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초능력자 은채니…‘원더풀스’ 박은빈 “삐그덕거림이 우리의 매력이죠” [인터뷰]

손미정 2026. 5. 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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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은채니 役
해성시 ‘개차반’에서 순간이동 능력자로
데뷔 30주년…“캐릭터·작품 통해 성장”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새 천 년의 시작은 순탄하지 않았다. 90년대의 끝자락을 붙든 종말론이 전염병처럼 번져나가던 때였다. 마치 모두가 벼랑 끝에 선 듯 위태롭던 시절이었지만, 언제 죽을지 모르는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은채니(박은빈 분)에겐 종말조차 사치다. 그는 길 한복판에서 한껏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다짜고짜 소리친다. “나도 종말이 보고 싶다고!”

허약한 몸에 세상에 대한 불만을 가득 품고 살아온 은채니는 삐딱함 그 자체, 해성시 공식 대표 ‘개차반’이다. 그 곁에는 유일한 친구인 ‘왕호구’ 강로빈(임성재 분), 그리고 해성시청 민원실이 인정한 ‘개진상’ 손경훈(최대훈 분)이 있다. 부족함 하나만큼은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모지리 3총사’는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초능력을 얻게 된다. 그리고 그들을 지켜보는 한 사람, 완벽한 외모와 어딘가 냉랭한 분위기를 지닌 시청 공무원 이운정(차은우 분)이 있다.

지난 15일 공개된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는 각기 다른 초능력을 지닌 이들이 평화를 위협하는 빌런에 맞서 세상을 지켜내는 이야기를 담은 코믹 히어로물이다. 어딘가 부족해서 괜히 더 마음이 쓰이고, 그래서 더욱 응원하게 되는 ‘허당 히어로’들의 고군분투는 지난 25일 플릭스패트롤 집계 기준 넷플릭스 글로벌 TV쇼 4위에 오르며 전 세계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은채니 역의 박은빈 [넷플릭스 제공]

“멋있게 자유자재로 능력을 쓰는 보통의 영웅이 아니에요. 얼떨결에 쓴 능력이 사람들을 구하면서 점차 능력을 깨우쳐 나가는 사람들이죠. 그런 삐그덕거림이 ‘원더풀스’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원더풀스’의 홍일점, 은채니를 연기한 배우 박은빈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작품은 그와 유인식 감독을 필두로 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팀과의 두 번째 호흡이다. 서로를 향한 단단한 믿음으로 시작한 촬영은 액션 어드벤처에 웃음과 감동의 휴머니즘을 한 트럭 부은 ‘온기 넘치는’ 히어로물로 완성됐다.

“(제작진과) 서로 잘 알고, 이미 적응한 상태에서 시작한 촬영이라 출발선부터 달랐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유인식 감독님에 대한 믿음이 컸죠. 감독님이 꾸리신 제작팀이 잘 완성해주실 거란 기대감이 가장 컸어요.”

극 초반부 채니의 심장은 멈춘다. 이윽고 심장이 다시 뜀과 동시에 그에겐 순간이동 능력이 생긴다. 물론 할리우드 히어로물처럼 멋지게 그려지진 않는다. 오히려 채니는 순간이동을 자유자재로 쓰기보다 ‘당한다’고 보는 편이 맞다. 그렇게 손에 쥐게 된 초능력에 휘둘리면서 얼렁뚱땅 위기를 모면하고, 세상까지 구해버리는 과정은 웃기면서도 귀엽다. 박은빈은 “허공과 상호작용의 연속이었다”며 웃으며 회상했다.

“각오는 했지만, 생각보다 신체를 힘들게 써야 했던 촬영이 많았어요. 땀과 먼지로 뒤범벅돼서 대부분의 시간을 성치 못한 모습으로 보냈던 것 같아요. 보이지 않는 초능력을 연기해야 하다 보니 상상력도 많이 필요했죠.”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은채니 역의 박은빈 [넷플릭스 제공]

그런 은채니의 곁에는 괴력을 갖게 된 로빈, 접착 능력자가 된 경훈, 그리고 염력을 지닌 운정이 있다. 하루아침에 초능력자가 된 이들은 ‘능력 발동 조건’을 알아내기 위해 머리를 맞댄다. 때론 일부러 상대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거나, 뺨도 때려준다. 친구라고 봐주지 않는 눈물 나는 우정을 그려내는 과정에서 박은빈과 최대훈, 임성재, 차은우 등 4인방은 숨 쉬듯 위트 넘치는 티키타카를 쏟아낸다. 능글맞게 밀어 넣는 대사의 맛이 압권이다.

“최대훈과 임성재 배우 모두 촬영장에 올 때 준비를 많이 해오셨어요. 분명 타고난 부분도 많은데, 그에 못지않게 준비를 많이 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보고 느끼는 것이 많았죠. 두 분이서 열심히 웃음으로 대결을 펼쳐주셔서, 덕분에 웃겨야 한다는 부담도 많이 덜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원더풀스’를 이루는 멤버들의 기본값은 선함이다. 초능력을 가졌지만, 그것을 당연히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쓰려하는 이들의 여정은 편안하기 그지없다.

결전의 순간으로 향하던 중 경훈은 묻는다. “우리가 모르는 사람들 목숨까지 책임져야 하는 이유는 뭐야?” 그러자 거리를 둘러보던 채니가 답한다. “근데 다들 아는 사람들인데?” 자신들에게 개차반과 개진상, 왕호구라 손가락질했을지언정, 그럼에도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지켜봐 줬던 마을과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원더풀스’는 일생일대의 용기를 낸다.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시리즈 ‘원더풀스’ [넷플릭스 제공]

“저는 이 작품을 선하고 따뜻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한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어요. 세상을 구해낸다는 담보된 엔딩 속에서도, 조금씩 부족한 이들이 함께 연대하고, 그것을 지켜나가는 따스함이 있는 작품이죠. 히어로물이지만 여운이 많이 남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아역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 박은빈은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가끔 지나간 캐릭터들이 방에 있다가 문을 열고 나오는 느낌이에요.” 그는 수많은 작품과 캐릭터를 만나며 함께 성장했던 지난날을 곱씹으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날 때마다 인간 박은빈도 같이 성장하고 새롭게 알아가는 부분이 있어 늘 좋았어요. 서로 좋은 영향을 주고받는 느낌이랄까요. 이번에도 뭔가 주저함이 생길 때 ‘채니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하니 용기가 나더라고요. 돌진하는 캐릭터를 만나면 저도 함께 힘을 얻는 것 같아요.”

‘원더풀스’는 다음 이야기를 예고하는 듯한 엔딩으로 시즌 1을 마무리한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자연스레 시즌 2에 대한 기대감이 들 수밖에 없다. 박은빈은 시즌 2 제작을 위해서는 “보셨던 분들도 한 번 더 봐주셔야 한다”며 바람을 전했다.

“첫발을 잘 떼야 다음이 있는 것 아닐까요. 더 많은 시청자분이 봐주시고, 재미있게 보셨던 분들도 한 번 더 보셔서 또 다른 재미로 즐겨주셨으면 좋겠어요. 디테일 하나 허투루 하지 않은 작품이라고 자신합니다. 여러분도 함께 해성시민이 돼 여러 번 봐주시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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