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실손 출시 3주…제도는 표준, 판매는 제각각

김효인 기자 2026. 5. 26. 11:15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신규 가입 선택지 5세대로 좁혀졌지만
취급사·판매채널 제한에 접근성 아쉬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투데이신문 김효인 기자】 5세대 실손보험이 새 표준상품으로 도입된 지 3주가량 지났지만, 판매 현장의 온도는 제도 개편 취지와 다소 거리가 있는 모양새다. 신규 가입자의 선택지는 5세대 실손 중심으로 좁혀졌지만, 정작 이를 취급하는 보험사와 판매 채널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4세대 실손을 선택할 기회가 사라진 데 이어, 남은 5세대 실손마저 비교·가입 창구가 제한된 셈이다. 비급여 관리와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정책적 필요성에도, 새 표준상품이 실제 시장에서는 표준처럼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5세대 실손보험은 지난 6일부터 생명보험사 7곳, 손해보험사 9곳 등 총 16개 보험사에서 판매되고 있다. 소비자는 보험설계사나 보험다모아, 콜센터 등을 통해 가입을 신청할 수 있다. 기존 1~4세대 실손 가입자는 본인이 가입한 보험사의 5세대 실손으로 전환할 수 있다.

다만 표준상품 도입이 곧 의무판매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가 실손보험을 취급할 경우 5세대 기준을 따라야 하지만, 상품 판매 여부와 채널 운영 방식은 각 사의 판단에 맡겨져 있다. 제도는 표준화됐지만, 판매 현장이 제각각인 배경이다.

이에 따라 5세대 실손은 출시 이후 실제 판매 환경을 함께 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가 가입 가능한 보험사와 채널을 쉽게 확인하고, 기존 상품과의 차이를 충분히 설명받을 수 있느냐가 제도 안착의 변수로 꼽힌다.

보험료 낮춘 새 실손, 선택지 더 좁아졌다

5세대 실손은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와 비급여 과잉진료 문제를 손질하기 위해 도입됐다. 급여 보장과 비급여 특약을 분리하고, 비중증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할증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보험료 부담을 낮추는 대신 일부 비급여 보장은 줄어드는 방식이다.

물론 5세대 실손을 소비자에게 불리한 상품으로만 보기는 어렵다. 금융당국이 5세대 실손을 도입한 배경에는 과잉 비급여 이용을 줄이고, 중증·필수 치료 중심으로 보장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정책적 목적이 있다. 기존 실손보험의 손해율 악화가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면서 병원을 적게 이용하는 가입자까지 부담을 떠안는 구조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비급여 이용이 많지 않은 소비자라면 5세대 전환을 통해 보험료 부담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갱신 때마다 보험료 인상 부담을 크게 느껴온 1·2세대 실손 가입자에게는 5세대 실손이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상품의 필요성과 별개로, 소비자가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느냐다. 4세대 실손 신규 판매가 종료되면서 소비자는 더 이상 4세대와 5세대를 비교해 선택하기 어렵게 됐다. 여기에 5세대 실손을 취급하는 보험사와 판매 채널마저 제한되면서, 상품 선택권에 이어 가입 접근성까지 좁아진 모습이다.

일부 보험사는 5세대 실손을 법인보험대리점, 즉 GA 채널에서 적극적으로 판매하지 않거나 전속 설계사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여러 보험사 상품을 비교 상담할 수 있다는 GA 채널의 장점이 5세대 실손에서는 제한적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온라인 채널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5세대 실손은 단순히 보험료만 비교해 고르기 어려운 상품이다. 기존 실손 가입자가 5세대로 전환할 경우 보험료뿐 아니라 보장 축소 여부, 비급여 이용 패턴, 향후 할인·할증 가능성까지 따져봐야 한다. 보장 구조가 바뀐 상품 특성상 대면 상담 수요가 여전히 남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은 제도적으로는 새 표준상품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전히 손해율과 민원 부담이 큰 상품"이라며 "상품 구조가 바뀌었다고 해서 모든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판매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낮은 수수료에 설명 부담…판매 현장도 '냉랭'

판매 현장의 반응이 뜨겁지 않은 것도 5세대 실손 확산의 변수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손해율 전망이 여전히 불확실하고, 설계사 입장에서는 수수료 대비 관리 부담이 큰 상품이기 때문이다.

실손보험은 타 보험에 비해 월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낮아 판매 수수료가 크지 않다. 반면 보험금 청구 문의, 보장 범위 확인, 계약 전환 상담 등 사후 관리 부담은 적지 않다. 여기에 5세대 실손은 비급여 이용량에 따른 할인·할증 구조가 적용되면서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할 내용도 늘었다.

한 대형 GA 소속 설계사는 "실손보험은 예전부터 수수료에 비해 관리 부담이 큰 상품이라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어려웠다"며 "5세대는 보험료가 낮아지는 대신 보장 구조가 달라지는 부분을 설명해야 해 상담 시간이 더 길어지는 편"이라고 말했다.

보험사에는 기존 1·2세대 구실손 가입자의 전환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전환이 늘면 소비자 보험료는 낮아질 수 있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보험료 수입 감소와 전환 상담 부담이 동시에 발생한다. 특히 오는 11월 전환 할인 제도가 시행되면 전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어, 보험사들이 판매 확대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5세대 실손의 과제는 상품 출시 이후 판매 현장으로 옮겨가고 있다. 비급여 관리와 보험료 부담 완화라는 정책 취지가 소비자에게 전달되려면, 실제 가입 가능한 보험사와 상담 채널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5세대 실손은 의무판매 상품이 아닌 만큼 단순히 상품을 내놓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려면 실제 상담 채널과 판매 현장에서 충분한 설명이 이뤄질 수 있는 구조를 함께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