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4단계 결재라인 제동 못해…임직원 휴대폰 제출 거부
일부 합의자, 디자인 시안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승인
"그룹 차원 고의성 여부 판단 보류, 경찰 조사 적극 협조"

신세계그룹이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마케팅에 관여된 임직원 5명 중 3명이 휴대폰 제출을 거부하면서 고의성 여부에 대한 판단을 보류하고 경찰 조사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해당 마케팅은 커머스팀에서 제안한 것으로 팀장과 담당, 본부장, 대표이사의 보고 라인을 거쳤으나 아무런 제동 장치 없이 실행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신세계그룹은 서울 역삼동 조선팰리스 호텔에서 정용진 회장의 대국민사과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사건 발생 다음날인 19일부터 일주일간 스타벅스코리아 임직원을 대상으로 내부조사를 실시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경영총괄 부사장은 "현재까지 조사 결과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해당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수 있는 명확한 근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행사 기획에 관여된 5명 중 2명은 휴대폰을 제출했으나, 나머지 3명은 사생활 보호 등을 이유로 휴대폰을 제출하지 않아 조사에 법적·절차적 제약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사적 영역에서 모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모두에 대한 포렌식 교차검증이 필요하나, 휴대폰 제출 거부로 조사 자체가 불가했다는 것이다. 해당 직원들은 "기존 나수 텀블러 홍보 문구였던 '가방에 쏙'과 라임을 맞추는데 급급했다", "AI에 물어봤다" 등 고의성 여부를 부인하고 있다.
다만 그룹은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번 마케팅에 관여된 직원 5명을 모두 직무배제하고, 대표와 담당 임원을 해임조치했다. 아울러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려는 고의성 여부가 입증될 경우 해당 임직원을 즉시 징계조치하고, 민형사상 책임도 묻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마케팅은 스타벅스코리아 커머스팀에서 제안해 팀장, 기획담당, 전략기획본부장, 대표이사의 보고라인을 거쳤으나 기획과 승인 과정에서 단 한차례의 문제 제기조차 없었던 것이 드러났다.
그룹은 결재라인에 대한 휴대폰 및 노트북 포렌식 검증과 교차 심문을 진행했고, 해당 업무를 진행하는데 사용한 장치와 하드드라이브를 회수해 조사를 진행했다. 다만 현재까지 해당 인원들의 사전모의 등 고의성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는 없었다는 게 그룹 측 해명이다.
또한 이번 마케팅 행사 합의자 7명 중 일부는 디자인 시안이 담긴 메일의 첨부파일조차 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과거 진행되던 법무팀의 검증 프로세스도 진행되지 않았다.
신세계그룹측은 "이번 사안은 실무자의 과실을 넘어서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냈다"면서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체계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도 함께 확인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이에 고의성 여부를 불문하고, 해당 마케팅 관련자와 결재라인 전체에 대한 엄중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그룹의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룹은 온라인상 제기되고 있는 일부 의혹은 사실과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탱크 텀블러의 명칭이 계엄군의 탱크를 상징하며, 용량(503mL)이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암시한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탱크 텀블러는 해외 제조사가 제작한 텀블러로, 그 명칭은 실제 물탱크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라는 제조사의 공식 입장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용량 503mL는 당초 17온즈(oz) 용량을 mL로 환산한 것으로, 이 제품은 2023년부터 한국 뿐 아니라 호주와 태국 등에서도 판매하고 있으며 용량은 모두 동일하게 표기된다고 설명했다.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4월16일)이 세월호 참사일을 겨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행사업체 '브랜드데이' 일정에 맞춘 것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스타벅스 본사와의 콜옵션 계약과 관련해서는 "귀책사유에 따른 의무 불이행이 있을 경우에는 콜옵션이 명시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 부분은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우리측 판단이고, 미국 본사에서도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부연했다.
스타벅스 매장의 영업 상황과 관련한 질문에는 "굉장히 많은 매출 감소가 있으나 그 부분보다는 정신적 피해를 입으신 분들께 치유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날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직접 대국민사과를 진행하고 "모든 책임이 저에게 있다"며 직접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이번 일로 깊은 상처를 입은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 여러분, 박종철 열사 유가족 여러분, 광주 시민 여러분, 그리고 국민 여러분들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 드리며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코리아의 부적절한 마케팅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서 깊은 아픔과 분노를 느끼셨다는 사실을 매우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이유가 무엇이든 국민여러분의 마음에 상처 드린 것은 그 책임이 결코 가볍지 않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며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 제 잘못이다"라며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회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스타벅스 파트너와 현장 직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이분들은 고객 한분 한분을 위해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 다하고 있는 성실한 직장인일 뿐"이라면서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최유빈 머니투데이방송 MTN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