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신고에 “해줄 게 없다”는 상사…피해자 85%, 불리한 처우 경험

손지민 기자 2026. 5. 26.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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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노동자회 ‘2025 상담사례집’ 분석
게티이미지뱅크

ㄱ씨는 지난해 같은 팀 직원으로부터 성희롱을 당했다. 고민 끝에 회사에 신고했지만, 상사들은 “별로 해줄 게 없다”, “주의를 주겠다”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ㄱ씨가 회사에 ‘사건 신고서’를 제출했지만 회사는 직장 내 성희롱 조사도 하지 않았다. 약속한 공간 분리도 지키지 않고 ㄱ씨와 가해자가 포함된 팀 점심 약속을 잡기도 했다. 근무 영역에서 자꾸 가해자를 마주쳐야 했던 ㄱ씨는 다시 상사에게 고충을 이야기했다. 돌아온 답은 “네가 싫다고 말해”라는 무책임한 말뿐이었다.

회식 자리에서 임원에게 성희롱을 당한 ㄴ씨는 “기관장과 면담했는데 신고하지 말아 달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해서 너무 놀랐다. 대표에게 전화로 보고했더니 ‘성폭행이 아니어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했다”면서 “나의 부서 이동을 권하는 등 불이익이 우려됐고, 회사에 소문도 났다”고 호소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뒤 직장에서 불리한 처우를 경험하는 여성 노동자가 여전히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지난해 1∼12월 진행한 신규 상담 290건을 분석해 발표한 ‘2025년 상담 사례집’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신고하고 서울여성노동자회에 상담을 하러 온 내담자 중 ‘신고 이후 직장에서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변한 비율이 85.3%에 달했다. ‘직장 내 성희롱’을 신고한 피해자 가운데 10명 중 8명이 신고 이후에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답한 것이다.

‘불리한 처우’의 유형은 ‘집단 따돌림, 폭행, 폭언과 같은 정신적 신체적 손상을 가져오는 행위를 하거나 그 행위의 발생을 방치는 행위’가 45.7%로 10명 중 4명 이상이 신고를 하고서 오히려 따돌림, 혹은 행위의 방치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신고를 한 근로자 및 피해근로자 등의 의사에 반하는 조치가 취해졌다’는 응답도 27.1%로 나타났다. 가해자와 분리 요구 등 피해자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상담 사유는 직장 내 성희롱(51.4%이 가장 많았다. 직장 내 괴롭힘(22.8%), 근로조건 관련(15.1%), 모성권(4.1%), 성차별(4.5%)이 뒤를 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시간은 근무시간이 52.3%로 가장 많았고, 근무 외 시간(회사에서 요구하는 회식 등) 31.2%, 퇴근 이후는 16.3%로 나타났다. 발생 장소는 사무실 내가 48.9%, 회식 장소가 26.5%, 출장지 및 외부 미팅 장소가 9.7% 였다.

서울여성노동자회는 “직장 내 성희롱이 나이가 어릴수록, 근무연수가 짧을수록 비정규직일수록 피해가 많았던 현상에서 점점 연령, 고용유형, 사업장 규모를 막론하고 일반화되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면서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피해자는 행위자와의 분리 및 유급휴가 등의 보호조치를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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