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자무싸' 지질남·'와일드 씽' 장발, 오정세라서 좋아!

오정세는 지난 24일 종영한 JTBC 드라마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이하 '모자무싸'에서 열등감을 숨기고 살아가는 영화감독 박경세 캐릭터를 맡아 호평을 얻었다. 극 중 20년째 입만 산 영화감독 지망생 구교환(황동만)과 끊임없이 티격태격하는 과정에서 지질하지만 밉지 않은 면모를 입체적으로 표현해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다.
수많은 명대사를 탄생시키며 '웰메이드' 드라마로 호평을 얻은 '모자무싸'의 열기가 가시기도 전에 신작들을 줄줄이 내놓고 있다. 영화 '극한직업'에서 코믹한 빌런으로 호흡을 맞춘 신하균과 다시 뭉친 MBC 새 금토극 '오십프로'에 이어 6월 3일 개봉하는 영화 '와일드 씽'이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덕분이다.
특히 '와일드 씽'에서는 만년 2등에 머문 비운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 역으로 벌써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독특한 장발 헤어스타일뿐만 아니라 극 중 히트곡으로 등장하는 노래 '니가 좋아'가 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애틋한 눈빛으로 관객을 향해 손을 뻗으며 '니가 좋아'라는 가사를 반복하는 노래는 예비 관객들의 기대 포인트다.
이처럼 내놓는 캐릭터마다 변신을 거듭한 오정세는 26일 서울 강남구 프레인 TPC 사옥에서 열린 '모자무싸' 종영 인터뷰에서 “나름대로 수면 아래로 힘차게 발을 구른 노력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수줍게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 시간이 짧게 느껴질 만큼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에 더욱 기쁘다”며 밝게 웃었다.

“귀한 작품 만나서 귀한 시간 보냈다. 마지막 회인 12회를 촬영할 즈음에는 '13부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쉬움까지 느껴졌다. 그렇게 드라마가 짧게 느껴지는 이유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촬영이 정말 금방 가는 느낌이었다. 감사하게 귀한 분들과 알차게 꽉 채운 작품이었다. 덕분에 '모자무싸' 작품을 통해서 올 한해가 가치 있는 한 해가 된 거 같다.”
Q. 극 중 박경세는 열등감으로 가득한 인물이다. 실제로는 어떤 스타일인가?
“개인적으로는 내가 무가치하다고 느끼고 동굴로 들어간 적은 별로 없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 싶은 정서를 오래전부터 스스로도 가지고는 있었다. 일이 없고, 일이 어그러지고 한다고 해서 내가 낮아지거나 무가치하게 느껴지거나 실패했다고 느껴지는 게 아니라 성장하는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을 해왔다. 그래서 박경세가 나랑 닮았나 싶으면서도 안 닮았다. 나는 시기나 질투를 하거나 실패 앞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자존감이 높냐고 물어본다면, 글쎄. 잘 모르겠다. 업 앤 다운이 많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배우 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누군가를 시기하고 질투하거나 잘되든 안 되든 기복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나를 보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인다. '난 멋진 사람이야'는 잘 안 된다.”
Q. '모자무싸'를 하게 된 이유와 목표는 무엇이었나.
“대본이 정말 재미있었다. 이 귀한 단어와 대사를 잘 표현하는 게 1차 목표였다. 오정세의 욕심은 100% 대본 안에 있었다. 시청자분들께 이를 잘 전달하는 연결자가 되어야겠다는 게 큰 목표였다. 그러다 촬영하며 조금씩 생각이 바뀌었다. 박경세의 대사가 정말 많았고, 그 안에서 경세가 자유로워야 하는데 그 대사를 토씨 하나 틀리지 말아야겠단 강박에 자꾸만 갇히더라. 그래서 중간에 '한 98%만 구현하자, 그리고 그 안에서 자유로움을 찾자'는 마음으로 바꾸었다.”
Q. 앞서 98%만 대본에서 찾자고 마음을 먹었다고 말했는데, 그럼 나머지 2%를 어디서 채웠나?
“극 중 아내이자 제작사 대표인 강말금(고혜진)이 구교환의 '날씨를 만들어드립니다'를 제작하겠다고 선언하는 장면이 내 나머지 2%를 채운 장면 같았다. 그 장면에서 전화통화로 상대에게 영화 제작을 알리는 강말금을 보며 나도 모르게 '거짓말'이라고 말하고, 상대 또한 같은 말을 했는지 강말금이 '진짜'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대본을 읽으면서 박경세는 고혜진의 통화를 들으며 속으로 '거짓말'을 외쳤을 것 같았다. 리허설하면서는 그 속마음을 내뱉어도 괜찮겠다는 마음이 들어서 그렇게 했다. 그게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Q. 황동만 역의 구교환은 어떤 배우였나?
“그냥 황동만이 항상 현장에 와 있는 느낌이었다. 구교환 배우가 현장에 나타나면 동만이의 기운이 들어왔다. 자리를 돌아다니기만 해도 동만이 같았다. 저런 느낌을 주려면 스스로 얼마나 고민을 했을까 싶었다. 구교환은 황동만 자체였다. 그런 좋은 느낌을 받으니 서로가 마음이 열렸다. 서로 믿음이란 단어를 깔고 연기를 하다 보니 더 자유로워졌다. 마음이 편했다. 황동만 캐릭터가 이미 구축됐으니 든든했다. 둘 다 헤매면 어려웠을 텐데 구교환이 버팀목이 됐다.”

“강말금 배우를 떠올리면 구교환 배우와 마찬가지로 든든함이 가장 크게 떠오른다. 고혜진 옆에 있으니까 내 잘못이나 실수가 괜찮을 거 같은 느낌인 거다. 극 중 고혜진이 박경세를 뿅망치로 때리는 장면이 있다. 대본으로 봤을 땐 부부의 '귀여운 혼남'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현장에서 맞을 때는 여러 감정이 들더라. 웃긴 장면으로 생각했는데 둘의 오래된 장난 같으면서도 약간 슬프기도 했다. 여러 겹의 감정이 쌓였다. 리허설 때부터 다양한 감정이 느껴져서 '왜 이렇게 슬픈 느낌이 나지?'이런 생각을 했다.”
Q. '러블리 지질남'이라는 수식어를 얻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모든 수식어는 항상 감사하다. 박경세는 행동과 대사에 지질함이 묻어 있는 캐릭터였다. 잘못된 판단, 행동을 하다 가도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다.”
Q. 또 다른 히트작인 KBS 2TV '동백꽃 필 무렵'에 이어 '모자무싸'까지 차영훈 감독과 함께 했다. 차 감독과의 작업은 어떤가.
“전 오히려 차 감독님을 보면서 도움을 받았다. '동백꽃 필 무렵' 끝날 즈음 차영훈 감독님한테서 내가 연기한 노규태를 봤다. 쫑파티 때 다들 신나 하는데 차 감독님은 신남과 벅참으로 엄청 우셨다. 그게 노규태 같았다. 그렇게 진두지휘하시던 분이 구석에서 아기처럼 우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그래서 '조금 더 이걸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싶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결의 캐릭터를 만났는데 차 감독님한테 박경세 모습이 있다. 현존하는 경세가 있어서 차영훈 감독님이 든든했다.(웃음)”
Q. 든든한 파트너들을 많이 만났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본인은 '든든한 파트너'가 됐나?
“전화 찬스로 동료들한테 물어보고 오면 안 되겠나.(웃음)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래서 사실은 연기할 때 수면 아래에서 발을 엄청 젓고 있다. 특히나 초반에 작품 들어갈 때 캐릭터 만나러 가는 과정에서는 '이게 맞나?', '저게 맞나?' 하면서 스스로 의심하고 검증하면서 엄청나게 노력한다. 든든한 파트너가 되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하는 거다.”
Q. 영화감독 캐릭터를 위해 모델을 삼은 사람이 있나?
“따로 그렇게 누구를 떠올리진 않는다. 2017년 영화 '조작된 도시'에서 악역을 했는데, 지문 안에 '아이처럼 신나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그 지문을 보면서 히딩크 감독님이 골이 터질 때마다 아이처럼 뛰며 좋아하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식으로 한 인물을 좇기보다는 강렬한 장면마다 다양한 이미지를 떠올리는 편이다.”

“제 자산 중의 하나가 긍정적인 사고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뭘 고민을 해서 해결책이 생기면 기꺼이 그러겠지만, 내 힘으로 어떻게 안 되는 일이라면 생각의 스위치를 닫는다. 그렇게만 해도 어두운 마음이 많이 사라진다. 나한테는 그런 마음가짐이 크게 도움이 됐다.”
Q. 영화인으로서 영화 제작자들의 일상을 다룬 드라마에 공감했나?
“극 중 배경이 영화판이긴 하지만, (내용이)영화 제작까지 깊게는 안 들어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보편적인 사람의 이야기라고 봤다. 가장 속 시원했던 건 '누가 돈 벌려고 영화 만드냐, 놀려고 영화 만들지!'라는 대사였다. 꼭 영화 만드는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들은 전부 그런 마음으로 하지 않을까? 그래서 그 대사가 참 좋았다.”
Q. 극 중 박경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한 악플을 견디기 위해 산까지 오른다. 실제로는 어떤 편인가?
“그냥 한 귀로 지나가게끔 한다. 경세처럼 산에 올라가 보긴 해야겠다.(웃음) 제가 생각할 때 비판적인 의견이 나올 땐 웬만하면 흘려보내려고 한다. 그런데 타당한 비판은 참고해서 성장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려고 한다. 나에 대한 반응은 주변이나 회사에서 적나라하게 많이 보내준다.”
Q. 박해영 작가와는 처음 만났다. 어땠나.
“대본을 읽으며 한 단어, 한 단어가 귀해서 읽으면서 벅찼다. 특이했던 건 명장면, 명대사가 많은데 이 명대사만 딱 갖다 놓으면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다는 거다. 앞뒤 상황이 합쳐져야 명대사가 되더라. 당장 떠오르는 대사는 '모두가 다 늙어 죽길'이란 대사다. 내가 성공하기 위해서 아등바등하는 게 많이 없었으면 좋겠고, 안온함 속에서 괴로워서 죽지 말고, 병들어서 죽지 말고 많은 사람들이 늙어 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묵직하게 와 닿았다. 또 '영구 없다'가 이렇게 슬플 수가 있나? 그런 식으로 상황과 인물이 만나면 명대사가 된다. 그런 면에서 정말 멋진 작가님이라 생각한다. 누굴 울리거나 웃기기 위해서 달려가는 게 아니라 걸어가다 보니 '이게 왜 웃기지?' 혹은 '왜 슬프지?' 이런 생각이 드는 매력이 있다.”
Q. 대사가 쉬운 듯 보이지만 입에 잘 붙지 않을 것 같은 대사도 많다. 가장 어려웠던 대사나 장면이 있나.
“처음 보자마자 이 대본에 빠져 있던 사람으로서 대사를 오정세 말투로 옮기면 그 맛이 잘 안 살 것 같았다. 비록 말하기 어렵더라도 대본 그대로를 구현하고 싶었다. 어려웠던 대사보다는 장면이 하나 있다. 장례식장 장면에서 일반적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절을 안 했다. 그런데 생각지 못하게 바로 다음 주에 고사 지내는 장면이 있더라. 내가 장례식장 장면에서 절을 안 했으니 나름대로 종교가 있다는 설정일 텐데, 그럼 고사에서도 절을 하지 말아야 하나 싶었다. 종교에 대한 의미가 너무 커져 버리는 거다. 그때 후회했다. 괜히 그런 설정을 해서, 왜 그랬나 혼자 힘들어하며 절을 할까 말까 엄청나게 고민했다. 내가 혼자 산으로 갔네, 그런 마음이 들었다.(웃음)”
Q. 영화 '와일드 씽'의 발라드 가수 최성곤은 어떻게 탄생하게 된 건가.
“손재곤 감독님 전작들을 재미있게 봤다. 그동안 작업하고 싶었는데 좋은 기회가 됐다. '와일드 씽'은 저 나름대로 수면 아래에서 발을 저었던 캐릭터다. 감독님께 많은 제안을 했다. 헤어스타일도 긴 머리가 좋을까, 단발이 좋을까 여러 테스트를 거쳐 선택됐다. 단발은 너무 자연스러워서 긴 머리로 했다. 멧돼지 사냥꾼으로 변신했을 때는 최대한 대비가 되고 싶었다.”

“이런 반응은 예상치 못했다. 현장에서는 사실 나와의 싸움이었다. 영화 속에서는 후시 녹음 도움을 받겠지만, 현장에서는 엑스트라 분들 앞에서 노래를 해야 했다. 음정은 하나도 안 맞는데 표정은 '나는 최고야'로 불러야 했다. 그 장면만 끝나면 수치스러웠다. 극 중 나의 라이벌로 나오는 그룹 트라이앵글의 강동원, 엄태구, 박지현 씨도 다 그랬을 거다. 그러나 그들은 팀이고 나는 혼자라 홀로의 싸움을 무대에서 해야 했다. '니가 좋아' 안무는 원래 없었는데 추임새가 적당하게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여러 시도를 했더니 그런 모습이 된 거다. 최성곤 캐릭터 때문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았는데 빨대로 호흡을 연습하더라. 그래서 극 중 자동차 안에 빨대 묶음을 넣어 놓는 등의 설정을 추가했다.”
Q. 혹시 공약으로 무대에 오를 생각은 없나. 영화 성적도 기대 중인가?
“생각도 해봤는데요, 집에서 해보니 안 되겠던데요?(웃음) 홍보 차원에서 음악방송 출연 이야기도 해봤는데, 제가 노래를 잘 불렀으면 했을 텐데 그게 아니라서 오히려 실례가 되진 않을까 싶었다. 립싱크라면 모르겠지만… 연기할 땐 관객들이 즐거워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임했고, 인물을 만나는 과정에서 관객들이 즐거워하려면 진정성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무대에 대한 갈망이 큰 친구라고 봤고, 발라드 가수에서 멧돼지 사냥꾼이 되는 서사도 정말 재미있었다. 영화 성적은 기본적으로 손익분기점(BP)은 넘었으면 좋겠다.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
Q. '다작'을 하기로 유명하다. 그 원동력은 무엇인가?
“수면 아래에서 발을 막 젓고 있는 힘이다. 그 노력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많은 분이 '쉬지 않고 작품을 한다'고 표현하지만, 그 안에서 쉼을 찾아가며 작업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놀러 가는 느낌으로 나가려고 노력을 많이 한다. 그리고 일이 몰릴 때는 한꺼번에 몰려서 많이 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 같다. 캐릭터마다 구분하는 노하우는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그 작품에 빠지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Q. 22일 첫 방송한 '오십프로'로 주말 안방극장에 계속 남게 된다. '오십프로'로 보여줄 모습은 무엇인가?
“'오십프로'에 함께 출연하는 신하균, 허성태 배우와 다 인연이 있다. 신하균 배우와는 영화 '극한직업'에서, 허성태 배우는 드라마 '굿보이'에서 아주 짧게 만났다. 이번에는 셋이 길고 진하게 만나서 신나게 놀았다. 그런 만큼 시청자분들도 편한 마음으로 편안하게 즐기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
유지혜 엔터뉴스팀 기자 yu.jihye1@jtbc.co.kr
사진=프레인 TPC,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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