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LG이노텍 '반도체 기판' 정조준…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노린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이 인공지능(AI) 열풍을 타고 화려한 부활의 날갯짓을 펴고 있다. 핵심 신성장 동력인 AI용 반도체기판이 ‘효자 부품’로 거듭난데다, 전장(자동차 전기장치)·로봇용 부품 사업 등 전방위적 사업 영토 확장이 결실을 맺으면서다. 업계에선 두 회사 모두 올해 나란히 연간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실현된다면 2022년 이후 4년 만이다.
‘황금알’ 된 AI 반도체 기판
두 회사 성장의 ‘일등 공신’은 양사가 전사적으로 역량을 집중해 온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업이다. AI용 반도체와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핵심 부품으로, 기존 기판보다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AI 서버 및 가속기 시장 확대되면서 엔비디아와 AMD 같은 기존 고객사 외 구글, 브로드컴, 아마존 등 자체 AI 반도체를 만드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앞다투어 찾고 있다. 고부가 반도체 기판 수요가 폭발하면서 주문이 쏟아졌다.
삼성전기는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하면서 엔비디아와 AMD, 구글 등 빅테크를 고객사로 확보했다. 최근 베트남에 12억 달러를 투자해 대규모 FC-BGA 공장을 새로 짓으며 추가 물량에 대비하고 있다. 같은 해 첫 제품을 양산한 LG이노텍도 2년 만에 글로벌 빅테크에 PC용 FC-BGA를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고객사가 몰리며 생산 라인도 ‘풀 가동’ 중이다. 삼성전기의 올 1분기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 평균 가동률은 86%를 기록했다. 최저치를 찍은 2023년(58%) 이후 해마다 가동률을 대폭 늘리고 있다. LG이노텍도 같은 기간 반도체 제조 설비 가동률이 63.2%에서 91.8%로 수직 상승했다.
실적도 뛰고 있다. 삼성전기의 반도체 기판 사업을 책임지는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올 1분기 매출 725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5.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272억원에서 553억원으로 증가하며 두 배 이상 뛰었다. LG이노텍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1분기 매출도 43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늘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377억원에 달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모든 사업부를 통틀어 패키지솔루션사업부의 수익성이 가장 좋다”며 “반도체 기판은 공급난에 시달려도 기술적 해자가 있다 보니 다른 제품보다 ‘고마진’을 내기 수월하다”고 설명했다.
'1조 클럽' 가시권
반도체 기판 외 다른 사업들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내고 있다. 삼성전기는 산업용·전장용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에 주력하고 있다. MLCC는 초소형 축전기(커패시터)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핵심 부품이다. 올초 고성능 MLCC를 미국 우주항공 기업에 납품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20일 글로벌 대형 기업과 1조 5570억원 규모의 실리콘 커패시터 공급 계약을 맺는 등 차세대 제품 양산에도 앞장서고 있다.
LG이노텍은 ‘코퍼 포스트(Cu-Post)’ 같은 신기술을 개발하며 스마트폰용 반도체 기판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 기술은 애플이 지난해 9월 출시한 5.6㎜ 두께 초슬림폰 ‘아이폰 에어’에 쓰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실적에 힘입어 주가도 급등하고 있다. 26일 종가 기준 삼성전기의 주가는 157만 2000원으로 전일 대비 17.31% 뛰었다. LG이노텍은 23.61% 증가한 106만 8000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가 4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들어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FC-BGA 등 반도체 기판 수요가 폭증하면서 공급사들이 물량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공급자 중심’ 시장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원종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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