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 제주 여성 변호사 꿈 막은 법…헌재 “개정해야”

김찬우 기자 2026. 5. 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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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시험 응시 횟수 제한 ‘병역의무’만 예외 인정
‘사실상 위헌’ 판단한 헌재 “임신·출산도 포함해야”

헌법재판소가 다수 의견으로 병역의무만 응시 제한 기간 예외로 둔 변호사시험법이 임신·출산 여성의 직업 선택 자유를 침해한다며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 냈다. 사실상 '위헌' 판단에 준하는 의견이라는 해석이다.

졸업 후 5년 내 치러야 하는 변호사시험에 있어 병역의무 기간을 예외로 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임신·출산 중이거나 계획 중인 준비생의 경우도 예외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다만,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 정족수인 6명에는 미치지 못해 기각됐다. 

제주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하고 아이를 낳은 도민 A씨는 현행법의 예외 조항이 국가가 모성보호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헌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최근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 의견으로 '헌법불합치'를 결정, A씨 주장을 일부 인정했다. 이는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인정하되 법적 공백과 사회적 혼란을 피하기 위해 입법자가 법을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토록 하는 사실상 위헌 결정이다.

재판관 5명은 위헌결정을 내릴 경우 병역의무자 예외 조항이 사라질 것을 우려, 예외 조항에 임신·출산을 추가하는 개선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헌법불합치'를 결정했다.

현재 변호사시험법에 따르면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할 경우 5년 내 5회만 응시할 수 있다. 여기서 병역의무를 이행할 경우 그 기간은 5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이 존재한다. 

여기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5명의 재판관은 예외 조항이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변호사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한 변호사시험 준비생의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나머지 재판관 4명은 "헌법에서 임신과 출산 등을 이유로 변호사시험 응시기회 예외를 보장해야 할 구체적 의무가 도출된다고 할 수 없기에 이를 규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위헌이라고 볼 수 없다"고 합헌 및 기각 의견을 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기각된 판결이지만 재판관 과반이 공동체 유지와 존속에 필수적인 국가의 모성보호 책임을 두텁게 인정하고 입법기관인 국회를 향해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점에서 의미가 있다. 
사진=헌법재판소. 

재판관 5명은 "적정 출산율과 인구는 국가 존립과 발전의 기본적 요소라는 점에서 공동체 이익과도 직결된다"며 "물론 개인 결정이니 부모가 일차적 부담을 져야하지만, 헌법에 따라 국가와 사회가 모성으로 인한 부담을 함께 분담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의 모성보호 의무는 국가공동체 유지와 존속에 필수적이라는 전제에서 구조적인 불리함을 막고 적극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까지 포함된다"며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을 통해 이를 규정하고 있는데 변호사시험법에만 없는 것은 대비된다"고 말했다. 

또 "임신·출산을 계획하거나 이행할 수 있는 시기 시험을 준비, 응시할 되는 경우 상당한 신체적, 정신적 부담을 안게 돼 정상적으로 치르기 어렵다"며 "긴 수험생활과 시험 일정은 태아의 건강에도 치명적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임신·출산으로 시험에 제대로 응시하지 못할 경우 평생 응시할 수 있는 시험 중 한 번의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라며 "이는 5회만 허용되는 점을 고려할 때 불이익이 크다. 마지막 시험과 겹칠 경우 기회를 영구히 박탈당하는 불이익을 입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들 재판관은 "시험 응시 한도 중 최소 1번을 포기하거나 임신·출산 계획을 포기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임신·출산은 객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고 시기와 종기도 분명해 예외로 인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든 변호사시험의 합격률을 전체적으로 볼 때 영향을 미칠 우려도 적다. 그렇다면 임신·출산을 예외로 인정해 기본권 침해가 최소화될 방안을 찾았어야 했다"며 "이는 침해의 최소성과 법익의 균형성에 반한다"고 직업선택 자유 침해 판단을 내렸다.

'헌법불합치'에 대해서는 "예외 조항에 대해 단순 위헌결정으로 그 효력을 즉시 상실시킨다면 병역의무 이행자에 대해서도 한도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는 법적 공백이 발생하게 된다"며 "예외 사유에 임신·출산을 추가하는 개선 입법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헌법재판소는 이 밖의 청구를 모두 각하, 또는 기각하며 A씨의 헌법소원에 대해서는 "재판관 5인이 헌법불합치 의견으로 다수이지만, 위헌결정을 위한 심판정족수에는 이르지 못해 합헌, 기각한다는 결정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