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공감] 변화의 갈림길서 새 미래 그리는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마주영 2026. 5. 26.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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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는 자생의 힘, 지구촌을 잇다

새마을운동 정신과 맞닿은 ‘퇴계학’ 연구 몰두
‘주민자치’ 저력… 11개국 52개 마을 확산
전통 운동 탈피… 청년 참여·일자리 연계 모색
노후 연수원 ‘배리어프리’ 새단장도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이 새마을운동의 현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 제공

새마을운동, 기성세대에게는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 아래 도농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한 지역 사회 운동이지만 젊은층에겐 교과서에서나 보던 낯선 이름이다. 유신 독재의 잔재라는 비판에 마주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국에는 여전히 새마을운동을 몸소 실천하는 사람들이 있다. 매년 김치를 담가 홀로 지내는 주민에게 나누는가 하면 취약계층을 위해 연탄을 나르거나 재해 현장을 찾아 돕기도 한다. 전국 228개 시군, 3천500개 읍면동에 새마을운동 지회가 있다.

최근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새마을운동중앙회 본관에서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을 만나 오늘날 새마을운동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김 회장은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경제기획원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청와대 기획조정비서관, 재정경제부 차관 등을 역임한 경제 전문가다.

그런 그는 2024년 제 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장으로 취임했다. 한때 ‘퇴계학’ 연구에 몰두했다는 김 회장은 “‘퇴계 이황 선생의 ‘경(敬)’ 사상은 새마을운동과 맞닿아 있다”고 설명했다. 개인이 스스로를 갈고 닦아 사회 공동체 발전에도 일조한다는 것이다.

새마을운동은 1970년대 국가 주도 산업화 과정에서 생긴 도농격차를 좁히기 위해 시작한 이른바 ‘농촌 계몽 운동’이었다. 도시 일자리를 찾으러 주민들이 하나둘씩 마을을 떠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의 환경을 개선하는 운동이 벌어진 것이다. 새마을운동이 첫발을 뗐을 때 전국에는 3만5천개의 부락이 있었다고 한다.

새마을운동의 본령은 ‘주민 자치’다. 지방 자치와는 다르다. 관(官)은 최소한의 지원만 할 뿐 행동과 결정은 지역 주민이 스스로 했다. 하루는 정부에서 각 마을에 시멘트 350포대를 나눠줬다. 마을 이장이 주민들에게 시멘트를 한 바가지씩 나누어주면, 그 시멘트로 무얼 할 지는 각자의 손에 달렸다.

시멘트는 다양한 용도로 쓰였다. 집 부엌에 부뚜막이 깨진 자리에 시멘트를 발라 고치는가 하면, 여러 명이 시멘트를 모아 공용 빨래터를 만든 사람들도 있었다. 마을 하천의 둑이나 길을 정비하는 데 사용되기도 했다. 적재적소에 쓰지 못해 시멘트가 결국 굳어 버린 이들도 있었다. 이 중 1등은 주민들이 시멘트를 모아 개울을 건널 수 있는 다리를 만든 마을이었다.

시멘트를 잘 사용한 마을은 시멘트 500포대에 더해 철근 1톤을 받았다. 사용 방식은 같았다. 주민들이 필요한 곳에 쓰는 것. 이렇게 사는 환경을 직접 개선한 마을에는 전기를 놓아줬고, 그 다음엔 상수도를 설치해줬다. 새마을운동은 마을이 스스로 성장하는 데 방점이 찍힌 운동이었다는 이야기다.


‘자생에 성공한 마을, 자생에 성공한 나라’라는 이야기는 해외에도 울림을 줬다.

김 회장은 “한국이 지금은 10대 경제대국이자 5대 군사대국에 속하지만, 과거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자신들의 나라보다 훨씬 경쟁력이 약했던 국가가 이 정도로 발돋움한 것을 보고, ‘대한민국처럼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새마을운동에 관심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해외 11개국 52개 마을이 새마을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각 나라마다 마을 4곳을 선정해 새마을운동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회원들이 2주에서 3주가량 마을을 찾아 교육과 봉사를 토대로 새마을운동을 알린다. 몽골, 베트남 등 일부 국가의 마을 대표들은 한국에서 교육을 받기 위해 직접 새마을운동중앙회 연수원을 찾기도 한다.

김 회장은 “지금은 짧은 기간 파견을 가지만, 향후 파견 기간을 1년으로 늘려 새마을운동을 깊이 있게 전하고 싶다”며 “글로벌 새마을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했다.


하지만 새마을운동의 명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청년 세대의 참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올해 200만 회원을 돌파했지만, 이중 청년 회원은 1만명에 불과하다. 1세대 회원들의 나이가 어느덧 80~90대를 바라보고 있다는 점, 시대가 바뀌는 속도가 빠르다는 점도 김 회장이 세대 교체를 고민하는 이유다.

그는 “인공지능(AI)과 첨단 기술로 세상이 달라진 것을 실감하고 있다”며 “새마을운동이 혁신하기 위해서는 그 중심에 청년 회원들이 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그 해답을 ‘일자리’에서 찾는다. 각 지역의 대학과 연계해 지역 일자리를 발굴하고, 청년들의 취업을 지원하는 것이다. 전국청년새마을연합의 네트워크도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새마을운동이 전통적인 운동이다보니 청년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면 좋을지 항상 고민한다”며 “‘자조와 협동’이라는 주인의식을 갖고 잘 이끌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말했다.

새마을운동중앙회연수원도 올해 새단장을 앞두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43년 전, 한국 건축을 대표하는 김수근 건축가의 손으로 지어진 건물은 당대 최고 디자인과 기술로 지어졌지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진 못했다.

김 회장은 “당시에는 승강기가 설치된 건물이 드물었고, 장애인 편의시설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며 “매년 약 1만 명이 연수원을 찾아 새마을 교육을 받고 가는데, 환경이 여의치 않아서야 되겠느냐. ‘배리어프리’까지 갖춰 누구도 불편하지 않은 교육환경을 제공할 것”이라고 했다.

변화의 갈림길에서 김 회장이 거듭 강조한 것은 ‘공동체 정신’이다.

그는 “개인의 삶을 키워가고 완성하되, 남을 돕고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공동체의 본질이자 새마을운동 정신”이라고 했다.


■ 김광림 새마을운동중앙회장은?
▲ 1948년 4월 경북 안동 출생
▲ 1973년 14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 2002년 17대 특허청장 임명
▲ 2003년 재정경제부 차관 임명
▲ 2008년 18대 국회의원 당선
▲ 2012년 19대 국회의원 당선
▲ 2016년 20대 국회의원 당선
▲ 2024년 27대 새마을운동중앙회장 당선


/마주영 기자 mango@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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