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강제동원 나나쓰다테 갱도 붕괴 참사 재조명
한일 연구자, 관련 판화·시 작품 분석…"저항·연대로 해석해야"
![나나쓰다테 사건 기록한 판화 하나오카 사건 회고문에 수록된 판화 '나나쓰다테의 낙반'(왼쪽)과 '투쟁하는 조선인들'
[광주시립미술관 하정웅컬렉션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yonhap/20260526102714622iclh.jpg)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본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 희생자 유해 발굴 문제가 한일 간 현안으로 부상한 가운데, 또 다른 일제 강제동원 참사인 나나쓰다테 갱도 붕괴 사고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조명이 필요하다는 한일 연구자의 주장이 나왔다.
전남과학대 김정훈 교수와 일본 아키타현 역사교육협의회 차타니 주로쿠 회장은 나나쓰다테 참사 82주기를 앞두고 당시 참사를 기록한 조각가 니이 히로하루의 판화와 세배 요시오의 연작 시에 대한 분석 결과를 26일 연합뉴스에 공개했다.
1944년 5월 29일 일본 아키타현 하나오카 광산에서 발생한 이 사고는 무리한 채굴로 나나쓰다테 갱도가 붕괴해 조선인 노동자 11명과 일본인 노동자 11명 등 22명이 생매장된 참사다.
조세이 탄광 수몰 사고가 유해 발굴과 송환 문제를 계기로 다시 주목받는 것과 달리, 나나쓰다테 사고는 같은 강제동원 구조 속에서 발생한 참사임에도 국내에는 비교적 덜 알려져 왔다.
연구팀은 참사 직후 상황을 담은 판화 '나나쓰다테의 낙반'에서 한 조선인이 일본 헌병의 팔을 붙잡는 장면에 주목했다.
나나쓰다테의 낙반은 목판화집 '하나오카 이야기'에 실린 작품으로, 1951년 일본에서 출간됐다.
판화작가 니이 히로하루 등이 목판화를 새기고 시인들이 서사시를 붙인 작품집으로, 희생자 유족의 절규와 유골조차 제대로 수습되지 못한 비극을 기록했다.
나나쓰다테 낙반 판화에 묘사된 장면은 그동안 생매장된 희생자를 구조해달라는 애원으로 해석돼 왔지만, 김 교수는 당시 조선인 노동자들이 위험 작업 배치와 차별에 맞서 항의했던 기록을 함께 보면 '적극적인 저항의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조선인 노동자가 헌병의 팔을 붙드는 모습은 구조 요청인 동시에 '왜 우리를 위험한 갱도로 몰아넣었느냐'는 항의"라며 "조선인 노동자들이 수동적인 피해자에 머무르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 해석은 같은 연작에 포함된 판화 '투쟁하는 조선인들'과도 연결된다. 니이 히로하루는 이 판화에서 조선인 노동자들이 부당한 처우에 항의하며 광산 사무실로 향하는 장면을 묘사했다.
당시 현장을 시로 기록한 세배 요시오도 조선인 노동자들의 저항을 두고 "우리들은 마음속으로 손뼉쳤지, 조선인들이지만 용기가 대단해"라고 적었다.
차타니 회장은 "국가와 기업은 조선인과 일본인을 분리해 관리하려 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서로의 고통을 목격했다"며 "시와 판화는 일제 강제동원 체제가 인간 자체를 파괴한 반인륜적 구조였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저항과 일본인 노동자들의 연대 감정까지 함께 복원해야 현재성을 갖는다"며 "한일 간 공동 기억을 구축하는 것은 오늘의 관점에서 인간 존엄성을 다시 세우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과학대 일본문화연구소와 일본 민족예술연구소가 2007년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을 인연으로 김 교수와 차타니 회장은 하나오카 광산 붕괴 사고와 조선인 피해자 문제에 대한 공동연구와 심포지엄을 이어오고 있다.
![판화와 시가 실린 하나오카 이야기 판화와 시가 실린 하나오카 이야기(무명사출판·1981) 원본 속표지 [차타니 주로쿠 일본 아키타현 역사교육협의회 회장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6/yonhap/20260526102714847vsva.jpg)
pch8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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