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광주 찾아 가나…정용진, 세 차례 고개 숙였다(종합)

박정원 2026. 5. 26. 18:3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용진, "모두 제 잘못. 스타벅스 직원들을 따뜻하게 바라봐주기를"
광주 기자, "정회장은 광주를 찾아 공개 사과를 할 생각 있는지"
26일 오전 8시59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호텔 기자회견장에 도착하자마자 고개 숙여 사죄하고 있다. / 박정원 인턴기자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논란 발생 8일 만이다. 기자회견에서는 “광주를 직접 찾아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과 함께 신세계 내부 조직문화·역사 인식을 둘러싼 날카로운 질의도 이어졌다.

  정용진, 무거운 마음으로 세 번 고개 숙여

26일 오전 정 회장이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라며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광주 시민,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오전 8시58분쯤 정 회장이 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정 회장은 단상에 오르자마자 허리를 숙였고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에도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다. 사과문 낭독에는 약 5분이 소요됐다. 그는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저를 포함한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늘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운을 뗐다. 

특히 스타벅스 현장 직원들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잠시 말을 고르기도 했다. 그는 “지금도 전국의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벅스코리아 파트너들과 현장 직원들이 있다”며 “부디 이분들을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정용진 회장이 회견장을 떠난 후 임원진 질의응답 시간이 이어졌다. 왼쪽부터 이규봉 경영지원총괄 전무, 전상진 경영총괄 부사장, 김수완 대외협력본부장 부사장, 양종환 감사팀장 상무 / 박정원 인턴기자

 "광주 찾아 사과할 생각 있는지"

정 회장은 사과문 낭독 직후 별도의 질의를 받지 않은 채 회견장을 떠났다. 신세계그룹 임원 4명이 질의응답을 대신했다. 

이날 신세계 측은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핵심 쟁점은 해당 마케팅이 특정 목적을 갖고 기획됐는지 여부였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휴대전화 제출 거부 등으로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질의응답 과정에서는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어졌다. 한 광주 지역 기자는 “광주시민들과 5·18 단체 관련인들이 큰 상처를 받았는데 회장께서 직접 광주를 찾아 공개 사과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신세계 측은 “당연히 향후 적절한 시점에 내려가는 고민을 할 것”이라며 “현재는 진상규명이 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어 “회사 절차가 복잡했고 아직 못 밝힌 부분도 있다”며 “향후 그룹 차원에서 광주 현장 방문 등 공개 의사표명을 할 수 있는 시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신세계 내부 조직문화와 역사 인식 문제를 지적하는 질문도 나왔다. 한 기자는 “폭력이 아무렇지도 않게 여겨지는 환경에서는 폭력이 쉽게 발생하지 않느냐”며 “신세계 내부 문화는 어떻게 진단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회사는 최근 10년간 스타벅스 프로모션 일정을 전수 검토했다며 4·16 세월호 참사일이나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특정 행사를 집중적으로 진행한 것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일을 계기로 젊은 직원들의 역사 인식과 관련한 고민이 많아졌다”고 밝혔다. 신세계 측은 “현재 마케팅 직원들의 연령대를 보면 20대 초반 두 명, 30대 후반 세 명인데 그들이 갖는 역사 인식이 회사가 느끼는 역사 인식과는 다소 동떨어져 있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태 이후 직원들 간 대화를 보면 문제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발언들도 있었다”며 “20~60대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역사 인식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 강남 조선팰리스호텔 3층 기자회견장 / 박정원 인턴기자

 5월 18일, 그 누구도 탱크를 지적하지 않았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이커머스팀이 제안했고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 등 4단계 결재를 거쳐 최종 승인됐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누구도 “‘5월18일에 탱크데이는 안 된다’고 지적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부 승인자는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은 채 결재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대통령과의 소통 여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신세계 측은 “대통령과 직접 연락을 한 적은 없다. 뉴스나 언론을 통해 대통령이 전하는 메시지를 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탱크데이 마케팅은)있어선 안 될 마케팅이었다.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온라인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해명도 이어졌다. 신세계 측은 ‘탱크 텀블러’ 명칭은 실제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은 해외 제조사의 제품명이며, 503mL 용량 역시 17온스를 환산한 수치라고 설명했다. 또 4월16일 출시와 21% 할인율 역시 각각 세월호 참사일과 5·18 집단 발포일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박정원 인턴 기자 jason201477@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