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위축 속 예약 꽉 찬 강진 ‘푸소’···비결은 ‘안전망’[현장]

전남 강진군 한 어촌마을 갯벌. 지난 12일 꽃무늬 고무줄 바지에 빨간 장화를 신은 학생들이 갯벌 바위 사이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부산 해운대구 신도중학교 학생들로, 고둥을 찾던 한 학생이 중심을 잃고 휘청이자 곁에 있던 주민이 팔을 붙들었다. “거긴 미끄러우니까. 이쪽으로만 가자.”
갯벌을 누빈 지 1시간 남짓, 학생들이 든 바구니마다 고둥이 반쯤 들어찼다. 주민이 “물때가 다 됐다. 이제 나가자”고 손짓하자 곳곳에서 아쉬움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이 잡은 고둥은 그날 저녁 밥상에 올랐다.
학생들을 인솔한 정은주 신도중 교사는 “낯선 시골 환경에서도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기쁘다”며 “주민과 군청 공무원들이 학생 한 명 한 명을 세심하게 살펴봐 준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강진군 체류형 농촌체험 ‘푸소’(FU-SO)다. ‘덜어내시오’라는 전라도 방언에서 딴 이름으로, 농가에서 4~6명씩 숙식하며 농촌 감성을 경험한다. 신도중학교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3년째 수학여행으로 강진을 찾고 있다. 최근 학부모 91% 찬성으로 내년 예약도 마쳤다. 통상 매년 체험학습 목적지를 바꾸는 학교 관행상 이례적인 일이다.
다른 학교들의 사전 예약도 잇따르고 있다. 2028년까지 예약한 학교는 총 57곳(9513명)이나 된다. 올해(36개교·5247명)는 수요가 몰리는 4~6월과 10월 예약이 일찍 마감한 데 이어, 내년(19개교·3846명)과 2028년(2개교·420명) 일정도 일부 예약이 끝났다.
푸소 흥행은 최근 수학여행 등 숙박형 현장 체험학습이 위축된 교육 현장과 대비된다. 전교조가 지난달 실시한 조사를 보면, 지난 1년간 숙박형 체험학습을 운영한 학교는 53.4%에 그쳤다. 현장 체험학습 급감 이유로 응답 교사 중 89.6%는 ‘사고 시 형사책임 불안’을 호소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현장 체험학습 책임 부담 완화 대책을 주문한 바 있다.
강진군은 안전과 응급 대응을 지자체가 분담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전담팀이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체험 전 농가와 시설을 점검한 결과를 학교에 제공한다. 체험 기간에는 인솔자와 농가 단체 대화방을 통해 학생 이동 상황과 특이사항을 실시간 공유하고, 버스마다 문화관광해설사나 인솔요원을 배치한다. 지자체가 안전 관리와 사고 대응 책임을 일선 학교와 분담해 교사들의 불안을 해소한 것이다.
안전장치도 제도화했다. 강진군은 영업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지역 의료원과 24시간 진료 체계를 구축했다. 돌발상황 발생 시 군청 직원이 동행한다. 농가 운영자는 매년 20시간 이상 심폐소생술(CPR) 등 안전·위생 교육을 의무 이수해야 한다.
성과도 쌓였다. 푸소가 시작한 2015년 1931명이던 연간 체험객은 지난해 9959명으로 늘었다. 지난 10여 년간 누적 체험객은 7만9333명이나 된다. 2015년 7994만7000원이던 참여 농가 수입도 지난해 12억1962만4000원으로 늘었다. 누적 농가 수입은 77억7976만3000원으로, 참여 농가는 현재 99곳으로 증가했다.
강진군 관계자는 26일 “푸소는 관광을 넘어 사람과 지역을 연결하는 정책”이라며 “학교가 안심하고 찾을 수 있도록 계속 발전시켜 나가겠다”고 말했다.
고귀한 기자 g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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