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리서치 "첨단 패키징으로 칩 생산성 10배"
유럽서 차세대 솔루션 기술 공개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판매 예정

2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램리서치 연구소. 현장 엔지니어들은 농구장 3~4개 규모의 생산 공간을 가득 채운 패널레벨패키지(PLP) 장비 두 대에 대한 최종 성능 테스트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PLP는 원판이 아닌 대형 사각형 판(패널) 위에서 반도체 칩을 패키징하는 기술이다. 기존 기술 대비 최대 10배 이상의 칩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업계에서는 ‘꿈의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도체 장비 기업인 램리서치는 이날 PLP 장비 등을 포함한 첨단 패키징 솔루션을 연구하는 패널 혁신 센터의 개소식을 열었다. 이 센터는 더 복잡한 패키징에 대한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램리서치는 혁신센터 내 PLP 연구개발(R&D) 거점인 ‘센터오브엑설런스(CoE)’ 내부를 국내 언론에 최초로 공개했다. 현장 엔지니어들은 PLP 장비 출하를 위한 최종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장비 속에서 가로·세로 50㎝ 크기의 사각 패널이 구리 도금 수조 속에 잠겼다 떠오르기를 반복했다. 현장에서 만난 올리비에르 만 램리서치 기술 디렉터는 “공정 중 발생하는 변수를 머신러닝으로 실시간 제어하고 있다”며 “이곳에서 만든 시험 장비를 이미 글로벌 주요 반도체 기업에 공급해 테스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램리서치는 2022년 오스트리아 패키징 장비 회사인 셈시스코를 인수하면서 PLP 장비 관련 기술을 확보했다. 지난 4년 간 연구·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동시에 램리서치의 기존 기술과 상호 적용하도록 했고, 이날 개소식을 열어 PLP 장비 사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PLP는 인공지능(AI) 칩 생산의 최대 병목인 패키징 공정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램리서치가 PLP 연구개발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대대적으로 투자한 것도 이를 ‘게임 체인저’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기존 첨단 패키징은 지름 300㎜ 원판(웨이퍼) 위에서 이뤄진다. 반면 PLP는 거대한 사각형 패널을 쓴다. 그만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는 칩의 양이 늘어난다. 지름 300㎜ 웨이퍼가 약 8개의 반도체 칩을 처리할 수 있다면, 가로·세로 600㎜ 패널은 한 번에 77개를 처리할 수 있다. 생산성이 약 9배 늘어나는 것이다.
이미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PLP의 생산성을 간파하고 상용화 경쟁에 뛰어들었다. 최근엔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1위 회사인 대만 TSMC가 가장 적극적이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칩온패널온서브스트레이트(CoPoS)’를 추진하면서 PLP 도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욜그룹은 2025년 3억달러(약 4500억원)였던 PLP 시장이 2031년 30억달러(4조 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애런 팰리스 램리서치 부사장은 기자와 만나 “PLP는 R&D 및 초기 테스트 단계”라며 “이미 세계 50개 이상의 반도체 고객사와 PLP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 본사가 있는 램리서치는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ASML, 도쿄일렉트론과 함께 세계 반도체 장비 톱4 안에 드는 회사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184억 4000만 달러(약 27조원), 영업이익은 59억 달러(약 9조원)로 영업이익률이 32%에 달한다.
잘츠부르크=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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