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무이’ BTS 3관왕, ‘케데헌’ 4관왕…美 3대 시상식 흔든 K-팝 [2026 AMA]
‘송 오브 더 서머’·‘베스트 남성 K팝’도 차지
캣츠아이 신인상 등 3관왕 ‘케데헌’은 4관왕
![방탄소년단이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와 ‘송 오브 더 이어’, ‘베스트 K-팝 남성 아티스트’를 수상했다. [로이터/연합]](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ned/20260526135310958rupk.jpg)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주류의 벽을 허문 것은 ‘한국적’ 정체성이었다. 미국 주류 음악계의 심장부에서 방탄소년단(BTS)의 이름이 다시 울려 퍼졌다. 이번엔 방탄소년단만의 ‘독주’는 아니었다. 한미 합작 걸그룹 캣츠아이, 넷플릭스 인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각각 3관왕, 4관왕에 오르며 K-팝의 위상을 세웠다.
방탄소년단은 25일(현지 시간)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52회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American Music Awards·이하 AMA)’에서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아티스트’를 비롯해 ‘송 오브 더 이어’, ‘베스트 K-팝 남성 아티스트’ 등 총 3개 부문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미국 대중음악계를 지탱하는 3대 시상식(그래미, 빌보드 뮤직 어워즈, AMA) 중에서도 AMA의 투표 방식은 독특하다.
이 시상식은 전 세계 대중의 직관적인 ‘팬덤 화력’을 가장 투명하게 반영한다. 팝 음악계 관계자들의 보수적 성향이 개입되는 그래미나 차트 데이터 기반의 빌보드와 달리, AMA는 지표 선정 후 수상자를 100% 전 세계 팬 투표로만 결정하기 때문이다.
이번 시상식에서 방탄소년단은 약 3년 9개월에 달하는 ‘군백기’(군 공백기)가 무색하게도 전 세계 아미(ARMY)의 단단한 결속력을 입증했다.
방탄소년단은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아티스트(Artist of the Year)’를 비롯해 ‘송 오브 더 서머(Song of the Summer)’, ‘베스트 남성 K-팝 아티스트’까지 노미네이트된 3개 부문을 통째로 들어 올렸다.
이로써 방탄소년단은 지난 2021년 아시아 최초 대상 수상 이후 4년 반 만에 통산 두 번째 대상을 품에 안으며 AMA 트로피를 총 14개로 늘렸다. 아시아 아티스트 중 이 상을 두 차례나 거머쥔 사례는 방탄소년단이 유일하다.
![방탄소년단이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와 ‘송 오브 더 이어’, ‘베스트 K-팝 남성 아티스트’를 수상했다. [AFP/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ned/20260526135311310yiqe.jpg)
주목할 점은 팬덤의 질적 확장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10대 여성 중심의 팬덤으로 출발했으나, 군백기를 거치며 방탄소년단은 남성과 중장년층까지 흡수했다. 여기에 새로 유입되는 어린 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 과거 여성 팬덤에서 시작해 전 세대의 지지를 받는 시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습이다.
리더 RM은 ‘올해의 아티스트’ 상을 받으며 무대에 올라 “아미 여러분! 저희가 또 한 번 해냈다. 멤버 전원이 군 복무를 모두 마치고 돌아와 이 귀한 상을 다시 한번 받게 되어 정말 영광”이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이 상은 100% 팬들의 투표로 결정되는 상이다. 그렇기에 저희의 가장 큰 감사와 영광은 지난 13년 동안 한결같이 저희 곁을 지켜주신 전 세계 모든 아미 여러분의 몫이다. 정말 감사드린다”며 깊은 마음을 건넸다.
방탄소년단은 컴백 앨범에서 ‘한국적 색채’를 전면에 내세웠다. 2021년 첫 대상을 안겼던 ‘버터(Butter)’가 100% 영어 가사로 서구 팝 시장의 문법을 정공법으로 따랐다면,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 3월 발표한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은 언어와 무관하게 한국적 정체성을 입고 있다.
앨범명부터 이어진 서사가 뚜렷하다. 첫 트랙 ‘보디 투 보디(Body to Body)’ 후렴구에 전통 민요 아리랑을 과감히 삽입했고, 음반 중간에는 국보 성덕대왕신종의 오묘한 종소리(No.29)만을 담아 호흡을 조절했다.
30대에 접어든 한국인 아티스트로서의 진지한 정체성 고민과 승부수가 서양의 트렌디한 사운드와 결합하자 대중도 반응했다. 이러한 시도가 신선하고 독창적인 음악으로 읽힌 것이다.
![방탄소년단이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대상 격인 ‘올해의 아티스트’와 ‘송 오브 더 이어’, ‘베스트 K-팝 남성 아티스트’를 수상했다. [AFP/연합]](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ned/20260526135311582qgvi.jpg)
시상식에서 ‘송 오브 더 서머’ 수상자로 무대에 올랐을 당시 방탄소년단은 복귀작을 준비하며 겪었던 치열한 고뇌를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RM은 “사실 이번 앨범을 만들 때 저희는 적지 않은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 가장 우리다운 음악은 과연 무엇일까’를 치열하게 고민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희가 믿었던 단 한 가지는, 우리는 끊임없이 도전해야 하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는 사실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뷔는 ‘스윔’의 노래 가사를 인용해 “어떤 상황 속에서도 낙담하지 않고 인생이라는 바다를 계속해서 헤엄쳐 나아가고 있는(keep swimming) 세상 모든 분들께, 저희의 사랑과 응원을 보낸다. 그러니 여러분, 멈추지 말고 계속 나아가세요(Keep swimming)!”라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앨범은 빌보드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서 3주 연속 1위를 차지했고, 타이틀곡 ‘스윔(SWIM)’은 통산 7번째 ‘핫 100’ 1위라는 대기록을 안겼다. 현재 라스베이거스 전역에서는 이들의 콘서트를 기념하는 오프라인 축제 ‘더 시티(THE CITY)’가 펼쳐지며 도시 전체를 보랏빛으로 물들이고 있다.
방탄소년단의 도전은 다가올 미국 빌보드 뮤직 어워즈와 여러 번 두드려도 열리지 않았던 ‘제69회 그래미 어워즈(Grammy Awards)’로 향한다. 상업적 성과와 팬덤 투표가 절대적인 AMA와 달리, 그래미는 특히나 까다롭다.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 1만 5000여 명의 깐깐한 음악적 예술성을 기준으로 삼는 가장 보수적인 시상식이다.
방탄소년단은 과거 ‘그래미 어워즈’에 ‘다이너마이트’ 등으로 3년 연속 후보에 올랐으나 고배를 마셨다. 업계에선 이번 ‘아리랑’ 앨범이 보여준 30대 아티스트로서의 묵직한 음악적 고뇌와 정체성은 그래미의 정공법적 취향과 맞닿아 있다며 긍정적 신호를 점치고 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OST를 가창한 이재와 레이 아미 [AFP/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ned/20260526135311853kbbj.jpg)
AMA는 한국 가수들에겐 미국 주류 음악계의 높은 장벽을 허물어온 ‘개척의 역사’다.
지난 2012년 싸이(PSY)가 ‘강남스타일’로 한국인 최초 ‘뉴미디어상’을 받으며 균열을 냈고, 이를 방탄소년단이 주류 영토로 확장했다. 올해 시상식에선 트와이스(TWICE)가 ‘베스트 여성 K-팝 아티스트’를 거머쥐며 탄탄한 북미 롱런 파워를 입증, K-팝의 굳건한 허리를 지탱했다.
세대교체의 주역인 신인들의 활약은 단연 주목할 만하다. 하이브와 게펜 레코즈가 제작한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는 최고 영예인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에 이어, 주류 팝 시장을 폭발적으로 뚫고 들어온 라이징 스타에게 주는 ‘브레이크스루 팝 아티스트’, ‘베스트 뮤직비디오(‘난리(Gnarly)’)’까지 3관왕을 싹쓸이했다. K-팝의 고도화된 인큐베이팅 시스템이 현지 팝 시장에서 완벽한 주류 스탠더드로 이식되었음을 증명한 순간이다.
캣츠아이 멤버들은 글로벌 팬덤 ‘아이콘(EYEKONS)’을 향해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여러분이 없었다면 저희는 이 자리에 있을 수 없었을 것”이라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
특히 캣츠아이는 이날 함께 시상식을 빛낸 대선배 방탄소년단(BTS)을 언급해 시상식장을 훈훈하게 만들었다. 멤버 소피아는 “오늘 밤, 특별히 방탄소년단 선배님들께 감사 인사를 전하고 싶다. 전 세계적인 규모로 우리의 문화를 대변할 수 있도록 저희에게 큰 영감을 주셔서 정말 감사하다”고 했다. 한국인 멤버 윤채는 “저희 역시 자부심을 가지고 우리의 문화를 계속해서 널리 알리겠다”고 밝혀 힘찬 박수를 받았다.
![캣츠아이가 2026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New Artist of the Year)’와 ‘브레이크스루 팝 아티스트(Breakthrough Pop Artist)’, ‘베스트 뮤직비디오’ 부문에서 수상했다. [AFP/연합]](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ned/20260526135312082uwjg.jpg)
다국적 멤버로 구성된 그룹답게 글로벌 음악팬들을 향한 진정성 있는 메시지도 더했다. 멤버 라라와 다니엘라는 “저희는 언제나 다양성을 축하하고, 우리의 사람들과 문화를 대변하는 것을 미션으로 삼아왔다”며 영어는 물론 타밀어(Nandri), 스페인어(Gracias) 등 다양한 언어로 전 세계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걸 해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번 AMA 최고의 파란은 ‘대중문화 콘텐츠의 결합’이 이뤄낸 쾌거였다. 넷플릭스 흥행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메인 OST ‘골든(Golden)’을 가창한 한국계 가수 군단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최고 본상 중 하나인 ‘올해의 노래(Song of the Year)’ 부문에서 현지 최대 거물인 테일러 스위프트를 꺾는 대이변을 연출했다. 이들은 ‘베스트 가창상’, ‘베스트 팝 송’, ‘베스트 사운드트랙’까지 챙기며 역시 3관왕을 완성했다. 글로벌 누적 시청 5억 회, 빌보드 8주 연속 1위라는 신드롬이 완성한 결실이다.
이재는 “(인간 세계를 위협하는 악마들을 막아내기 위해 마침내) ‘혼문을 닫았다’”며 “이 노래와 영화가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들”이라고 말했다. 레이 아미 역시 글로벌 팬덤과 가족, 음악적 여정을 함께해 준 오랜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열거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내 인생을 통째로 바꿔놓은 한 해를 선사해 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팀에게 가슴 깊이 감사하다”며 벅찬 소감을 들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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