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앞두고 기자 고소·고발·폭력… 검증 차단하나
오세훈 후보, MBC 기자 등 고발
김두겸 울산시장 후보, 유세현장서
뉴스타파 영상기자 얼굴 움켜잡아
6·3 지방선거에 출마한 정치인들의 기자 대상 고소·고발, 폭력 행위 등 비판 언론에 대한 압박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자신을 둘러싼 의혹·검증 보도에 대해 선거 개입, 선거운동 방해라고 주장하는데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를 원천 봉쇄하려는 시도”라는 언론사 내부의 비판이 나온다.

20일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GTX 철근 누락’ 관련 보도를 한 MBC 기자 등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앞서 15일 서울 GTX 삼성역 공사 일부 구간에서 주철근이 누락됐다는 내용의 단독 보도를 시작으로 해당 공사의 시공과 감리 책임자는 오세훈 서울시장이고, 서울시가 시공사인 현대건설로부터 철근 누락 시공을 보고받고도 반년이 지나서야 국토교통부에 알렸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관계 부처에 실태 파악을 지시하는 등 사안은 서울시의 은폐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첫 보도 닷새 만에 오 후보 측은 “악의적인 왜곡·편파 보도, 선거 개입 시도”라며 관련 보도를 한 MBC 기자와 간부들을 공직선거법상 허위·왜곡 보도, 방송·신문 등 부정이용죄, 선거의 자유방해죄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국민의힘 역시 MBC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같은 날 MBC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고발했다. 서울시는 그간 “주철근 누락 사항이 포함된 감리보고서를 지난해 11월부터 6차례에 걸쳐 국토부 산하기관인 국가철도공단에 제출”했고, “공사입찰설명서에 기재된 수요기관은 서울시가 아닌 서울시 도시기반본부이고, 수요기관의 장은 서울시 도시기반본부장”이라고 해명 자료를 내놓은 바 있다.
MBC 뉴스룸은 철근 누락 관련 의혹 보도가 ‘선거 개입’으로 지목된 데 대해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한동수 MBC 취재센터장은 “보도는 시민의 안전과 관련된 사안이고, 그에 따른 책임 공방이 정치권에서 오가고 있는 것으로 보도 자체로 선거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부실시공 은폐 의혹 보도가 ‘허위’라는 주장에 대해 한 센터장은 “15일 최초 보도 당일 밤 서울시 설명 자료를 보면 시공사로부터 보고를 받고 보강 계획을 수립한 이후에야 국토부에 통보했다고 돼 있다”며 “이것이 제대로 된 보고인지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자 개인을 형사 고발한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고발 당일 성명을 내어 “정정 및 반론보도 청구 등 제도적, 상식적 절차를 건너뛴 채 경찰 고발이라는 극단적인 형사 조치를 강행했다”며 “현장 기자 개개인에게 압박을 가해 심리적으로 위축시키고, 권력에 대한 비판 보도를 원천 봉쇄하려는 무도한 겁박”이라고 밝혔다.

후보 검증 취재를 하던 기자가 질문을 하다 폭행을 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21일 뉴스타파 기자협회·언론노조 뉴스타파지부 공동 성명에 따르면 뉴스타파 취재진은 이날 김두겸 국민의힘 울산시장 후보의 유세 현장에서 인터뷰를 요청하며 다가갔는데, 김 후보가 영상취재 기자의 카메라를 손으로 여러 차례 내리치고 해당 기자의 턱을 움켜잡았다. 협회와 지부는 “언론 자유를 명백하게 훼손,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취재진이 항의했지만, 김 후보는 아무런 사과 의사 표명 없이 차를 타고 현장을 떠났다”고 밝혔다. 당시 상황은 21일자 뉴스타파 보도에도 실렸다.
김 후보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현장 상황의 핵심 사실을 누락하고, 사실관계를 왜곡한 일방적 주장”이라며 “유세 현장에 과도하게 밀착해 후보자의 정상적인 선거운동을 방해하고, 신체적 위협으로 이어지는 상황까지 만든 뒤, 이를 거꾸로 ‘후보자의 기자 폭행’으로 몰아가는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뉴스타파 취재진은 물론 성명 내용에 대해서도 형사 고발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후보 측이 자신의 검증 보도에 대한 취재엔 일절 응하지 않으면서 법적 대응으로만 압박한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김 후보의 울산시장 재임 시절 특정 업체 수의계약 몰아주기 의혹을 취재 중인 뉴스타파는 앞서 19일 김 후보 선거 캠프에 공식질의서를 보냈으나, 20일 캠프 측은 ‘선거 이후에 응하겠다. 확인하지 않고 기사화하면 법적 대응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취재진은 김 후보에게 사실관계를 직접 확인하고 반론권을 보장하려는 이유로 이날 현장을 찾았다는 설명이다.
뉴스타파 기자협회와 지부는 성명에서 “김두겸 후보는 폭행 피해를 입은 기자, 그리고 이 같은 행위로 헌법에서 보장하는 알권리를 침해당한 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며 “더불어 국민의힘은 잇따른 언론 자유 훼손, 침해 행태에 대한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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