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구 대비 로봇수 세계 1위…피지컬AI 핵심 데이터 싸움에 유리"

조가현 기자 2026. 5. 2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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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생산기술연구원 '2026 밸류팩처링 국제학술대회' 김주형 일리노이대 교수
김주형 UIUC 교수가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밸류팩처링 국제학술대회(ICV2026)'에서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생기원 제공

"인구 대비 로봇 수는 한국이 세계 1위입니다. 자동화가 많이 된 산업에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환경이 이미 갖춰져 있다는 뜻이죠. 자동차, 선박, 반도체처럼 확실한 강자인 분야의 데이터를 먼저 모아야 합니다."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가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밸류팩처링 국제학술대회(ICV2026)' 기조강연 후 이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와 디즈니 리서치를 거쳐 현재 UIUC에서 지능형 로봇연구실 KIMLAB을 이끌고 있는 김 교수는 피지컬 AI 시대 한국의 경쟁력이 제조업 데이터에 있다고 봤다. 

ICV2026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생기원)이 주관하는 첫 국제학술대회로 생산성 중심의 제조업에서 벗어나 경제·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새로운 제조 모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피지컬 AI란 높은 지능을 가진 AI와 실제 몸을 가진 로봇을 연결하는 기술이다. GPT 같은 대형언어모델은 지능은 뛰어나지만 몸이 없고 공장의 산업용 로봇은 몸은 있지만 지능이 낮다. 이 둘을 연결하려면 실제 로봇이 물리 세계에서 작업하며 만들어내는 데이터가 필요한데 현재 가장 부족한 부분이다. 

김 교수는 "시뮬레이션 데이터나 텍스트·영상 데이터는 만들 수 있지만 실제 로봇이 물리 세계에서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여전히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 데이터를 모으는 핵심 방법이 ‘텔레오퍼레이션’이다. 사람이 웨어러블 장치로 로봇을 직접 조종하면서 동작 데이터를 쌓는다. 이렇게 모인 데이터가 많아질수록 로봇은 스스로 같은 작업을 반복할 수 있게 된다. 

김 교수는 "고양이와 개를 구분하는 AI를 만들 때 사진에 하나하나 라벨을 붙였던 것처럼 로봇이 물건을 집어 옮기는 작업의 정답 데이터를 만드는 것이 텔레오퍼레이션"이라며 "성공한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라벨링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김주형 미국 일리노이대 어바나-샴페인(UIUC) 교수가 26일 인천 송도 컨벤시아에서 열린 '2026 밸류팩처링 국제학술대회(ICV2026)' 기조강연하고 있다. 생기원 제공

이날 강연에서는 실제 로봇이 무대에 올랐다. 박경서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교수 연구실이 KIMLAB의 오픈소스를 활용해 한 달 만에 구현한 시스템으로 사람이 웨어러블 슈트를 입고 움직이면 그 동작이 그대로 휴머노이드 로봇에 전달되는 방식이다.

김 교수 연구실이 개발한 텔레오퍼레이션 시스템 '차일드(CHILD)'는 아기띠에서 착안했다. 아기띠를 맨 어른이 움직이면 아기도 함께 따라 움직이듯 어른의 작업 공간이 아기의 작업 공간을 포함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제어가 된다는 원리다. 슈트를 착용한 사람의 상체와 하체 움직임이 로봇에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이날 시연에서는 슈트를 착용한 시연자가 움직이자 중국 유니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G1이 그 동작을 즉각 따라했다. 

문제는 텔레오퍼레이션으로 쌓은 로봇 작업 데이터의 양은 결국 인구 수에 비례한다. 인구가 많은 나라일수록 더 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쌓을 수 있어 한국이 단순한 물량 경쟁에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다. 

김 교수가 제조업 데이터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장에서 부품을 조립하고 선박을 용접하고 반도체 장비를 다루는 작업 데이터다.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가 이뤄진 현장에서 로봇이 실제로 작업하며 쌓은 데이터를 말한다.

그는 "데이터 경쟁에서 인구 수로 맞서기는 어렵다"며 "한국이 이미 잘하고 있는 제조업 현장에서 특화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 현실적인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교수는 "자동화를 위해 외부 기업을 불러 데이터를 모으게 했다가 그 데이터가 그 회사 것이 되어버리면 정말 큰 문제"라며 데이터를 누가 갖느냐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한국 로봇 연구의 위상은 국제적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로봇 분야 세계 최대 학회인 국제로봇자동화학술대회(ICRA)가 내년 5월 한국에서 열린다. 올해 7월 국제머신러닝학술대회(ICML)에 이어 작년 휴머노이드 로봇학회, 로봇 러닝 컨퍼런스까지 굵직한 학회들이 연달아 한국을 찾고 있다. 김 교수는 "이렇게 큰 학회들이 연달아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며 "한국은 규모 대비 로봇 연구를 정말 잘하고 있다"고 말했다. 

AI 도구의 확산에 대해서도 견해를 밝혔다. 김 교수는 연구실 학생이 AI 도구 사용을 꺼리며 "컨닝 같다"고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 기계공학을 전공하는 미국인 학생이었는데 그는 "나는 학생 때 컴퍼스와 자로 제도를 배웠고 대학에서 2D 캐드를 대학원에서야 3D 캐드를 배웠다"며 "그럼 그것도 컨닝이냐"고 반문했다고 했다. 도구가 바뀐 것뿐이라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특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이 도구를 못 쓰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자동화가 반드시 여유를 가져다주지는 않는다는 점도 짚었다. 1920~60년대 미국에서 세탁기와 전자레인지가 보급된 이후 가정주부의 가사노동 시간이 오히려 늘어났다는 연구가 있다. 세탁기가 생기면서 청결 기준이 높아졌고 빨래 횟수가 늘었기 때문이다.

AI 도구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코드 품질은 좋아졌지만 아낀 시간만큼 더 많은 일을 하게 되면서 결국 일하는 시간은 늘어났다. 김 교수는 "3시간 걸리던 일이 30분 만에 끝난다고 해서 쉴 수 있게 되는 게 아니다"라며 "AI 도구를 많이 쓰는 연구자들이 다들 일이 훨씬 더 늘었다고 말한다"고 전했다.

김 교수 연구실의 로봇 시스템은 모두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다. 그는 "만들어놓은 것을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이 좋다"며 "데이터 수집과 피지컬 AI 발전을 위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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