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진 압박’ 볼리비아 대통령 “월급 절반만 받겠다”···볼리비아 반정부 시위 한 달 가까이 이어져

로드리고 파스 볼리비아 대통령이 경제난 심화에 항의하는 반정부 시위가 확산하자 자신의 월급을 절반으로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위대는 대통령 퇴진 요구를 이어가며 행정수도 라파스에서 경찰과 충돌했다.
25일(현지시간) AFP통신·엘파이스에 따르면 파스 대통령은 이날 볼리비아 남동부 수크레 지역 연설에서 “국가를 위한 노력과 헌신의 일환으로 급여를 50%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소상공인과 대중교통 운전기사, 자영업자를 위한 세금 감면 조치도 함께 발표했다.
파스 대통령의 급여는 월 2만4000볼리비아노(약 524만원) 수준이다. 중남미 정상급 지도자들과 비교하면 낮은 편이지만 볼리비아 평균 임금의 약 8배에 달한다.
이 같은 조치는 경제난으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왔다. 이달 초 임금 인상과 토지 개혁 철회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노동조합 시위는 최근 파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로 확산했다. 시위대는 볼리비아 9개 주 가운데 6개 주 이상에서 도로를 봉쇄했고, 이로 인해 라파스와 엘알토 등 주요 도시에서는 식량·연료·의약품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파스 대통령은 에드거 모랄레스 노동부 장관을 해임하는 등 내각 개편안을 내놓았지만 시위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지난 한 주간 라파스 시위 현장에서는 시위대 최소 100명이 체포됐다.

이날도 광부·농민·공장 노동자 수천명은 “우리가 원하는 것은 그의 사임이다”, “언제? 지금 당장”이라고 외치며 라파스 시내를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가 의회 인근 경찰 저지선을 돌파하려 하면서 충돌이 벌어졌다. 경찰은 최루탄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했다.
지난주 시위에 참여했던 24세 청년이 총상을 입고 숨진 사실도 이날 확인됐다. 당국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총기 및 고무탄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시위대는 경찰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시위가 격화하자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도 파스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했다. 미성년자 인신매매 혐의로 수배 중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전날 “90일 안에 새 선거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파스 대통령은 “민주주의를 실패로 이끌고 지역적 혼란을 일으키려는 국내외 이해관계가 많다”며 모랄레스 전 대통령과 연계된 세력이 반정부 시위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파스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에서 ‘모두를 위한 자본주의’를 공약으로 내세워 19년간 이어진 사회주의 정권을 종식시켰다. 친미·중도우파 성향인 그는 볼리비아의 외화 부족을 초래한 연료 보조금을 폐지하는 등 시장경제 중심 개혁을 추진했다.
하지만 파스 행정부 출범 이후 경제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보조금 폐지 이후 휘발유 가격은 86%, 경유 가격은 163% 뛰었다. 지난달 볼리비아 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4% 올랐다. 국제통화기금은 올해 볼리비아 국내총생산이 3.3%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중남미 국가 가운데 가장 큰 감소 폭이다.
파스 대통령은 “여러 주체에게 다가가려는 노력이 부족했다”며 사회적 대화에 나설 뜻을 밝혔다. 볼리비아 정부는 오는 27일 정부·재계·시위대가 참여하는 경제사회위원회 회의를 열고 경제 관련 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최경윤 기자 ck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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