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칼럼]영국 양당 정치 공백 채운 극우
지난 5월 초의 영국 지방선거는 단순한 정권 중간평가를 넘어, 100년 넘게 유지돼온 양당 질서의 균열을 분명히 드러냈다. 잉글랜드에서 개혁당은 1453석과 14개 지방의회를 확보하며 제도권 정치의 핵심 행위자로 부상했다. 반면 노동당은 1068석, 보수당은 801석에 그치며 모두 후퇴했다. 특히 개혁당은 전통적 보수층뿐 아니라, 과거 노동당의 기반이었던 북부와 미들랜즈의 불만층까지 흡수했다. 이는 생활비 위기, 지역 쇠퇴, 공공 서비스 붕괴, 이민 문제를 둘러싼 국민들의 불만이 기존 양당 체제 안에서 더 이상 충분히 대표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은 잉글랜드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확인된다. 웨일스에서는 노동당의 장기 지배가 약화되고 플라이드 컴리가 부상하면서, 연합과 협상이 중심이 되는 다당제 구도가 강화되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도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최대 정당 지위를 유지했지만 과반에는 미치지 못했고, 개혁당은 의석을 확보하며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기존 거대 정당이 대표성을 독점하던 시대가 흔들리고 있다.
문제는 이 정치적 공백을 누가, 어떤 언어로 채우느냐다. 개혁당은 반이민, 민족주의, 반엘리트 정서를 결합해 이 공백을 파고들고 있다. 최근 6만여명이 모인 런던의 극우 집회에서 “영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구호와 백인우월주의적 메시지가 등장한 것은 이러한 정치가 제도권 선거를 넘어 거리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물론 개혁당 지지자 모두를 극우로 볼 수는 없다. 많은 유권자는 임금 정체, 주거 불안, 국민보건서비스(NHS) 위기, 지역경제 침체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이 이민자나 특정 소수집단에 대한 적대감으로 전환될 때, 사회경제적 불안을 희생양으로 치환하는 위험한 정치가 된다.
한편 현 노동당 정부는 이민정책에서 우클릭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노동당 집권 이후 순이민 규모는 크게 줄었고, 키어 스타머 총리는 이를 국경 통제 회복의 성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에서 노동당의 딜레마가 드러난다. 노동당은 우파의 문제 설정을 따라가면서도, 더 강경한 반이민 정당과의 경쟁에서는 선명성을 잃고 있다. 구조적 경제 문제를 설명하기보다 이민 통제의 언어를 차용하면서, 스스로의 정치적 서사를 약화시킨 것이다.
여기에 스타머 총리의 리더십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며 노동당의 위기는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핵심은 단순한 리더 교체가 아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노동당이 무엇을 대표하는 정당인지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노동당이 사회적 불안을 평등, 공공서비스, 지역 재건의 언어로 재구성하지 못한다면, 그 공백은 반이민을 기치로 내건 개혁당과 극우 정치가 계속해서 차지하게 될 것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드러난 양당제의 약화가 반드시 나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더 다원적인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 그 공간을 가장 빠르게 점유하고 있는 것은 배제의 정치다. 노동당이 이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파의 언어를 더 능숙하게 모방하는 것이 아니라 불안을 설명하고, 책임의 대상을 왜곡하지 않으며, 연대를 복원할 수 있는 새로운 정치적 언어다.

송지원 영국 에든버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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