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 머리 숙인 정용진…“모두 제 책임, 직원들은 따뜻한 시선으로 봐 달라”

박윤예 기자(yespyy@mk.co.kr) 2026. 5. 26.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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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팰리스서 대국민 사과·질의응답
“5·18 유족·광주 시민께 사죄”
신세계 “고의성 입증 근거 못 찾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서는 모습 <박윤예 기자>
26일 오전 9시 서울 강남구 조선 팰리스 기자회견장. 100여명의 기자로 가득 찬 행사장에 굳은 표정의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들어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연신 터졌다. 눈을 질끈 감은 채 입술을 굳게 다문 그는 무거운 표정으로 단상에 올라 깊이 고개를 숙인 뒤 준비해온 사과문을 읽어내려갔다. 특히 “스타벅스 현장 직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살짝 떨리기도 했다. 사과문을 읽는 도중에도 중간중간 세 차례 고개를 숙이며 거듭 사과의 뜻을 표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마케팅 논란과 관련해 처음으로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신세계그룹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 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함께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책상에 탁’ 마케팅 문구 논란 이후 정치권과 시민사회 비판이 확산된 가운데 마련됐다. 논란이 발생한 지 8일 만이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서면 사과와 함께 손정현 전 스타벅스코리아 대표 해임 조치를 발표했으나, 정 회장이 직접 공식 석상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과문을 낭독하기 전에 눈을 질끈 감고 있다. <박윤예 기자>
정 회장은 이날 “5·18 민주화운동 유가족과 광주 시민, 박종철 열사 유가족, 국민 여러분께 신세계그룹 회장으로서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어떠한 변명도 하지 않겠다. 이번 일에 대한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신세계그룹 구성원 모두 우리 사회의 역사와 희생을 기억하고 국민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고 존중하겠다”고 말했다.

또 “전국 매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스타벅스코리아 현장 직원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달라”며 “책임은 조직과 저를 포함한 경영진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의 사과를 끝이 아닌 시작으로 삼겠다”며 “내부 시스템과 리스크 관리 체계를 근본부터 다시 점검하고 사회적 책임 기준도 더욱 높이겠다”고 밝혔다.

정 회장이 사과문 낭독을 마친 뒤 기자회견장을 빠져나가자, 이어 입장한 신세계그룹 임원진은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와 후속 조치를 발표했다.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왼쪽에서 두번째) 및 신세계그룹 임원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인사하고 있다. <박윤예 기자>
이어 전상진 신세계그룹 부사장은 그룹 차원의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 부사장은 “해당 직원들과 임원진이 고의로 마케팅을 기획했다는 명확한 근거는 현재까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휴대폰 제출 거부 등으로 회사 차원의 조사에 법적·절차적 한계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마케팅에 관여한 직원 5명 전원을 직무배제하고 대표 및 담당 임원을 해임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향후 경찰 조사에서 5·18 민주화운동 폄훼 의도가 확인될 경우 해당 임직원에 대해 즉각 징계 및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조사 결과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부실한 마케팅 검증 및 리스크 관리 체계도 확인됐다. 논란이 된 행사는 팀장·담당·본부장·대표이사로 이어지는 4단계 보고 절차를 거쳤지만 어느 단계에서도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합의자는 디자인 시안 첨부파일조차 열어보지 않고 관행적으로 승인했으며, 과거 운영되던 법무 검증 프로세스도 생략된 것으로 조사됐다.

신세계그룹은 온라인상에서 확산된 일부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우선 논란이 된 ‘탱크 텀블러’ 명칭과 관련해서는 해외 제조사가 실제 물탱크에서 영감을 받아 붙인 이름이며, 국내 전용 제품이 아니라 2023년부터 호주·태국 등 해외에서도 동일한 이름과 용량으로 판매돼 왔다고 설명했다. 특히 503mL 용량 역시 특정인의 수인번호를 상징한 것이 아니라 기존 17온스(oz)를 환산한 수치라고 밝혔다.

또 미니 탱크 텀블러 출시일인 4월16일이 세월호 참사를 겨냥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신세계 측은 당초 스타벅스코리아가 4월20일을 브랜드데이 일정으로 제안했으나, 행사 업체 측 조율 과정에서 4월16일로 확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탱크 듀오 세트 할인율 21% 역시 구성품 가격 조정 과정에서 계산된 결과일 뿐,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 집단 발포일인 5월21일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전 부사장은 “이번 사안은 실무자 개인 과실을 넘어 스타벅스코리아 내부의 사회적·역사적 민감성 부재를 드러낸 사건”이라며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 체계와 내부 통제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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