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는 미국, 대한전선은 유럽···K전선 2·3세 글로벌 영토 확장
오너 2·3세 현장경영 강화···해저케이블·HVDC 시장 선점 총력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와 데이터센터 건설 붐으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전선업계도 해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노후 전력망 교체와 재생에너지 확대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자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각 북미와 유럽을 핵심 거점으로 삼고 현지 생산 및 공급망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다.
특히 LS그룹 오너 3세인 구본규 LS전선 대표와 호반그룹 오너 2세인 김대헌 기획총괄사장이 직접 해외 현장을 누비며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업계에서는 AI 시대 핵심 병목으로 전력망 문제가 부상하면서 해저케이블·HVDC(초고압직류송전)·배전시스템 등을 보유한 국내 전선업체들이 글로벌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의 주요 수혜 업종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전력망 노후화 공략 나선 LS전선···현지화 전략 강화
LS전선은 최근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달 초 미국 버지니아주 체서피크시 LS그린링크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했다. LS그린링크는 LS전선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대규모 해저케이블 생산기지다. 회사 측에 따르면 LS전선은 미국 최대 규모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에 약 1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구 대표는 현지 정계 인사들과의 접촉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번 현장 방문에는 아비게일 스팬버거 버지니아 주지사 후보와 바비 스콧 민주당 하원의원 등이 참석했다. 구 대표는 이들에게 해저케이블 공장 건설 현황과 투자 계획 등을 직접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LS전선은 최근 미국 내 공급망 확대 기조에 맞춰 현지 생산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외에도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추진 중이다. 올해 초에는 멕시코 생산법인 LSCMX에 약 2300억원을 투자해 전력 인프라 및 모빌리티 부품 통합 생산기지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LS전선은 해당 생산기지를 미주 통합 전진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희토류 영구자석 공장 후보지로 미국을 검토하고 있으며, 고품질 구리 생산기지 역시 북미 지역을 유력하게 들여다보고 있다.
LS전선이 북미 시장에 집중하는 배경에는 AI발 전력 수요 증가가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전력망 노후화 문제 역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부(DOE) 등에 따르면 미국 송전망 상당 부분은 설치 후 수십 년이 지난 상태이며, 송전선의 약 70%가 25년 이상 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송배전망 구축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LS전선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사업들 역시 대부분 AI 인프라와 연결돼 있다. LS그린링크에서 생산될 해저케이블은 해상풍력 발전 핵심 부품으로 활용되고 LSCMX에서 생산하는 배전시스템 부품은 데이터센터 전력망과 연계된다. 희토류 영구자석은 풍력발전 터빈 핵심 소재이며 고품질 구리는 케이블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원재료다. 업계에서는 LS전선이 단순 전선 제조를 넘어 북미 전력 인프라 밸류체인 확대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럽 재생에너지 시장 정조준한 대한전선···HVDC 확대 속도
대한전선은 유럽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대헌 호반그룹 기획총괄사장도 이달 중순 덴마크와 네덜란드를 방문해 글로벌 에너지 기업 및 현지 사업 관계자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일정은 대한전선의 유럽 시장 경쟁력 확대와 글로벌 재생에너지 시장 대응 전략 점검 차원에서 추진됐다.
김 사장은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글로벌 재생에너지 전문 디벨로퍼 경영진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2027년 준공 예정인 대한전선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 건설 현황과 HVDC 해저케이블 사업 추진 상황도 공유됐다. 대한전선은 당진 해저케이블 2공장을 기반으로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 대응 역량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김 사장은 네덜란드 암스텔베인에 위치한 대한전선 유럽본부를 방문해 현지 사업 전략을 점검했다. 대한전선은 현재 덴마크·스웨덴·영국 등 유럽 주요 국가에서 사업을 진행 중이며, 유럽 내 5개 지사와 1개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유럽 시장에서 수요가 늘고 있는 해저케이블과 HVDC, 노후 전력망 교체 사업 등을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한전선은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글로벌 풍력 전시회 '윈드유럽(WindEurope) 2026'에도 참가해 HVDC 중심 해저케이블 토털 솔루션을 선보였다. 유럽은 해상풍력 확대와 친환경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해저케이블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업계에서는 대한전선이 유럽 내 재생에너지 투자 확대 흐름에 맞춰 현지 네트워크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전선업계 양강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이 각각 북미와 유럽 시장을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특히 AI 시대 전력망 부족 문제가 글로벌 산업계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해저케이블·HVDC·배전시스템 등 전력 인프라 관련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AI 시대에는 반도체뿐 아니라 안정적인 전력 공급망 확보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며 "한국 전선업체들이 글로벌 전력망 투자 확대 흐름 속에서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