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초호황 속 양극화…韓소부장 절반, 영업이익률 한자릿수

강해령 2026. 5. 26.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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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 시총 5000억 이상 국내기업 84곳 분석
삼전·SK 납품땐 매출 확 늘지만
원가 절감 압박 커 수익성은 낮아
인텔 손잡은 HPSP 이익률 50%
피에스케이, 수출 다변화 '고성장'

한국은 반도체의 나라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기반이 취약하다. 수익은 기술력이 뛰어난 일부 기업에 집중되고 있다. 공급망을 구성하는 상당수 업체는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등 삼중고에 시달린다. 혁신 기술을 위한 장기 투자에 과감하게 나서지 못한다. 대기업과 대등하게 협상할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다. 전문가들은 이런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전희성 기자

 ◇84개 소부장 중 41곳, 이익률 한 자릿수

26일 한국경제신문이 시가총액 5000억원 이상인 국내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84곳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평균 영업이익률은 9.43%로 집계됐다. 평균 영업이익률은 2023년 7.33%, 2024년 8.49%, 2025년 9.93% 등으로 높아지는 추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업체별 양극화가 뚜렷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올 1분기 영업이익률 47%, 72%를 기록하며 평균을 끌어올렸다. 이들 대기업이 지난해부터 설비 투자를 본격 확대한 결과 소부장업계에도 낙수 효과가 나타났지만, 효과는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됐다.

소부장 업체 80곳 중 41곳은 올 1분기 영업이익률이 10% 미만으로 조사됐다. 전례 없는 반도체 호황인데도 14곳(16.6%)은 적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화학적 기계연마(CMP) 패드·산업용 소재 기업인 SKC는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적자다. 차세대 반도체 공정인 유리 기판 가공 관련 업체 필옵틱스와 제이앤티씨 역시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세 곳 모두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등 주력 사업이 정체되자 유리 기판 등 차세대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기업”이라며 “최근 주가가 오르고 있지만 아직은 실적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하고 있지만 그 수익은 기술력이 있는 일부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상대적으로 낙수효과가 골고루 퍼진 과거 스마트폰 슈퍼사이클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반도체업계 고위 관계자는 “공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면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크게 뛰고 있지만 그 수익은 기술력이 있는 일부 업체에 집중되고 있다”며 “산업 전반에 상대적으로 낙수효과가 골고루 퍼진 과거 스마트폰 슈퍼사이클과 다른 모습”이라고 말했다.

국내 소부장 업체의 수익성이 낮은 주된 원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특정 기업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과도하게 높기 때문이다.

반도체업계 중견 장비업체 대표는 “삼성과 SK하이닉스에 한 번 공급을 시작하면 매출이 큰 폭으로 오르지만 동시에 지속적인 원가 절감 압박도 받게 된다”며 “이들 대기업 두 곳에 모두 납품하는 소부장 업체는 많지 않다”고 했다.

또 다른 장비업체 대표도 “양사 구매팀 직원들의 주요 성과 지표가 장비 가격을 얼마나 깎았는지에 맞춰져 있다”며 “가격 협상 전부터 기존 계약 가격의 10%를 깎는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일각에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국내 업체를 외국 업체의 납품가를 인하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로 여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청업체의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상생을 외치면서 내부에선 성과급 갈등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면 허탈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겉으로 상생…뒤에선 납품가 인하”

국내 소부장 업체 중에서도 일부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버금가는 이익을 낸다. 혁신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고객사를 다변화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 분야에서 독점적 경쟁력을 확보한 HPSP는 TSMC, 인텔 등 세계 최고 반도체 업체의 공급망을 뚫었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률은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으로 50%를 웃돌았다.

피에스케이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지난해 수출액이 1663억원으로 2022년보다 275% 급증했다. 시총 5000억원 이상 소부장 업체 중 3년간 수출이 가장 많이 늘어난 기업으로 분류됐다. 노광 공정 이후 웨이퍼 위에 있는 찌꺼기를 걷어내는 애셔 장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췄다. 티씨케이, 하나머티리얼즈, 씨엠티엑스 등 반도체 장비에 들어가는 실리콘(Si) 링을 제조하는 업체도 20% 이상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다. 램리서치와 도쿄일렉트론 등 글로벌 반도체 장비 회사를 뚫었다.

전문가들은 국내 반도체 생태계의 경쟁력이 한 단계 도약하려면 국내 소부장 업체 수출을 지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소부장 업체가 안정적인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연구개발(R&D)과 우수 인력 채용을 이어갈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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