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늘 부대 복귀해야 하는데”…서소문 고가 사고에 마비된 서울역 [세상&]

전새날 2026. 5. 2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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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문 고가 붕괴 사고로 열차 운행 차질
열차 타려던 승객들은 서울역서 발 동동
곳곳에서 “언제 출발하냐”, “어떻게 가냐”
26일 오후 서울역에서 승차권 변경·반환하려는 승객들이 긴 대기줄을 형성했다. 이날 서소문 고가차도가 붕괴 사고로 KTX 등 열차 운행에 장애가 발생하며 승객들은 큰 혼란을 겪었다. 김서현 수습기자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 여파로 상당한 열차 운행이 중단되면서 서울역에 발 묶인 승객들이 속출했다. 열차 지연과 운행 취소가 이어지는 가운데 승객들은 발을 동동 굴렀고 역 직원들은 문의가 빗발치는 현장에서 대응에 진땀을 흘렸다.

26일 오후 2시32분께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 철거 현장에서 철거 중이던 구조물이 낙하하는 사고로 서울역~신촌역 철로 구간에서 전차선 단전이 발생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사고 여파로 행신~서울·용산역 구간 KTX 운행도 중단됐다. 경의선 서울역~수색역 구간 전동열차 운행도 중지됐다. 초기 대응팀이 현장에 출동해 임시 복구 중이다.

사고 발생 약 2시간 뒤 찾은 서울역사 내부는 예매했던 열차를 타지 못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열차 상태를 안내하는 대형 전광판엔 빨간색 배경 위로 ‘운행 중지’, ‘대기중’ 같은 문구가 잇따라 표시됐다.

승차권을 변경하거나 환불받으려는 줄은 고객 창구를 지나 바로 옆 외국인 지원센터와 화장실 앞, 음식점 세 곳을 차례로 지나 소지품 보관소 인근까지 100m가량 이어졌다. 일부 승객은 역 곳곳에 배치된 직원들을 둘러싸고 “언제 출발하느냐”, “어떻게 가야 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서울역 입구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승객들은 열차 운행 재개를 기다릴지 버스나 택시 등 다른 교통수단으로 이동할지를 두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분주히 움직였다.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캐리어를 끌고 급히 버스 정류장으로 뛰어가는 시민들, 우산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택시 호출 앱을 연신 새로고침 하는 시민들의 모습도 목격됐다.

서울역사 관계자는 “서울역에서 출발하는 KTX가 거의 다 끊긴 상황이라 언제 복구될지 알 수 없다”며 “승무원들도 근무표가 전부 취소돼 대합실에서 대기하고 있고 지방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못한 채 묶여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이동하는 승객들도 곳곳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26일 오후 서울역 열차 출발 안내 전광판. 서소문 고가도로 붕괴 여파로 KTX 등 여러 구간의 열차 운행에 장애가 발생했다. 김서현 수습기자

강원도 부대로 복귀해야 한다는 공군 소속 김모(24) 상병은 발을 구르며 휴대전화를 연신 들여다봤다. 그는 “오늘 밤 9시30분까지 복귀해야 하는데 못 하게 생겼다”며 “청량리역에서는 기차가 운행한다는데 지금 가서 다시 표를 끊어도 늦을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에서 선처를 해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부산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는 김모(39) 씨는 “처음에는 60분 지연이라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열차가 단축 운행으로 바뀌면서 이미 출발해 버렸다”며 “출발 시간이 계속 바뀌는데 공지가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휠체어를 탄 채 역사 한편에서 기다리던 신모(68) 씨는 “마산에서 서울로 치료받으러 왔다가 다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오후 5시33분 열차를 예매했는데 운행이 중지돼 다른 차를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 사람이 아니라 장애인 콜택시도 이용할 수 없어 그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면서 “6시 넘어서 다른 열차가 있다는데 휠체어석이 없을 수도 있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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