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기 일주일 전』 저승사자가 된 첫사랑,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의 기록

이민주 대학생기자 2026. 5. 26.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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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은채 저 | 황금가지 | 2018년  표지=출판사 제공

[한국독서교육신문 이민주 대학생기자]

첫사랑은 시간이 지나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특히 끝맺지 못한 감정은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삶의 어느 순간 문득 우리를 붙잡곤 한다. 서은채 작가의 장편소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바로 그 미완의 감정을 가장 아름답고도 아프게 그려낸 작품이다. 단순한 로맨스에 머물지 않고, 죽음과 후회, 기억과 사랑을 판타지적 설정 속에 녹여내며 독자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이 작품은 "저승사자는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찾아온다"라는 전승 괴담에서 출발한다. 이미 죽은 첫사랑이 어느 날 저승사자가 되어 눈앞에 나타난다는 설정만으로도 강렬한 흡입력을 가진다. 이야기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정희완 앞에 6년 전 세상을 떠난 첫사랑 김람우가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그리고 람우는 희완에게 말한다. 자신의 이름을 세 번 부르면 그녀는 죽게 된다고.

처음부터 독자를 사로잡는 것은 이 작품 특유의 분위기다. 벚꽃이 흩날리는 밤, 죽은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름을 부르는 장면은 몽환적이면서도 서늘하다.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 위를 아슬아슬하게 걷는 감성이 작품 전반을 감싸고 있으며, 독자는 자연스럽게 희완의 감정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특히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은 높은 몰입감이다. 웹소설 특유의 빠른 전개와 뛰어난 가독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문장 곳곳에는 문학적인 울림이 살아 있다. 감정을 과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짧은 대사 하나, 침묵 하나에도 인물들의 후회와 애틋함이 진하게 배어 나온다. "이름을 부르고 싶다. 네가 실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다. 그러나 그렇기 때문에 나는, 네 이름을 부를 수 없다."라는 문장은 이 작품이 가진 감정선을 가장 잘 보여준다.

사랑하기 때문에 붙잡고 싶고, 동시에 사랑하기 때문에 놓아줘야 하는 모순적인 감정이 독자의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희완과 람우의 관계 역시 단순한 첫사랑 서사로 끝나지 않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누구보다 사랑했지만 끝내 좋아한다는 말을 제대로 전하지 못한 채 이별하게 된다. 그래서 람우가 다시 돌아온 일주일은 단순한 재회가 아니라,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후회를 마주하는 시간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너무 짧고, 그렇기에 더욱 애틋하다. 독자는 두 사람이 가까워질수록 오히려 다가오는 이별을 실감하게 되고, 그 감정은 페이지를 넘길수록 더욱 짙어진다. 또한 작품 속 '죽음'은 단순한 공포의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이 소설은 죽음을 통해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상처와 그리움을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후에도 남겨진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 그리고 기억 속 사람과 함께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메시지는 조용하지만 깊은 위로를 건넨다. 그래서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단순히 눈물만 자아내는 신파적 이야기와는 다르다. 슬프지만 따뜻하고, 아프지만 끝내 희망을 남긴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며 큰 관심을 받았고, 웹툰과 오디오북으로도 공개되었다. 하지만 원작 소설만이 줄 수 있는 감정의 결은 또 다르다. 활자로 읽는 희완과 람우의 감정은 훨씬 더 섬세하게 다가오며, 독자는 문장을 따라가며 자신의 첫사랑과 지나간 기억들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단순한 판타지 로맨스가 아니다. 이루지 못한 사랑, 끝내 하지 못했던 말,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시간을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이 소설은 첫사랑을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누군가를 잃어본 사람들에게, 혹은 좋아한다는 말을 끝내 전하지 못했던 사람들에게 더욱 깊게 스며든다. 책장을 덮고 나면 문득 오래전 마음속에 묻어두었던 누군가의 이름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마 독자는 희완처럼 쉽게 그 이름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 사라질까 봐, 너무 그리워질까 봐.

『내가 죽기 일주일 전』은 그렇게 오래도록 마음속에 남아 독자의 감정을 조용히 흔드는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