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체’ 연상호 “진화한 좀비와 퇴화한 인간 통해 ‘인간다움’ 탐구”

“집단지성이 과연 절대적으로 좋은 것인가에 대한 불편함이 있었습니다. 개별성이 점차 사라지는 감각을 당대의 잠재적 공포가 담긴 존재인 좀비를 통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개봉 5일 만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한 영화 ‘군체’를 연출한 연상호 감독은 26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좀비’를 꺼내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그는 “좀비의 진화와 인간의 퇴화를 통해 진정한 인간다움에 대해 탐구하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군체’는 서울 도심 한복판의 한 빌딩에서 생물학적 감염 사태가 벌어지고, 건물 안 사람들이 빠르게 좀비로 변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영화 속 좀비들은 서로 연결돼 집단지성을 공유하며 진화하는 새로운 형태의 존재로 등장한다. 비주얼과 움직임 모두 기존 좀비물과 다른 신선한 충격을 안긴다는 평가다. 감염자들이 동시에 고개를 들어 올리거나 일제히 방향을 바꾸는 장면은 하나의 네트워크에 연결된 듯한 섬뜩함을 자아낸다.



2016년 첫 상업영화 연출작인 ‘부산행’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단숨에 스타 반열에 오른 연 감독은 수많은 작품에서 좀비와 기괴한 크리처를 통해 동시대의 공포와 불안을 그려왔다. 연 감독에게 좀비는 어떤 의미일까. 그는 “사회 현상을 장르적 우화로 풀어낼 때 당대의 잠재적 공포가 담긴 좀비가 떠오른다”며 “그 공포가 형상화되고 장르적 재미까지 더해질 때 굉장히 매력적인 소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군체’는 인공지능(AI)과 집단지성이 집단적 사고로 변질되며 획일화돼 가는 시대에 대한 우화로 가득하다. 효율과 연결을 앞세운 사회 속에서 개별성과 다양성이 사라져가는 현실을 좀비 군체라는 이미지로 풀어낸 셈이다. 연 감독은 “‘부산행’이 가족 드라마와 감정의 힘으로 움직였다면 ‘군체’는 훨씬 장르적이고 시스템적인 공포에 가깝다”며 “AI, 정보, 집단 의식 같은 현대적 불안이 영화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연 감독이 ‘군체’를 통해 드러낸 좀비는 단순한 감염체가 아니다. 연결과 효율 속에서 점점 개별성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의 초상이다.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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