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 행사’와 ‘퀴어축제’ 동시 참석하겠다는 인권위원장 [플랫]

플랫팀 기자 2026. 5. 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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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 무지개행동 등 인권사회단체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 3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오는 6월 열리는 제26회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불참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규탄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이 다음달 13일 개최될 서울퀴어퍼레이드와 ‘동성애 반대’ 행사에 함께 참여하겠다는 뜻을 22일 밝혔다. 소수자 권익을 앞장서 지켜야 하는 인권위원장이 국민 통합을 명분으로 소수자 혐오 단체 활동까지 무비판적으로 챙긴다는 비판이 나온다.

안창호 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인권위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부스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어 “인권지킴이단 운영을 통해 서울퀴어문화축제 및 ‘거룩한방파제’의 통합 국민대회 행사 관련 혐오 표현 대응과 물리적 충돌 예방 등을 위한 모니터링 활동을 펼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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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위원장은 서울퀴어문화축제와 거룩한방파제 행사를 방문하겠다며 “상대방을 존중하고 배려하며 모든 사람의 인권 신장과 국민 통합을 이루는 데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다음달 13일 서울 중구 남대문로 인근에서 열리는 ‘2026 서울퀴어문화축제’와 이에 반대해 같은 날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인근에서 시민단체 거룩한방파제 주관으로 열리는 통합 국민대회에 모두 참석하겠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은 “모든 사람의 인권은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며 “두 행사 기간 중 근거 없이 상대방 측을 비방하거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는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혐오감과 수치심을 줄 수 있는 언행은 자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이 국민 통합을 이유로 반동성애 행사에 참여한다면 논란이 예상된다. 거룩한방파제는 보수 기독교 단체 등으로 구성된 단체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반대해왔다. 안 위원장도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그는 과거 “동성애가 공산주의 혁명 수단이 된다”는 등의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2017년부터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해온 인권위가 지난해에 불참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았다. 인권위는 지난해 “퀴어축제와 퀴어축제를 반대하는 거룩한방파제 통합 국민대회가 같은 날 인권위에 지원 요청을 해 양측 행사 중 어느 한쪽만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보고 모두 불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 위원장은 당시 회의에서 “(퀴어 축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제가 알기로는 더 많다”며 “그분들의 표현의 자유도 고려해서 결정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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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전원위원회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하려던 ‘성소수자 혐오·차별 예방을 위한 퀴어문화축제 참여 추진 의결’ 안건은 결국 상정되지 못했다. 안 위원장과 인권위원 5명 등 6명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안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통해 서울퀴어문화축제와 거룩한방파제 행사 동시 참여 뜻을 밝힌 이후 약 1시간30분 동안 인권위원들 간 공방이 벌어졌다.

한석훈 비상임위원은 “특정 민간단체가 개최하는 행사 참여 여부나 방식을 전원위에서 의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안건 상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강정혜 비상임위원도 “(안 위원장의) 모두발언이 없었으면 의결하면 되지만 이미 안건에 올리기 전에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에 안건이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반면 이숙진 상임위원은 “참여 여부를 위원장이 결정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이견이 있다”며 “지난해 (서울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원위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보고 위원 5명이 안건을 공동 발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숙현 비상임위원도 “인권위 운영규칙이나 전원위 존재 취지상 위원 3명 이상이 올린 안건을 상정하지 않는 재량은 없다”며 “전원위 운영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안 위원장은 “6명 (반대) 의견에 따라 이 안건을 상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인권위원들이 공식적으로 논의를 요구한 안건이 전원위에 상정되지 못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전국공무원노조 인권위지부(인권위 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차별 시정을 담당하는 인권위원장이 차별을 조장하고 성소수자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단체에 방문한다는 것은 반인권단체를 격려하고 그들의 주장을 지지·옹호하는 행위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인권위 노조는 또 “안 위원장은 서울퀴어문화축제 공식 참여 안건 상정을 거부하고 ‘안건 상정 여부’를 별도의 표결로 부친다는 전례 없는 논리를 적용했다”며 “인권위원이 제출한 안건의 상정 여부를 언제부터 의결로 정해왔나”라고 말했다.

▼ 박채연 기자 applaud@khan.kr

플랫팀 기자 fl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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