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예년보다 덥다는데...“치매 노인, 폭염 오면 입원 20배↑”
폭염 기간 사망 위험 최대 6.1%↑...입원 위험도 급증
'산불·허리케인' 위협...“기후 대책에 치매 환자 보호 포함해야”

최근 기상청이 올해 여름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과 열대야가 잦을 것으로 전망한 가운데, 기후 변화가 치매 노인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폭염과 한파뿐 아니라 산불이나 허리케인 같은 기후재난이 치매 노인의 입원과 사망 위험을 높이고, 불안·혼란 등 신경정신 증상까지 악화시킨다는 분석이다.
특히 여름철 일평균 기온이 1.5도 오를 때마다 치매 관련 입원 위험이 12% 증가했고, 일부 연구에서는 폭염 기간 치매 관련 입원 증가 규모가 다른 질환보다 크게 높았다.
◆ 캐나다 연구팀, '기후 변화-치매' 관련 19개 논문 종합 분석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지역사회에 거주하는 65세 이상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기후 변화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체계적 문헌 검토인 스코핑 리뷰(scoping review)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1946년부터 2024년 3월까지 메드라인(MEDLINE), 엠베이스(Embase) 등 5개 의학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논문 5,722편을 검토해 최종적으로 19개 연구를 선정했다.

◆ 폭염 기간 사망 위험 최대 6.1%↑...입원 위험도 급증
분석 결과, 가장 많이 연구된 기후 요인은 폭염이었다. 전체 19개 연구 중 9편이 고온 환경을 중점적으로 다뤘다. 이 중 이탈리아 연구에서는 2003년 유럽 폭염 당시 치매 노인의 사망 위험이 비폭염 기간보다 1.54~6.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연구에서는 2015~2020년 85세 이상 치매 노인의 사망 위험이 폭염 기간과 이후 최대 10일간 비폭염 기간보다 1.49~2.49배 높았다.
폭염은 의료 이용 증가와도 연결됐다. 호주 연구에서는 2009년 폭염 기간 치매 관련 입원 위험이 비치매 질환보다 20배 이상 높았다. 영국 연구에서는 일평균 기온이 17도를 웃돌 때 1도 상승할 경우 치매 노인의 입원 위험이 4.8% 증가했다. 핀란드 연구에서도 1998~2017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일평균 기온 25도를 초과하면 13~16도일 때보다 75세 이상 치매 환자의 급성 병원 방문이 약 2.5% 늘었다.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서는 여름철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할수록 치매 노인 입원 위험이 12% 증가했다. 반면 겨울철 평균기온 상승과는 유의한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폭염이 고령 치매 환자의 낙상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치매 노인이 폭염을 겪으면 탈수와 체온 조절 장애, 수면 문제 등으로 어지러움과 균형 감각 저하가 발생해 낙상 위험이 커진다. 실제로 일반 노인보다 낙상 위험이 4~5배 높고, 낙상 관련 골절은 약 3배 더 자주 발생한다는 분석도 있다.
한파 역시 치매 노인의 생명을 위협하는 위험 요인으로 확인됐다. 2010~2019년 85세 이상 일본 치매 사망자 3만 2,788명을 분석한 결과, 극한 추위에 노출되면 '사망률이 가장 낮았던 기준 온도(일평균 30.2도)'와 비교해 사망 위험이 54%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중국 연구에서도 한파 노출 후 사망 위험이 21~31% 높아졌다. 반면 18만 2,384명을 대상으로 한 독일 연구에서는 한파와 사망률 간 연관성을 확인하지 못했다.
◆ '산불·허리케인' 위협..."기후 대책에 치매 환자 보호 포함해야"
기온 변화뿐 아니라 산불과 허리케인 같은 자연재해도 고령 치매 환자의 인지·정신건강에 악영향을 미쳤다. 2017년 미국 캘리포니아 산불 연구에서는 치매나 경도인지장애(MCI) 진단자들이 불안, 슬픔 등 정서적 고통과 함께 혼란, 방향감각 상실 등 인지기능 저하를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산불 연기나 먼지폭풍에 포함된 초미세먼지(PM2.5)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지름이 2.5㎛(마이크로미터) 이하인 초미세먼지는 후각신경이나 혈류를 통해 뇌혈관 장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이후 산화 스트레스와 염증 반응을 일으켜 인지 저하와 치매 악화에 관여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허리케인 이후 장기적 사망 위험 증가도 확인됐다. 미국 연구에서는 2017년 허리케인 어마(Irma)와 하비(Harvey), 플로렌스(Florence) 상륙 후 3~6개월 시점에 치매 노인의 사망 위험이 정점에 달했다. 특히 동반 질환이 2개 이상인 환자와 85세 이상 고령층에서 추가 사망 위험이 더 컸다.
연구팀은 치매 노인이 기후재난에 취약한 이유로 체온 변화 대응 능력 감소와 의사소통 어려움 등을 꼽았다. 치매 환자는 갈증이나 불편감을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일부 항정신병 약물이나 항콜린제, 이뇨제 등이 체온 조절과 발한 기능을 방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간접적인 경로로는 정전이나 교통 두절이 발생하면 의료 서비스 이용이 어려워지고, 식품·약물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만성 질환 관리가 악화될 수 있다. 사회적 고립과 스트레스 증가 역시 치매 노인의 건강 악화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됐다.
다만 연구가 주로 미국과 유럽, 호주 등 고소득 국가 자료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한계로 언급됐다. 치매는 저·중소득 국가에서 더 흔하게 나타나지만, 관련 기후 변화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치매 노인의 기후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거 환경 개선과 사회적 연결망 강화, 수분 섭취 관리, 대피 계획 수립 등이 필요하다"며 "기후 변화 대응 정책에 치매 환자 보호 방안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24일(현지 시간) 글로벌 출판사 와일리(Wiley)가 발행하는 기후 변화 분야 리뷰 전문 국제 학술지 'WIREs Climate Change'에 온라인으로 실렸다.
Source
Gurung, S., C. A.Lima, D. B.Hogan, et al. 2026. "Health Impact of Climate Change on Older Adults Living With Dementia: A Scoping Review." Wiley Interdisciplinary Reviews: Climate Change17, no. 3: e700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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