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글로벌 빅테크의 파고 넘는 K-자율주행

최근 개최된 2026 북경모터쇼는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전면에 내세워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 경쟁에 본격 돌입했다. ‘시대를 선도하고 미래를 지능화하다’라는 주제처럼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에서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이 융합한 지능형 플랫폼 산업으로 빠르게 전환 중이다.
자율주행 트렌드는 룰 기반(Rule-based)과 E2E(End-to-End)를 넘어 VLA(Vision-Language-Action)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해외 기업들은 막대한 자본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미래 생태계 선점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술 변화 주기가 짧아질수록 데이터와 연산 인프라, 대규모 투자 역량을 보유한 국가와 기업이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으며 우리 기업들의 역할 전환도 시급해지는 시점이다.
다행히 국내에서도 의미있는 변화가 시작됐다. 산업통상부가 나서 산학연 60여개 기관이 자율주행을 포함한 미래차 AI 모델·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자 참여하는 ‘AI 미래차 M.AX 얼라이언스’를 조성했다. 글로벌 빅테크들과 절대적인 투자 규모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민관 협력’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독자 기술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2월 얼라이언스는 국내 최초로 E2E 기반의 한국형 자율주행 학습모델을 공개했다. 국내 도로 환경에 최적화된 표준 모델로 기술 수준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더불어, 국내 기업들이 협력하여 미국 대륙 약 3700㎞ 구간을 자율주행 화물 운송 실증에 성공했고, 자율주행 셔틀 기술은 국가핵심기술 수출 승인을 받아 중동에 투입될 예정이다.
이제 이러한 성과가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는 거대한 흐름으로 이어지도록 한 단계 더 높은 차원의 전략적 뒷받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무엇보다 단편적 지원보다 앵커기업 중심의 패키지형 지원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핵심 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데이터, 차량 플랫폼, AI 반도체 등 핵심 요소 기술을 유기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은 AI 자율주행 데이터 수집·생성, 다양한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자)에 유연하게 적용 가능한 차량 플랫폼, 그리고 외부 시스템과의 연동을 위한 커넥티비티 등 3대 핵심기술의 전략적 R&D를 강화할 계획이다.
대기업과 중소·스타트업이 함께 성장하는 개방형 산업 생태계 조성은 필수적 요소다. 특히 스타트업이 가진 민첩하고 창의적인 기술은 산업 혁신의 핵심 동력이다.
글로벌 기업들의 공세가 막대한 자본으로 구성된 ‘올스타팀’이라면, 우리는 긴밀한 협업과 빠른 실행력을 무기로 ‘원팀(One-Team)’ 전략을 집중해야 한다.
자율주행은 특정 기업 혼자 완성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다. 차량과 소프트웨어, 인프라와 제도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비로소 상용화가 가능하다. 기업간의 기술 협력과 더불어, 정부의 규제완화, 적극적 투자지원이 유기적으로 맞물려야 글로벌 격차를 좁힐 수 있다.
우리는 위기 속에서 더 강해지는 저력을 보여왔다. 산학연이 AI 미래차 M.AX 얼라이언스라는 하나의 스크럼을 짜고 역량을 결집한다면 글로벌 자본의 파고를 넘어 미래 자율차 시장의 새로운 주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승엽 한국산업기술기획평가원 산업혁신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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