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1500원대 고착되는 환율, 피해 대책에 만전 기해야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이던 1500원 선을 넘어서면서 고환율이 ‘뉴노멀’(새로운 표준)로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500원대 환율은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우리 경제가 뿌리째 흔들렸던 초대형 위기 때나 볼 수 있던 비정상적인 수치다. 정부는 고환율로 타격을 받는 중소기업, 서민 등 취약 부문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2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504.3원으로 주간거래를 마쳐, 7거래일 연속 1500원대를 기록했다. 이날 환율은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타결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 거래일보다 크게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500원대를 이어갔다.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으로 직결된다. 중동전쟁으로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고환율까지 겹치면서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2월(2.5%) 이후 가장 높은 2.5% 상승률을 기록했다. 물가불안은 소비침체를 초래하고 고물가를 잡기 위한 고금리로 이어지면서 우리 경제 전반에 부담을 준다.
고환율은 특히 취약계층에 치명타다. 원자재를 수입해 제품을 생산하는 중소 제조업체들은 채산성이 떨어지고 서민 가계는 물가 급등으로 시름이 깊어진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소셜미디어에서 고환율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의 차익을 실현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우리 경제의 불가피한 ‘성장의 비용’이라고 한 것은 경솔했다. 청와대는 이날 김 실장 발언과 관련해 “정부는 현재 (고환율) 상황이 중소기업과 서민 경제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엄중히 인식하고 있다”며 “하반기 경제 성장전략과 내년 예산안에 국민 부담 완화 과제들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중동전쟁이 끝나도 국제유가가 제자리를 찾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도 높아 앞으로도 고환율을 부채질할 요소는 여전히 많다. 정부는 외환시장과 물가 관리를 넘어 취약 부문에 대한 ‘핀셋 지원’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자금난을 겪는 유망 중소기업들에 대한 금융지원을 확대하고, 중소기업들이 환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도록 컨설팅과 환변동보험 지원도 늘려야 한다. 수입 가스·원유 가격 상승이 서민들의 난방비·전기료 폭탄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도 검토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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