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진의 낯선 사이]무기 수출국의 걱정?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2026. 5. 26.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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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에서 누가 위협받고 있는가.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의 1.7배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
이미 충분한 군사 강국이다 대기업 국제 경쟁력이
반드시 방위 산업으로부터 가능한지,
무기 수출 자체를 검토하는 사회적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
살상 무기 수출하면서도 우리에겐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양한 ‘다른 목소리’로 전환되길 기대한다

얼마 전 한겨레신문은 지난해 한국의 무기 수출 점유율이 세계 4위로, 6.0%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제 무기 시장 규모 등을 장기간 추적해온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조사기관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연도별 무기 수출 점유율을 추출한 결과다. 2015년 한국의 무기 시장 점유율은 세계 20위(0.3%)였다. 2024년 8위(3.6%)였다가 1년 만인 2025년 4위로 상승했다. 미국(42%), 프랑스(10%), 이스라엘(7.8%)에 이어 네 번째다. 5위는 러시아(5.8%), 6위 이탈리아(5.7%), 7위 독일(5.1%), 8위 중국(2.6%), 9위 영국(2.1%), 10위 네덜란드(1.8%) 순이다. 독일, 중국, 러시아 등 전통적인 방산 강국들을 앞지른 것이다. 지난해 폴란드와 K2 전차 180대 2차 계약, 필리핀과 FA-50 경공격기 12대 추가 수출 계약 등이 성사됐다. 정부 입장에선 이재명 대통령이 목표로 내건 ‘세계 4대 방산 강국’의 첫발을 뗀 셈이다(김남일 기자, 4월14일자, 인터넷판).

한국, 무기 수출 세계 점유율 4위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패션과 관광, 예술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군사 강국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K콘텐츠로 세계적 영향력을 키운 한국 역시 이제 방산 강국의 길로 들어선 것일까.

방위는 공격의 반대말이 아니다. 그래서 무기 제조업을 침략 산업이 아니라 방위 산업이라고 포장한다. 박정희 정권이 북한으로부터의 자주국방을, 노무현 정부가 미국으로부터의 자주국방을 외쳤다면, 이재명 정부의 자주국방은 ‘~부터의 자주’를 넘어 ‘K방산(살상)’으로 자리 잡았다.

당대 글로벌 자본주의는 국가가 아니라 글로벌 도시들을 중심으로 하는 네트워크 연합이 되었지만, 국민 국가의 경계는 자본의 필요에 따라 임의적으로 여전히 작동한다. 특히 군사(軍事) 영역은 국제(inter-national) 무대에서 각국의 과학기술 역량을 과시하는 주요 지표로 간주된다. 과학기술과 무기 제조술은 본디 그 시원(始原)을 같이하는 스핀 온, 스핀 오프의 상호관계다. 그렇다면 한국의 기술력도 세계 4위라는 의미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우리의 무기 산업은 분단 체제의 결과다. 다만 “우리는 강국”이라는 희망사항이 이재명 정부의 세계 4위 무기 수출국 ‘실현’으로 이어졌을 뿐이다.

한국의 무기 수출로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분쟁 지역의 약자들이고, 이익을 보는 세력은 한국의 제조업체와 방위 산업체 관련 주식 보유자들일 것이다. 무기 수출은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하는 직접적인 이해 충돌의 영역으로 인간의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제기한다. 평화 영역 담론이 극히 빈약한 한국 사회에서 무기 수출의 윤리를 어디서부터 논해야 할까.

요즘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스타벅스는 극우 시오니즘 세력이 만든 회사다. 2006년 8월 당시 스타벅스 회장이었던 하워드 슐츠는 극우 시오니스트로 널리 알려진 인물로 이스라엘과 미 군부의 핵심 후원자였다. 1998년 이스라엘 정부는 슐츠에게 ‘이스라엘 건국 50주년 공로상’을 수여했다.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테러리스트라 비난하고 이스라엘의 단결을 주장해왔다. 평화 전문가들은 스타벅스 수익금의 일부가 당시 진행 중이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습에 사용되었다고 분석한다. 지금 상황이라면, 누군가 스타벅스 상품을 이용할 때마다 가자지구 사람들이 죽거나 부상당한다는 얘기다.

무기 수출, 곤란해질까봐 문제?

한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비논리, 그러나 그럴듯한 논리 중 하나는, 문제의 원인을 결과 혹은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이다. 예전에 태아 성 감별과 여아 낙태로 남아가 여아보다 과잉 출산되는 성비 불균형이 극에 달했을 때, 이를 문제 삼는 언설은 “초등학교 남아들의 짝이 없다” “여성 부족으로 남자들이 장가를 못 간다”였다. 성차별로 인한 여아 살해에 대한 우려보다, 그로 인한 남성들의 어려움(?)이 더 강조되었다.

아내에 대한 폭력(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 피해 여성의 인권과 생명보다는 가정의 소중함을 강조하면서 “폭력으로 가정이 깨져서 문제”라는 입장이다. 사실 진짜 문제는 남편의 웬만한 폭력으로도 (여성이 폭력을 참음으로써) 가정이 깨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즉 아내에 대한 폭력은 가부장적 가족 제도의 산물인데, 그 가족이 소중하니 지키자는 논리다. 이처럼 해결해야 할 문제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가족 제도인데, ‘남성 중심 제도로 인한 남성의 고충’이 문제점으로 부각된다.

나는 이와 비슷한 논리를 무기 수출의 부작용 언설에서도 발견한다. 무기 수출 자체를 문제 삼기보다는, 한국이 국제 분쟁과 인권 침해에 개입하거나 지원하는 상황이 빈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우선시된다. 즉 한국의 무기로 인한 이름 모를 피해자들을 염려하는 것이 아니라 혹시라도 무기 수출의 부메랑이 우리에게 돌아오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한국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무기 산업에 대한 비판보다는 방위 산업체의 비리에 초점이 맞추어진다(물론 그마저도 몹시 어렵다).

앞의 한겨레신문 기사에도, “의도하지 않게 국제 분쟁의 한복판으로 한국이 끌려갈 가능성 역시 그만큼 커졌다. 외교 전문매체 디플로맷은 지난달 중동전쟁에서 실전 사용된 한국 방어 무기를 언급하며 ‘급성장하는 한국의 방위 산업이 간과해온 부분은 무기 실전 배치에 따른 정치적 파급 효과다. 한국은 의도했든 아니든 분쟁의 결과에 대한 이해관계를 축적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무기 거래에는 수출국 의도와는 별개로 작동하는 정치·외교적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무기 수출을 당위로 전제하면서,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과 그 피해를 걱정하는 논리다. 기사 제목도 “‘무기 수출’ 세계 4위 급성장…K-방산, 리스크도 커져”라며 수출국의 위험을 강조하고 있다(댓글들은 “무기 수출하는 대한민국 만세” 분위기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무엇이든 생산하고 팔아도 되는가. 전쟁으로, 살상으로 돈을 벌어도 좋은가.

이러다가는 국가를 대신해 ‘직원이 전쟁을 수행하는’ 민간전쟁주식회사(PMC·Private Military Company)가 한국에도 설립될 판이다. 이미 한국에는 미국의 전쟁대행회사가 상주해 있다. 2004년 이라크전에서 사망한 김선일씨는 전쟁대행회사의 직원이었다. 미국의 전 부통령 딕 체니가 최고경영자로 있던 켈로그 브라운 앤드 루트(Kellogg Brown and Root)사는 김씨가 근무하던 회사의 원청사였다.

손제민 경향신문 기자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방산’을 인공지능(AI)·반도체와 더불어 ‘미래 먹거리’라고 천명한 것이 이례적인 사실은 아니다. 무기 산업에 대한 욕망에는 진보, 보수가 없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자신의 치적 중 ‘방산 수출 100억달러’ 달성을 큰 성과로 꼽았다. 윤석열 정권은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정책은 뒤집어도 무기 수출은 충실히 계승했다.

몇년 전 어느 유명 ‘진보 논객’이 “나는 뚱뚱한 여객기나 화물기보다 날씬한 전투기가 더 좋다”는 비행기에 대한 성적, 군사적 글을 써서 나를 놀라게 했다. 이 문제에 진영을 뛰어넘는 합의가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한국의 남다른 군사주의 문화에는 누구의 침략도 막아낼 수 있는, ‘정상 국가(normal state)’에 도달해야 한다는 서구형 근대화에 대한 강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지구상에 정상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느 국가도 “물샐틈없는 안보 상태”에 있지 않다. 미국‘조차도’ 정상 국가에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아니 미국이야말로 가장 ‘비정상적인’ 국가다.

남북관계에서 누가 위협받고 있는가. 한국은 북한 국내총생산의 1.7배를 국방비에 쓰고 있다. 이미 충분한 군사 강국이다. 대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반드시 방위 산업으로부터 가능한지, 무기 수출 자체를 검토하는 사회적 여론 형성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너무나 ‘우리 중심’이다. 살상 무기를 수출하면서도 우리에게는 피해가 없도록 해야 한다는 논리가 다양한 ‘다른 목소리’들로 전환되기를 기대한다.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정희진 월간 오디오매거진 ‘정희진의 공부’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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