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살 차이 스승과 제자의 가야금 병창 동행…세대 초월한 전통의 '맥'

정치훈 2026. 5. 26.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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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형유산 초청공연 '7110 가야금병창 전통을 잇다 [흥보가편]' 성황리 개최
71살 문명자 명창과 10살 제자 김해영 양의 콜라보 무대
가야금병창 성전 문명자 선생과 제자 김해영 양 / 사진=본인 제공


70대가 된 무형문화재 가야금병창 스승과 10대 제자의 뜻깊은 국악 콜라보 무대가 열렸습니다.

지난 23일 광주 전통문화관 서석당에서는 가야금 선율과 함께 깊은 우리 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초청공연의 일환으로 열린 '7110 가야금병창 전통을 잇다 [흥보가편]'이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와 추임새 속에 마무리됐습니다.

국악계가 주목하는 10세 수재, 김해영 양의 '명불허전' 무대

​이번 공연은 타이틀인 '7110'이 뜻하는 바와 같이, 71세 스승의 깊은 소리길이 10세 제자에게로 이어지는 세대를 초월한 무대라는 점에서 시작 전부터 국악계의 기대를 모았습니다.

본 공연에 앞서 가야금병창의 맥을 단단히 이어가고 있는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가야금병창 이수자 송은영·김다은 씨와 사단법인 남도가야금병창진흥회 장혜윤 사무국장이 마련한 단가 '사철가'를 통해 격조 높은 연주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호흡을 선보이며 서석당의 분위기를 단숨에 압도했습니다.

이어진 무대는 광주광역시 무형유산 가야금병창 보유자인 문명자 명창과 초등학교 4학년 재학 중인 제자 김해영 양의 본격적인 '흥보가' 동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에 박시양 명고의 묵직하고 정교한 북장단이 더해지며 무대의 예술적 깊이는 한층 더 무르익었습니다.

가야금병창 성전 문명자 선생과 제자 김해영 양이 따뜻한 시선으로 마주보고 있다. / 사진=본인 제공


​이날 관객들의 시선과 관심은 단연 61년의 세월 차를 둔 어린 제자 해영 양에게 집중됐습니다. 해영 양은 유치원 시절부터 동요보다 우리 가락을 즐겨 듣던 특별한 아이였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우연히 가야금을 접한 후 본격적으로 소리꾼의 길을 걸었으며, 스승 문명자 명창을 만나 재능을 꽃피우며 최근 '제2회 K-Seoul 국가무형유산가야금산조 및 병창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거머쥔 숨은 수재입니다.

​해영 양은 이날 무대에서 ▲놀보심술대목 ▲흥보쫓겨나는대목을 시작으로 ▲중타령 ▲감개룡 ▲유색황금눈 ▲구만리 ▲흥보제비 ▲제비노정기 ▲가난타령, 그리고 하이라이트인 ▲박타는대목~얼씨구나에 이르기까지 '흥보가'의 주요 대목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자신의 기량을 고스란히 증명해 보였습니다.

​공연 관람한 관객 박수 갈채…탄성 터져 나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가야금 줄을 뜯는 야무진 손끝과 서석당을 가득 채우는 맑고 단단한 성음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자 '청출어람'의 현장이었습니다. 눈으로 읽기에도 방대한 분량의 사설을 어린 나이에 모두 외워 감정 표현까지 완벽하게 소화해 내는 모습에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객석에서 본 관람객은 "그냥 읽으라고 해도 힘들 분량인데, 저 어린 나이에 어떻게 저 많은 사설을 다 외워서 연주와 소리까지 완벽하게 해내는지 모르겠다. 단순히 외운 것을 넘어 감정 표현까지 완벽해 소름이 돋았다"고 소감을 전했습니다. 대목이 끝날 때마다 관객들은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로 화답하며 무대와 하나가 되었습니다.
행사 포스터 / 자료=사단법인 남도가야금병창진흥회 제공

가족의 묵묵한 지지와 세대를 초월한 전통의 '맥'

​무대 뒤에는 어린 딸을 묵묵히 응원하는 가족의 따뜻한 사랑도 있었습니다. 또래답게 한창 사춘기를 겪는 평범한 소녀이지만, 국악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게 가족들의 전언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명창들의 소리를 찾아 듣고 연습에 몰두하는 딸의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는 "아이의 앞길을 부모가 먼저 믿고 지지해주고 싶다"며 "해영이가 좋아하는 우리 소리를 오래도록 마음껏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예술감독으로서 이번 무대를 이끈 문명자 명창과 격조 높은 무대를 함께 만든 이수자들, 그리고 우리 소리를 진정으로 즐길 줄 아는 꼬마 예술가 김해영 양. 61년의 세월을 허물고 아름다운 우리 소리의 지평을 넓혀가는 이들의 소리길이 앞으로도 주목됩니다.

[정치훈 기자 pressjeong@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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