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 ESG 파수꾼 AI가 필요하다

2026. 5. 26. 17:18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책임·윤리 학습땐
리스크 체계적 관리 가능
특혜시비·이해관계 충돌 등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 줄여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최근 한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의 국내 법인이 추진한 마케팅 이벤트가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정 기념일을 전후해 진행된 이 이벤트는 '탱크데이'라는 명칭과 '책상에 탁!'이라는 슬로건을 사용했는데, 이는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 기억과 묘하게 겹쳐지며 강한 불쾌감과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기업 측의 자체 조사 결과는 "고의성을 입증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이 지점이다. 외부의 시선에서는 충분히 의심 가능한 정황이 존재함에도, 내부 시스템은 진위를 검증할 수 있는 투명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는 단순한 커뮤니케이션 실패를 넘어, 조직 운영의 근본적 한계를 드러낸다. 심지어 결재라인에 있었던 사람들조차 고의성을 부인했다 하니, 그 기업에서 책임이라는 단어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오늘날 기업 경영의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은 ESG에서, 사회적 책임(S)은 단순한 이미지 관리가 아니라 리스크 관리의 핵심 요소다.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못한 의사결정은 곧바로 기업 가치 훼손으로 이어진다. 동시에 이러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투명하게 규명하고 수정할 수 있는 능력은 거버넌스(G)의 영역이다.

이번 사례는 사회적 감수성의 결여가 결국 거버넌스의 불투명성과 결합되며, 조직이 스스로를 교정할 능력마저 상실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된다. 만약 ESG 원칙과 사회적 맥락을 충분히 학습한 인공지능이 의사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했다면, 이러한 사태를 예방할 수 있었을까. 오늘날 인공지능은 단순 자동화 도구를 넘어, 방대한 역사적·사회적 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적 리스크를 사전에 탐지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특정 캠페인 메시지가 사회적으로 어떤 의미망을 형성하는지 분석하는 것은 인간보다 더 체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영역이다.

유사한 문제는 기업을 넘어 우리 사회의 인프라 영역에서도 반복된다. 수도권의 노후 아파트 비중은 이미 60%를 넘어섰고, 일부 단지는 안전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음에도 재건축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한다. 인허가, 시공사 선정, 금융 조달 등 핵심 절차는 여전히 폐쇄적이고 비표준화된 방식에 의존하고 있다. 그 결과 특혜 시비와 이해관계 충돌, 반복되는 소송이 이어지며 사업 기간은 20년에 육박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정보의 비대칭성과 불투명성은 비용 증가와 신뢰 붕괴로 직결된다. 완공이 임박한 시점에 돌연 추가 공사비를 요구하는 업체, 시공 자재 품질에 대한 검증이 어려운 문제는 구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 기존 소유주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이유로 용적률 상향과 일반 분양 확대에 의존하는 방식이 고착화되고, 이는 다시 시장 왜곡으로 이어진다. 가구 수가 늘어나면 교통, 수도, 냉난방, 학교 등 인프라도 함께 늘어나야 하는데, 현재 공공기여, 기부채납 제도는 마땅한 답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 많은 이들을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때가 됐다. 전 과정을 인공지능 기반으로 전환하고, 모든 입찰과 자금 흐름을 온라인에서 추적 가능하게 만들며, 시공 과정과 자재 사용을 실시간으로 기록·검증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나아가 소유주와 정부가 직접 참여하는 공영형 관리 구조를 도입한다면, 이해관계의 왜곡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단순한 행정 개선이 아니라, 신뢰를 설계하는 문제다.

많은 조직은 여전히 인공지능 기반 혁신을 선언하는 데 그치고, 실제 의사결정은 기존의 위계적 구조에 의존한다. 투명성은 기술보다 구조의 문제이며, 인공지능은 그 구조를 작동하게 만드는 수단이다.

[김장현 성균관대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