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성과급' 합의 후폭풍 지속…DX노조 가처분·주주소송까지

강민경 2026. 5. 2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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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X 반발 속 동행노조 급팽창…법적 대응 돌입
주주단체도 소송전 예고…"영업익 연동 위법" 
계열사로 번지는 성과급 논란…"우리도 바꿔야"
사진은 수원 삼성전자 본사 모습./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 극적으로 임금협상 잠정 합의안을 도출하며 '반도체 셧다운' 위기를 넘겼지만 후폭풍은 오히려 더 거세지는 모습이다. 비(非)반도체 부문 직원 중심 노조는 법원에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을 신청, 주주단체들은 무효 확인 소송을 예고했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내부에서도 "삼성전자처럼 성과급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불만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동행노조 "민주절차 훼손"…투표 중단 요구

2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은 이날 수원지법에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 절차 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동행노조는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 중심으로 구성된 삼성전자 3대 노조다.

박재용 동행노조 위원장은 법원 앞 기자회견에서 "대표노조는 소수노조의 평등권과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았다"며 "DX 부문 조합원을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를 탐내는 것이 아니라 같은 울타리 안에서 최소한의 합리성과 형평성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의 핵심은 DS(반도체) 부문 중심으로 설계된 성과급 구조다. 삼성전자 노사는 DS 부문 사업성과의 10.5%를 특별경영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기존 OPI(초과이익성과급)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영업이익의 12% 수준이 성과급 재원으로 연결되는 구조다.

업계에서는 메모리 사업부 연봉 1억원 직원 기준 최대 6억원 안팎의 성과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적자인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역시 DS 공통 재원 배분에 따라 최소 1억6000만원 안팎의 보상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DX 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이 사실상 전부다.

이 같은 격차에 DX 부문 내부 반발은 급속도로 커졌다. 실제 동행노조 가입자는 2600여명 수준에서 하루 만에 1만3000명대로 급증했다. 초기업노조가 당초 "각 노조의 투표권을 존중하겠다"며 동행노조 측에 투표 준비를 요청했다가 이후 "공동교섭단 탈퇴 노조에는 투표권이 없다"며 입장을 바꾼 것도 갈등을 키웠다.

동행노조는 "상생과 존중을 말하던 노조가 민주적 절차를 훼손했다"며 투표 무효 확인 소송과 공정대표 의무 위반 문제 제기까지 예고했다. 삼성전자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는 오는 27일 오전 10시까지 진행된다. 투표율은 이미 90%를 넘어선 상태다.

최승호 초기업노조 삼성전자지부 위원장이 동행노조 및 전삼노에 보낸 이메일. 지난 20일 밤과 21일 오전까지만 해도 각 노조의 찬반투표 참여를 요청했으나, 21일 저녁 동행노조 배제 방침이 전달됐다./사진=동행노조 홈페이지

법적 공방은 노조를 넘어 주주 진영으로도 번지는 모습이다. 주주단체인 '대한민국 주주운동본부'는 삼성전자 노사 성과급 합의안에 대한 무효 확인 소송을 준비 중이다. 다만 우선 동행노조가 제기한 찬반투표 중지 가처분 결과를 지켜본 뒤 대응 수위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주주운동본부는 "세전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을 성과급 재원으로 연동하는 구조는 사실상 주주 배당 재원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주주총회 결의 없이 추진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를 중심으로 한 주주 결집 움직임도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삼성전자가 액트 측의 주주명부 열람·등사 청구를 수용하면서다. 주주명부는 주주의 이름·주소·보유 주식 수 등이 담긴 법적 장부로 실제 주주 구성과 지분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주주운동본부는 확보한 주주명부를 바탕으로 국내외 기관투자자와 개인주주들에게 공식 서한을 발송, 공동행동 참여를 요청할 계획이다. 액트 측은 향후 임시주주총회 소집 요건인 지분 1.5% 확보를 목표로 소액주주 결집에도 나설 방침이다.

'사업성과 10.5%' 표현에 법리 해석 촉각

다만 법조계 일각선 "실제 잠정합의문 표현 자체가 모호한 만큼 향후 주주단체의 법적 대응 역시 법원 판단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주주단체들은 이번 합의안을 사실상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실제 잠정합의문에는 '영업이익' 대신 '사업성과의 10.5%'라는 표현이 사용됐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도 "결국 어떤 기준으로 산정한다는 것이냐"는 반응이 일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잠정합의문에 '영업이익'이라는 표현은 없다"며 "사업성과를 어떤 기준으로 산정할지 가령 배당 이후 남는 재원을 의미하는 것인지, 어느 시점 기준인지 등 아직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단계에서는 규모 자체도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곧바로 위법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고 부연했다.

권 교수는 "만약 영업이익 자체를 일정 비율로 직접 연동해 성과급 재원으로 명문화할 경우에는 상법상 이익처분 문제와 연결될 소지가 있다"며 "주주총회 통제 문제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은 각종 비용과 임금 등을 모두 반영한 뒤 최종적으로 주주총회를 통해 배당 여부를 결정하는 영역인 만큼, 이를 사전에 일정 비율로 구조화할 경우 주주 통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취지다.

삼성전자 반도체 특별성과급 주요 내용./그래픽=비즈워치

한편 후폭풍은 삼성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삼성디스플레이·삼성SDI·삼성전기 등은 이미 올해 임금협상을 마무리했지만 삼성전자 DS 부문 특별경영성과급 신설 이후 내부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기 및 삼성SDI 내부에서는 "흑자를 내고도 OPI가 한 자릿수였는데 적자 사업부까지 억대 성과급을 받는 게 맞느냐"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삼성전기는 최근 OPI 산정 방식을 기존 EVA(경제적 부가가치) 기준에서 영업이익 기준으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삼성 내부 보상 체계와 노사 관계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인사·보상 체계는 통상 시차를 두고 계열사 전체로 확산해왔다"며 "이번 합의를 계기로 그룹 전반에서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와 노조 세력 결집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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