원공단은 최근 지리산 등 전국 국립공원 고산·아고산대 식물의 목록과 생태 특성을 정리한 ‘한반도 고산대 식물 생태도감’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이번 도감은 공단이 지난 2022년부터 한국식물분류학회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를 통해 제작한 국내 첫 고산대 식물 종합 기록물이다. 연구진은 지리산을 비롯해 주봉 높이 1000m 이상인 산악형 국립공원 일대에 서식하는 고산·아고산 식물 195종을 목록화했으며, 이 가운데 151종에 대해서는 사진과 형태적 특징, 생태 정보, 분포 현황 등을 상세히 담았다. 특히 지리산에서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실비녀골풀 등 기후변화에 민감한 고산·아고산 식물 13종이 수록됐다.
이번 도감은 단순 식물도감이 아니라 기후위기 시대 한반도 고산 생태계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자료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산대 식물은 기온 상승과 적설량 감소, 강수 패턴 변화 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대표적인 기후변화 지표종으로 꼽힌다.
고산대는 수목이 자랄 수 있는 한계선 위에 형성되는 초지·관목 지대로, 강풍과 저온 환경에 적응한 식물들이 분포한다. 반면 아고산대는 구상나무·분비나무 등 침엽수림이 형성된 지역으로, 지리산 반야봉 일대가 대표적이다. 이들 식생은 기후 변화에 특히 민감해 국내에서도 가장 빠른 생태 변화가 진행되는 지역으로 꼽힌다.
이번 도감은 특히, 지리산 고산 생태계가 이미 기후변화 등을 이유로 일부 식물군이 급격히 쇠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제3차 지리산 생태·경관보전지역 관리기본계획’에 따르면 지리산 생태·경관보전지역은 구상나무 군락 등 국제적으로도 보전 가치가 높은 종들의 핵심 서식지지만, 최근 기후변화와 서식환경 변화 등으로 생태계 안정성과 복원력이 저하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환경청은 특히 반야봉 일대 구상나무 고사 현상을 주요 사례로 언급했다. 지리산의 구상나무 숲은 우리나라 남부 고산 생태계를 상징하는 대표 식생이다. 해발 1000m 이상 능선부를 중심으로 분포하는 구상나무는 저온·다설 환경에 적응한 수종이지만, 최근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과 봄철 가뭄, 적설량 감소 등이 이어지면서 집단 쇠퇴 현상이 확산하고 있다.
지리산 국립공원 내 상록침엽수림을 대상으로 생육 취약지구를 설정해 장기 모니터링한 결과, 지리산 북쪽 지역 군락 중 가장 고도가 높은 ‘JMS-2 조사구’에서 구상나무 고사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구의 고사목은 2014년 28개체에서 2019년 49개체, 2024년 52개체로 증가해 전체 개체의 82.5%가 고사한 상태로 확인됐다. 반면 생존 개체수는 2014년 66개체에서 2019년 44개체, 2024년 36개체로 지속 감소했다.
전체 군락 평균 생존율 역시 2014년 약 50%에서 2024년 27.5% 수준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어린 개체의 자연 갱신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숲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번 생태도감에 수록된 식물 가운데 상당수도 생존 한계선에 가까운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다. 일부 식물은 지리산과 설악산 등 극히 제한된 고산 능선부에만 분포하고 있으며, 기온이 추가로 상승할 경우 국내 자생지가 사라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경계 안팎에서는 이번 생태도감이 “보전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단순 기록에 그칠 것이 아니라 장기 모니터링 체계 구축과 기후위기 대응형 복원 사업, 훼손지 관리 등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관리계획 역시 향후 핵심 과제로 ▲장기 모니터링 제도화 ▲구상나무 유전자 보전 및 시범 복원 ▲기후위기 대응형 관리체계 구축 등을 제시했다.
주대영 국립공원공단 이사장은 “고산대 식물은 기후변화를 가장 먼저 보여주는 생태계의 지표종”이라며 “이번 생태도감 발간을 계기로 고산대 식물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조사, 고산 생태계 보전 활동을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윤주은 기자 yun@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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