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사라진 구의원 선거, 달서구 가·나 선거구 무투표 당선 현장 가보니

김현목 2026. 5. 26.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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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의원 무투표 당선 지역 장기동·용산동·죽전동, 기초의원 선거 흔적 찾기 힘들어
주민들 “관심 없다”, “세금 낭비만 떠올라”
무투표 당선자 “주민 만날 기회 없어 아쉽다” 토로
대구 달서구 장기동 학교 펜스에 6·3지방선거 벽보가 걸려 있다. 구의원은 무투표로 당선돼 벽보에서 빠져 있다. 김현목 기자

26일 오전 대구 달서구 장기초 담벼락. 대구시장·달서구청장·시의원·교육감 후보 벽보가 길게 이어졌다. 후보 얼굴과 기호, 공약 문구가 담겨 있었다. 통상 교육감 후보 이전에 구의원 후보가 자리한다. 하지만 해당 벽보엔 구의원 후보는 보이지 않았다. 교육감 후보 벽보 왼편에 붙은 '빈 칸입니다' 안내문은 정당이 없는 교육감 선거와 구분하기 위해 부착돼 있다. 다만 해당 선거구는 구의원 후보 자리가 빈 것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접한 죽전동 선거벽보도 마찬가지였다.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결과 대구 기초의원 선거에선 총 11명이 무투표 당선됐다. 달서구의회 가·나 선거구에서 각각 2명, 4명이 경쟁 없이 당선을 확정했다. 가선거구는 죽전동·용산1동, 나선거구는 장기동·용산2동이다. 두 선거구는 생활권이 맞닿아 있지만 거리에선 구의원 선거 분위기를 체감하기 어려웠다. 달서구에서도 인구가 많은 편인 죽전동·용산동·장기동에서 구의원 선거가 열리지 않아서다.

무투표 당선자는 공직선거법상 선거운동을 할 수 없다. 벽보도 걸리지 않는다. 현수막이나 유세차량 등을 통한 홍보가 불가능하다.

대구 달서구 도원동 한 아파트 벽면에 걸린 6·3지방선거 벽보. 구의원 후보 옆에 교육감 후보의 벽보가 걸려 있다. 김현목 기자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꼽히는 용산네거리엔 시장·구청장·시의원·교육감 후보 현수막이 주변을 메우고 있었다. 신호등 옆과 건물 외벽, 사거리 모퉁이마다 후보 이름과 기호가 반복됐다. 차량 운전자도 쉽게 현수막을 볼 수 있도록 배치됐다. 반면 구의원 후보 관련 현수막은 역시 보이지 않았다.

인근 상가에서 만난 상인들은 무투표 당선 여부는커녕 시장 선거를 제외하고는 관심 자체가 크지 않았다. 선거 이야기를 묻자 바로 대구시장 후보 이야기가 나왔다. 구의원 선거 이야기를 꺼내는 상인은 없었다.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이상구(용산동·55)씨는 "큰 선거 이야기만 하지 구의원 이야기는 안 한다"며 "누가 나오는지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주민들 사이에서는 기초의회 역할 자체를 체감하지 못한다는 반응도 적지 않았다. 김상엽(62·장기동)씨는 "구의원이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선거 때도 정당 보고 투표했지 공약이나 이력 등을 본 기억은 없다"고 말했다. 또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다 보니 더 관심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대구 달서구 용산동 한 아파트 펜스에 6·3지방선거 벽보가 걸려 있다. 구의원은 무투표로 당선돼 벽보에서 빠져 있다. 김현목 기자

구의회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용산동의 한 40대 주민은 "구의원과 관련해서 세금 낭비 이야기만 들렸던 것 같다"며 "누가 나왔는지도 모르는데 이미 당선됐다고 하면 더 의미를 찾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선거 구조에 대한 불신도 적지 않았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죽전동 주민은 "경쟁 자체가 없다"며 "당에서 결정하면 그대로 당선됐지 않나. 선거가 필요 없다"고 했다.

무투표 당선자들도 아쉬움은 있었다. 달서구의회 가선거구 정달호 당선인(국민의힘)은 "선거를 치르면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선거 기간 동안 차량도 돌리고 공보물도 배포하면서 주민들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데 그런 과정을 못해서다. 그는 "다른 후보들은 도울 수 있어 돕고 있지만 당선자임에도 정작 주민들과 만날 수 없다"고 토로했다.

같은 지역구 이신자 당선인(더불어민주당)도 "공보물과 벽보 디자인까지 모두 준비했었다"며 "주민들에게 가장 많이 알릴 수 있는 수단은 벽보와 공보물인데 그 과정을 못 하게 됐다"고 했다. 이어 "그동안은 제도가 원래 그런가 보다 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진다"고 덧붙였다.

김현목기자 hmkim@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