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72년 만에 돌아온 ‘불탄 어진’…철종 초상 부산박물관 전시

노형석 기자 2026. 5. 2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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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7일부터 특별전 ‘만세에 전하노니’
국가 지정 보물인 ‘철종 어진’. 1954년 부산 용두산 대화재 당시 불타면서 화폭의 3분의 2만 남았다. 국가유산청 제공

한국전쟁이 끝나고 1년여 지난 1954년 12월26일 새벽 부산 용두산 동남쪽 기슭 피난민 동네에서 큰불이 났다. 한 판잣집 안에서 켜둔 촛불이 마룻바닥에 떨어져 불길이 붙으면서 비롯된 화재는 강풍을 타고 순식간에 판잣집들을 집어삼켰다. 화마는 인근 동광동2가 국립국악원 창고로도 번졌다. 전란을 피해 임시 보관했던 조선왕조 역대 임금들의 초상화 어진과 각종 고악기 유물, 악보, 고문서 등 문화유산 3천여점이 삽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가장 존귀한 유물로 꼽혔던 어진은 영조의 것만 온전했고, 얼굴과 몸체 일부만 남은 철종, 순조, 원종(인조 부친으로 추존왕)의 어진 외엔 대부분 소실돼버렸다.

당시 참화로 화폭의 3분의 1이 불탄 철종 임금(재위 1849~1864)의 초상화가 72년 만에 부산에 온다. 부산박물관은 오는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를 맞아 7월7일~8월30일 국립고궁박물관과 공동 주최하는 조선왕조의 기록문화·궁중예술 특별전 ‘만세에 전하노니’의 대표 유물로 철종의 불탄 어진을 영조 어진, 일월오봉도와 함께 선보일 예정이라고 26일 밝혔다.

철종 어진은 세로 길이 2m가 넘고 가로 길이도 약 1m에 이르는, 현전하는 어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초상화다. 철종 임금이 재위 12년을 맞던 1861년 이한철, 조중묵, 백은배 등 궁중화원들이 협업해 만들었다.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역대 조선 임금의 어진을 보관했던 서울 창덕궁 신선원전에 봉안됐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부산으로 옮겨졌다. 1954년 12월 부산 용두산 대화재 때 화면 오른쪽 3분의 2만 남기고 소실된 뒤 1987년 일부를 복원한 비운의 그림이다. 현재 전하는 조선 왕들의 어진은 주로 왕실예복 곤룡포를 입은 모습이지만, 이 작품만 진홍색 소매의 군복 위에 흑빛 전복을 입고 전립 모자를 쓴 차림새를 보여준다는 점이 독특하다. 화려한 색상과 선염으로 군복을 묘사했는데, 문양의 세밀한 묘사력이 돋보인다.

이번 전시에는 이와 함께 조선 후기 왕조 실록을 봉안한 4대산(오대산, 태백산, 적상산, 정족산) 사고본의 실록 실물이 국가기록원과 서울대 규장각의 협조로 역대 처음 한자리에 모여 선보이게 된다. 세계 기록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실 기록 문서인 의궤류와 조선과 일본을 오간 조선통신사 사행 관련 그림들도 출품될 예정이다.

정은우 부산박물관 관장은 “지난해 세계유산위원회의 부산 유치가 확정된 뒤 부산박물관·국립고궁박물관이 함께 준비해온 기념 특별전 성격으로, 세계유산위원회 개최를 상징하는 전시 행사”라며 “각각 660㎡(200평)에 달하는 박물관의 기획실과 수집실 전관에 1~3부로 나눠 조선왕조 기록물과 문화예술의 정수를 소개하는 전례 없는 기획”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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