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시시포스’ 신경림의 마지막 육성 전해
“생각해 보면 내가 시를 쓰는 일은 늘 내 시로부터 도망치는 일의 반복이었다. 그러나 그 도망은 완벽한 것은 되지 못했다. 내가 뿌리박고 사는 땅, 나와 함께 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부터까지 도망칠 수가 없었으니까.”(‘내 시로부터의 도망’에서, 168쪽)

가장 인상적인 부문은 자신의 시 세계가 어떻게 바뀌어 왔는지 되돌아보는 과정에서 보여주는 진솔한 자기 고백일 것이다. 예를 들면, 등단작 ‘갈대’에서 민중시 ‘농무’로 방향전환을 한 이후, 다시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시와 통일을 지향하는 내용을 담은 시로 선회하는 과정에서의 괴로움을 다음과 같이 적기도 한다.
“저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싶은 욕망, 개인적인 정서가 더 짙은 그러한 시를 쓰고 싶은 욕망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었습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는 시, 통일을 지향하는 시를 쓰면서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았다는 점을 고백해 둡니다.”(‘‘농무’에서 ‘낙타’까지’에서, 28쪽)
책을 엮은 도종환 시인은 “한국 현대시문학사에 대한 성찰이며 시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직한 발언”이라며 “신 선생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 곧 우리 문학이 고뇌하며 걸어온 길이며 그 길이 한국문학사의 뼈대를 이룬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한국 현대시를 개척하려는 시의 시시포스의 첫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을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1956년 등단작 ‘갈대’ 전문)
김용출 선임기자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통장 잔고 300만원, 박성웅의 10년 무명을 바꿔준 인생 철학
- 차승원이 김선호를 2번 연속 파트너로 택한 진짜 이유
- ‘10원’도 못 쓰는 이승철…결혼식 날 장부부터 압수한 ‘1000억 자산가’ 아내
- “나를 참 좋아하셨구나”…전인화, 수십 년 시부모 모신 속내
- ‘YG 떠나면 끝’ 비아냥 뚫고 238억 정산금…제니의 홀로서기, K팝 판도 바꿨다
- 17억 빚 갚고 ‘삼성전자 500%’…김구라가 피땀 흘린 돈을 묻어둔 방식
- 19개월 딸이 받은 ‘억대 세금 고지서’…박수홍이 30년 억울함 갚은 결말
- 5억 낡은 주택이 35년 뒤 100억 빌딩…임하룡, ‘왜 저런 땅을’ 비웃음에도 팔지 않은 이유
- 월이·미자·머털이, “잘 키울게요”…김고은·예지원·남보라, 약속 지켰다
- "뼈말라 다이어트 절대 아냐"…고현정·유주·온유, 앙상해진 진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