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주인 되어달라 '러브콜'…日 기업들 한국에 몰려드는 이유

남준우 2026. 5. 26.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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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뷰티 열풍에…'한국 주인' 찾는 日유통사
올리브영급 대형업체 3곳, 韓기업에 지분 매각 타진
韓과 협업으로 성장정체 돌파
日공략 기업엔 비용 절감 기회
양국 대형 M&A도 늘어날 듯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일본의 매머드급 유통기업들이 한국 기업에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국내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K뷰티, K컬처 신드롬에 올라타겠다는 포석이다. 경영권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곳도 있다. 일본 시장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에 새로운 선택지가 생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일본 최대 화장품·의약품 플랫폼 팔탁이 최근 한국 시장에서 새 주인을 찾고 있다. 이 회사의 모회사인 메디팔홀딩스는 지난 12일 팔탁 지분 공개매수 절차를 시작했다. 오는 7월 7일까지 이어지는 공개매수가 끝나면 팔탁은 상장폐지된다. 공개매수와 상장폐지는 경영권 매각을 위한 사전 단계다. 비상장사로 전환해야 소액주주의 간섭 없이 신속하고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할 수 있다.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는 것도 용이하다. 오사카에 본사를 둔 팔탁은 업력이 130여 년에 달하는 기업으로, 연매출이 1조엔(약 9조5000억원)을 넘는다. 사업 영역이 비슷한 CJ올리브영(지난해 5조8334억원)의 두 배에 가깝다.


화장품, 생활 잡화를 판매하는 CB그룹매니지먼트(CBGM)와 오야마도 투자자 물색을 위해 한국을 오가고 있다. 1920년 설립된 CBGM은 일본에서 화장품과 일상 잡화를 유통한다. 스틱형 제하제(땀 억제제) 시장의 대표 브랜드 ‘데오나츄레’ 등 자체 브랜드도 다수 보유 중이다. 도쿄에 본사를 둔 오야마는 데이터 분석력과 상품 기획력을 인정받는 중견 유통사다. 작년 7월께 화장품 제조 계열사인 네상스를 흡수합병하며 사업 재편에 나섰다.

이 기업들은 최근 한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한국의 대형 뷰티·유통 기업들과 접촉을 시도 중이다. 이 기업들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보다 한국의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K뷰티 열풍을 사업 확장의 지렛대로 삼겠다는 의도다.

시장에서는 일본 진출을 노리는 국내 기업과 화장품 제조 기업에 투자한 사모펀드(PEF)가 지분 매입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뷰티 기업이 일본에 진출하려면 현지 유통업체에 30~40% 수준의 수익을 보장해야 한다. 현지 유통 채널을 확보하면 이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

최근 일본 유통 업체는 성장이 정체돼 있다. 저출생·고령화로 내수 시장이 작아진 여파다. 한국 기업과 손을 잡으면 한국을 비롯한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해진다. 가업 승계가 쉽지 않은 것도 투자 유치와 경영권 매각을 타진하는 배경 중 하나다. 일본은 가업 승계 때 세금 납부를 유예해 주지만 상속세율(최고 55%)은 한국 못지않게 높다. 2세가 가업 승계에 뜻이 없으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을 매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업계에선 한국과 일본 기업이 참여하는 ‘크로스보더 딜’(다국적 거래)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본은 지분이나 경영권을 팔려고 하는 경우가 많아 현지 수요만으로는 공급을 해소하기 힘들어서다.

남준우 기자 njw082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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