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국 찾은 외국인 관광객 400만명↓···“트럼프 정부 향한 반감 때문”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사는 존 스튜어트는 지난 35년간 자동차 대회 ‘인디500’을 위해 매년 해온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여행을 올해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편입’ 발언과 무역 갈등, 미·이란 전쟁 등이 이어지면서 “이념적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미 CNN방송은 스튜어트와 같이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에 반감을 가진 이들이 늘면서 지난해 미국을 찾는 관광객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고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여행관광청(NTTO) 집계에 따르면 2025년 미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24년보다 400만명 감소한 6830만명으로 나타났다. 관광객이 미국에서 쓴 돈은 1844억달러(약 277조5035억원)에서 1760억달러(264조8600억원)로 84억달러 감소했다.
CNN은 “감소 폭은 팬데믹이 발생한 2020년을 제외하면 최근 20년 중 최대 규모”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컸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외국인 관광객 감소는 세계적 추세와도 어긋난다. 같은 기간 전 세계 국제 관광객 수는 8000만명 늘었지만, 이들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로 향했다. 특히 캐나다인의 감소가 두드러졌다. 2024년 캐나다인의 미국 방문 건수는 2020만이었지만 2025년 1600만으로 줄었다.
CNN은 “실망한 것은 캐나다인만이 아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합병 시도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등 동맹에 대한 태도 등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낸 외국인 관광객이 많다”고 전했다.
관광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디즈니는 최근 분기 실적 발표에서 디즈니랜드 리조트·월트디즈니 월드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 감소했으며 호텔 객실 점유율도 92%에서 89%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원인으로 미국을 찾는 해외 여행객 감소를 꼽았다.
전문가들은 관광객 감소가 경제적 손실을 넘어 미국의 소프트파워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줄리엣 카이엠 하버드 케네디스쿨 교수는 “과거 미국은 다른 나라가 본받고 싶어 하는 국가였지만 이제 그런 서사는 통용되지 않는다”며 “외국인에게 비친 미국의 현재 이미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과 범죄 증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정부”라고 말했다.
회복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이란 전쟁으로 항공유 가격이 치솟은 데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입국자 대상 비자 수수료(최소 250달러)를 신설하는 등 불안 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내달 개막하는 2026 북중미 월드컵을 위해 약 100만명이 미국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지난해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에는 부족할 것이라고 CNN은 내다봤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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