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동대로 철근 누락, 서울시 ‘동영상 녹화’ 시스템이 잡았다

임성엽 2026. 5. 2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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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건설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화… ‘디지털 감시망’이 최종 단계서 부실 걸러내

공공건설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화… ‘디지털 감시망’이 최종 단계서 부실 걸러내

서울시의 ‘공공건설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화’ 시스템 개념도.

[대한경제=임성엽 기자]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공사 과정에서 발생한 철근 누락 시공 오류를 적발해 낼 수 있었던 결정적 원인은 서울시가 도입한 ‘공공건설공사장 동영상 기록관리 의무화’ 시스템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공사인 현대건설의 명백한 배근 오류가 일차적 원인이었지만, 감리조차 잡아내지 못한 부실을 최종 단계에서 걸러낸 것은 서울시의 촘촘한 디지털 감시망이었다는 분석이다.

26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이번 GTX-A 철근 누락 사태와 관련해 현대건설이 시공 오류를 자진 신고하게 된 배경에는 서울시의 강력한 동영상 기록ㆍ녹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다. 현행법상 시공과 품질 관리를 전적으로 책임지는 ‘책임감리제도’가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더라도, 발주처가 최종적으로 부실을 적발할 수 있도록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도입한 디지털 플랫폼 정책이 주효했다는 설명이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022년 민자사업을 포함해 투자·출연기관, 자치구가 발주한 100억원 이상의 모든 공사현장에 대해 △전경 촬영 △중요공종 촬영 △검측 촬영 △상시 촬영 등 4대 필수 촬영을 의무화했다. 특히 시공 단계에서 촬영된 영상 기록물은 서울시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영구 보존’된다.

CCTV 기록관리 의무화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는 공사 현장에서 도면과 다르게 시공되더라도 책임감리가 이를 놓치면 마지막 체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전무했다. 하지만 매 층, 주요 공정마다 돋보기식으로 촬영된 영상이 영구히 남는 구조에서는 시공사가 부실을 은폐하기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성보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기자회견을 통해 “CCTV를 통해 현장이 똑똑히 녹화돼 있기 때문에 혹여 실수로 이번처럼 철근을 누락하더라도 은폐는 불가능하다”며 “누락 시에도 시가 직접 즉시 녹화된 영상을 재생해 확인할 수 있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서울시의 ‘기둥 철근배근 검측 세부 매뉴얼’은 체계적으로 구성됐다. 기둥 철근배근 시 주철근ㆍ나선철근의 간격, 규격, 겹이음 상태뿐만 아니라 전단철근 설치 유무까지 상세히 촬영해야 한다.

특히 스타프(정밀 측정 규격자)를 세운 뒤 가슴높이(0.5m) 거리에서 줄자의 눈금이 똑똑히 보이도록 초근접 촬영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도면 오독이나 누락이 발생할 경우 영상에 고스란히 남게 된다. 콘크리트 타설 역시 반입 시험 결과 확인부터 전체 과정을 타임랩스 영상으로 첨부해야 한다.

이번에 논란이 된 현대건설의 철근 시공오류 역시 서울시 시스템 중 ‘동영상 중요공종 촬영’에 고스란히 저장돼 있었다. 시공사인 현대건설 측이 뒤늦게 오류를 인지하고 자진 신고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것도, 향후 영상 재생 등을 통해 은폐 사실이 드러날 경우 겪게 될 법적ㆍ사회적 파장이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서울시는 철근 누락 논란이 불거진 영동대로 지하공간 복합개발 3공구 시공현장의 구조 안전성에는 이상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시 발표에 따르면, 당초 이 공사 구간의 5층 기둥에 필요한 구조적 요구 하중(기준치)은 5만5092킬로뉴턴(kN)이다. 설계는 이보다 높은 5만 8600kN으로 반영됐다. 철근이 누락된 상태에서 기존 설계 산식(강도 감소 계수 일괄 적용법)을 적용하면 계산상 강도가 5만 695kN으로 떨어져 기준치에 미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가 공인한 또 다른 구조 설계 기준인 ‘재료 계수 적용법’을 적용해 복수 검증한 결과, 철근이 빠진 상태에서도 당초 2열 철근을 모두 배근했을 때와 동등한 수준인 5만 9000kN의 강도가 확보됐다. 이는 기준치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콘크리트학회 전·현직 임원과 구조기술사 등 전문가 집단의 검토를 통해 공식적으로 검증된 결과다.

서울시가 구조 안전성을 확보했음에도 보강 시공을 진행하는 이유는 설계대로 작업하지 않은 현대건설의 시공 오류가 명백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구조 안전성이 확보된 상태에서 벌어진 기술적으로 해결가능 한 사안이었기 때문에, 행정 절차상 시장이나 행정2부시장에게 별도 보고되지 않고 도시기반시설본부장(도기본) 전결로 업무를 진행했다는 설명이다.

안대희 전 도시기반시설본부장은 “도기본은 독립적으로 시공과 관련된 의사결정을 하고 공사를 하는 기관이다. 기술적으로 해결 가능한 시공 오류는 도기본 본부장 책임 하에 결정을 내린다”며 “자체 검토 결과 본청의 행정적·재정적 도움을 받을 이유가 없었고 전체 사업 일정에도 변경이 발생하지 않아, 안전 확보 후 최단 시간 내에 보강 시공 방법을 마련하도록 지시한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임성엽 기자 starlea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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