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권 박탈당했다” 삼성전자 소수 노조, 법원에 가처분 신청
가처분 결과 나오기 전 투표 종료시 ‘효력 정지’ 가처분 또 낼 계획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삼성전자의 가전·모바일 등 비(非)반도체 직원으로 구성된 3대 노조 '동행(이하 동행노조)'이 26일 회사가 진행 중인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 찬반투표를 중단해 달라며 수원지법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최대 노조인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지부(이하 초기업노조)가 동행노조의 투표권을 인정하지 않은 데 따른 것으로 동행노조는 이를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동행노조는 이날 오전 8시45분 가처분을 접수하기에 앞서 수원지법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동행노조는 "지난주 잠정합의안이 체결된 뒤 초기업노조 측이 20일 찬반투표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튿날에도 재차 참여를 요청했으나 같은 날 저녁 돌연 입장을 번복해 투표권이 없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어 "초기업노조가 양해각서에 명시된 의무를 위반해 동행이 공동교섭단 참여를 종료하겠다고 통지한 적은 있으나 그 통지만으로 공동교섭단에 참여한 소수 노조를 배제하는 것은 법상 허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양측의 갈등은 공동투쟁본부(이하 공투본) 운영 과정에서 불거졌다. 동행노조는 스마트폰·가전·TV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을 중심으로 한 3대 노조로, 당초 초기업노조·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과 함께 공투본을 꾸려 사측과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DX 부문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투본을 탈퇴했고 초기업노조는 동행노조가 공투본을 탈퇴한 이상 찬반투표 권한도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동행노조는 초기업노조가 DX 부문의 결집을 우려해 소수 노조인 자신들을 의도적으로 배제했다고 보고 있다. 동행노조는 "겉으로는 투표권을 존중한다며 안심시키다가 DX 결집이 이뤄지자 기습적으로 투표권을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갈등의 바탕에는 부문 간 성과급 격차가 자리하고 있다. 잠정합의안에 따르면 디바이스솔루션(DS·반도체) 부문 직원은 연봉 1억원(세전) 기준 약 2억1000만원에서 6억원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반면, DX 부문 직원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받는 데 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DX 부문을 포함한 비메모리 구성원들은 잠정합의안에 반대하며 부결 운동을 벌이고 있다. 한때 2600여 명이던 동행노조 가입자가 1만3000여 명까지 늘어난 것도 이런 반발과 무관치 않다.
동행노조는 가처분의 시급성도 강조했다. 찬반투표가 27일 오전 10시 마감되는 만큼 그 전에 심문 기일이 잡혀야 한다는 것이다. 동행노조는 "재판 실무상 흔한 일은 아니지만 사안의 중대성과 긴급성을 고려하면 법원이 기일을 잡을 수 있다고 본다"며 "DX 부문 임직원이 5만 명을 넘는데 그 목소리를 원천 차단하는 데 대해 법원이 고려해 달라"고 했다. 아울러 동행노조는 가처분 결과가 나오기 전에 투표 절차가 종료될 경우 합의안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을 추가로 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23일부터 27일까지 노사가 마련한 2026년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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