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장기전세 ‘만기 폭탄’… 입주민들 “재계약·분양전환 해달라”
분양 가구에 “대책위 함께 만들자” 연대 호소
여론은 부정적…“돈 모아 자립 않고 적반하장”

오는 2027년부터 서울시 장기전세주택 만기가 본격 도래하면서 입주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20년 가까이 거주해 온 입주민들이 재계약 보장과 분양 전환 기회 부여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반면 일각에선 “애초에 정해진 계약 조건이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아 논란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장기전세주택은 지난 2007년 서울시가 전세시장 안정을 위해 도입한 공공임대주택이다. 주변 시세의 약 20~30% 수준 보증금으로 최장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서울시는 만기 이후 회수 물량을 신혼부부 등을 위한 ‘미리 내 집’ 형태로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세워왔다. 2027~2031년 연평균 400가구씩, 총 2000가구를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26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 입주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안내문이 확산했다. 서울 강동구 강일리버파크·강일리엔파크 장기전세 입주민들이 지난 24일 작성한 문건으로, 장기전세 만기 이후 대책 마련을 위한 공동 대응을 제안하는 내용이 담겼다.
강일리버파크는 1~11단지 총 6756가구 규모 대단지이며 일부가 장기전세 물량으로 공급됐다. 인근 강일리엔파크 역시 7048가구 규모다. 입주민들은 안내문에서 “저희는 임대 거지가 아닌, 같은 동 대표를 뽑고 아이를 함께 키운 20년 이웃”이라며 “‘강일동 장기전세시프트 대책위원회’를 분양·전세 동 대표가 함께 만들자”고 했다.
이들이 서울시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에 요구한 핵심 내용은 네 가지다. ▲무주택 실수요자에 대한 재계약 보장 ▲20년 거주자를 대상으로 한 분양 전환 기회 제공 ▲저리 이주 대출 및 공공전세 연계 지원 ▲신규 정책 수립 과정에서 입주민 참여 보장 등이다. 특히 재계약 시 보증금을 시세의 80% 수준까지 현실화하는 대신 계속 거주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입주민들은 “2007~2009년 당시 서울시가 ‘시세 20%대 보증금으로 20년 안정 거주’를 약속했고 이를 믿고 강일동에 정착했다”고 주장한다. 이어 “2027년 만기가 되면 현재 시세 10억원 수준 주택에 사는 세대가 보증금 3억원만 돌려받고 나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동일 지역에서 전셋집을 다시 구하기도 어려운 현실”이라고 했다.
실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일리버파크 10단지 전용 84㎡는 지난 13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됐다. 입주민들은 “수백 가구가 한꺼번에 퇴거하면 지역 전세시장 불안은 물론 단지 공동화와 집값 하락까지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냉담한 편이다. 소셜미디어(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20년간 시세보다 훨씬 낮은 비용으로 거주 혜택을 받았는데 추가 혜택까지 요구하는 것” “장기전세는 원래 자립을 위한 주거 사다리였지 사실상 영구 거주권이 아니었다”는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반면 정치권 일각에서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동구 등 일부 지역 정치권에서는 장기전세 거주자의 주거 안정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소속 이수희 강동구청장 후보는 ‘장기전세주택 분양 전환 및 거주 희망자 주거 안정 대책 마련’을 공약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논란은 앞으로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내년 강서구 발산지구 ‘마곡수명산파크’, 송파구 장지지구 ‘송파파인타운’을 시작으로 2028년 은평뉴타운, 2030년 상암월드컵파크, 2031년 세곡리엔파크, 2033년 서초네이처힐, 2035년 서초포레스타 등 주요 장기전세 단지들이 잇따라 만기를 맞기 때문이다.
다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분양 전환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023년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장기전세 입주민 우선매수청구권 도입 주장에 대해 “장기전세주택은 낮은 주거비로 20년간 자립 기회를 제공하는 제도”라며 “애초 취지를 훼손하는 방향은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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