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의 나로…쓰레기의 환생 [포토 다큐]

문재원 기자 2026. 5. 26.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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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플라스틱·비닐서 고품질 원료·기름 생산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 ‘도시유전’ 웨이브정읍
잘 버리면 잘 살아난다. 상품 라벨을 제거한 투명 페트병을 분쇄해서 만든 고순도·고품질의 ‘리퓨리움 플레이크’를 아이엠팩토리 공장 직원이 손에 담고 있다. 플레이크는 페트병을 비롯한 각종 플라스틱 용기의 재료가 된다. 화성| 문재원 기자

지구 반대편 중동전쟁으로 우리 삶이 요동쳤다. 원유 수급이 불안정하자 기름값이 폭등했고, 원유를 가열하고 정제할 때 얻어지는 물질이자 플라스틱, 합성섬유, 고무 등 화학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도 차질을 빚었다. 플라스틱 등 화학제품에 의존하던 사회는 혼란을 겪었다. 배달 용기, 농사용 비료, 쓰레기봉투, 자동차부품, 급기야 생명과 직결된 의료용 주사기까지 말이다.

어둠이 깊을수록 한 줄기 빛은 더 또렷해진다. 우리가 만든 문제 속에 찾아 헤매던 대안의 실마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지난 4월 29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수퍼빈의 공장 ‘아이엠팩토리 화성’ 작업장, 창문을 통해 들어온 햇빛이 폐페트병을 비추고 있다. 화성|문재원 기자

이번 사태는 우리에게 새삼스러운 진실 하나를 일깨웠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천덕꾸러기 취급을 하며 쉽게 쓰고 버렸던 플라스틱이 일상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는 점이다. 환경단체가 ‘탈플라스틱’을 외치지만, 당장 다른 소재로 대체할 수 없는 한계도 뚜렷하다.

수퍼빈의 AI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을 통해 전국에서 모인 폐페트병이 아이엠팩토리 화성 공장에 쌓여 있다. 화성| 문재원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를 다시 자원으로 만드는 공장 두 곳을 찾았다. 폐페트병을 인공지능(AI) 기계로 선별해 고품질 재생 원료로 만드는 회사 ‘수퍼빈’의 ‘아이엠팩토리’와 폐비닐과 양파망을 태우지 않고 열분해해 다시 나프타로 만드는 회사 ‘도시유전’의 ‘웨이브 정읍’이다.

지난 4월 29일 경기 화성시에 위치한 수퍼빈의 공장 ‘아이엠팩토리 화성’. 압축된 투명 폐페트병이 레일에 실리고 있다. 화성|문재원 기자

경기 화성에 있는 수퍼빈 아이엠팩토리 공장을 찾았다. 공장은 예상외로 깔끔했고 악취도 나지 않았다. 견학 온 학생과 방문객을 위한 자원순환 전시실도 있었다.

공장 관계자가 압축된 투명 폐페트병이 실린 레일을 작동시키고 있다. 화성|문재원 기자

작업장에는 압축된 폐페트병이 벽돌처럼 쌓여 있었다. 작업 레일에 페트병이 실리면 AI 기계가 플라스틱을 선별했다.

‘아이엠팩토리 화성’에서 공장 관계자가 AI 기반 선별 작업을 마친 폐페트병을 확인하고 있다. 화성|문재원 기자
다채로운 폐페트병 뚜껑이 재생 PET 원료로 만들어지고 있다. 화성| 문재원 기자
직원이 작업장에 떨어진 폐페트병을 모으고 있다. 화성|문재원 기자

재활용의 가장 큰 문제는 혼합 배출로 인한 오염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수퍼빈은 AI 무인회수기 ‘네프론’을 전국에 설치했다. 투명 페트병과 캔을 회수하는 자동화 기계다.

지난 5월 13일 인천 계양구의 한 대형할인점 근처에 설치된 수퍼빈의 AI 순환자원 회수로봇 ‘네프론’에 시민들이 투명 페트병을 넣고 있다. 인천| 문재원 기자
한 시민이 네프론에 폐페트병을 넣기 전 물로 내부를 헹구고 있다. 인천| 문재원 기자

네프론에 수거된 페트병은 화성과 순창의 공장으로 이동 후 고품질 재생 페트 원료인 플레이크와 펠릿으로 생산된다.

폐페트병이 재생 PET 원료 중 하나인 ‘플레이크’로 만들어졌다. 수퍼빈의 플레이크는 GRS 국제 재생 표준 인증 획득 및 환경부의 식품용 재생원료 생산 적합성 확인, 미국식품의약국(FDA), 유럽식품안정청(EFSA)가 인정하는 식품접촉물질 검사방법에 대한 평가 테스트를 완료했다. 화성| 문재원 기자

윤영준 수퍼빈 솔루션사업팀 책임은 “수퍼빈의 순환경제는 시민의 참여와 기술, 산업이 연결되어 폐기물이 다시 자원으로 돌아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6일 전북에 위치한 아이엠팩토리 순창 공장. 화성공장에서 만들어진 재생 PET 원료 ‘플레이크’가 담긴 대형 포대가 쌓여 있다. 이곳에선 플레이크를 이용해 재생 PET 원료 중 하나인 ‘펠릿’을 생산한다. 순창| 문재원 기자

식음료용 페트병은 상당 부분 나프타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재생 원료를 사용하면 나프타 공급 불안을 덜 수 있는 것은 물론, 신규 플라스틱 생산으로 인한 환경오염까지 줄일 수 있다. 다만 생산 기술과 공정에 투자가 필요하고, 단가 개선도 절실한 상황이다.

아이엠팩토리 순창에서 한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생산 시설을 살피고 있다. 순창| 문재원 기자
직원이 모니터를 통해 생산 시설을 살펴 보고 있다. 이날 이승민 아이엠팩토리 순창 매니저는 “자원 순환 등이 주는 선입견 탓에 공장을 낙후된 환경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있지만, 대부분의 공정이 AI 시스템과 자동화로 이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순창| 문재원 기자
아이엠팩토리 순창 공장에서 ‘리퓨리움 펠릿’이 만들어지고 있다. 순창| 문재원 기자

김민수 수퍼빈 수퍼아머팀 책임은 “올해부터 재생 원료 의무 사용 물량이 생기면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을 체감하나, 현재 10% 수준으로는 충분한 수요 형성이 어렵다”고 말했다. 대상 품목을 식품 용기 외 화장품 등 기타 제품까지 넓히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엠팩토리 순창 공장에서 만들어진 ‘리퓨리움 펠릿’이 대형 포대로 쏟아지고 있다. 순창| 문재원 기자
화성 공장에서 만들어진 고순도·고품질의 ‘리퓨리움 플레이크’로 만든 ‘리퓨리움 펠릿’을 아이엠팩토리 순창 공장 직원이 손에 담고 있다. ‘펠릿’은 식품용기를 포함해 섬유, 화장품 용기, 자동차 전자부품 등 다양한 시장에서 적용 가능한 고품질의 재생소재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용기 재생원료 인정서를 획득했다. 순창| 문재원 기자
‘도시유전’의 ‘웨이브정읍’
수거된 비닐과 양파망쓰레기가 ‘도시유전’의 ‘웨이브 정읍’ 공장에서 열분해 과정을 거쳐 나프타급의 재생유로 탈바꿈했다. 정읍| 문재원 기자

전북에 있는 ‘도시유전’의 ‘웨이브 정읍’ 공장을 찾았다. 농촌에서 버려진 폐비닐과 양파망을 나프타로 만드는 공장이지만 기름 냄새는 거의 나지 않았다.

지난 5월 7일 전북에 위치한 도시유전의 웨이브정읍 원물 저장시설에 농가에서 버려진 양파망이 쌓여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원물 저장시설에 폐비닐과 라면, 과자 봉지 등이 쌓여 있다. 언제나 싼값에 쉽게 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흔들리면서, 그동안 무심코 내다 버려온 것들의 무게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 정읍|문재원 기자
지난 5월 7일 전북에 위치한 도시유전의 웨이브정읍 공장에서 한 직원이 CCTV 화면과 모니터를 보며 공정을 통제하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이곳도 많은 부분이 자동화 시스템으로 통제되고 있었다.

도시유전의 웨이브정읍 공장. 폐비닐과 양파망 등을 모아둔 창고가 원물 저장시설로 명명되어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땅에 묻거나 태워 없애야 할 골칫거리인 줄만 알았던 비닐. 원물 저장시설에서 직원들이 폐비닐을 크레인으로 옮기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연간 약 7000t의 폐기물을 약 4500t 규모의 고품질 재생유로 뽑아내는 공장이다. 80% 이상 기름으로 복원하는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이물질 등이 섞여 60~70% 정도의 기름을 생산해낸다.

지난 5월 7일 웨이브정읍 원물 저장시설에서 폐비닐과 양파망 등이 자동 레일을 따라 재생유 생산시설로 옮겨지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폐비닐과 양파망 등을 재생유로 만드는 설비가 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태우지 않는 방식으로 다이옥신 배출 없이 플라스틱만 다시 원래 형태인 기름으로 복원하는 기술이다. 전자레인지 내에서 마이크로파가 음식물 분자를 흔들어 조리하듯, 특수 파동에너지가 플라스틱과 비닐에만 선택적으로 반응하는 현상을 이용한다.

폐비닐과 양파망 등이 재생유로 탈바꿈되기 위해 자동 레일에 따라 설비로 옮겨지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함동현 도시유전 본부장은 “지금 넘쳐나는 폐비닐과 폐플라스틱이 쓰레기가 아니라 다시 기름으로 복원시킬 수 있는 원재료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무심코 버리던 비닐이 결국은 ‘자원’이자 한 방울의 ‘기름’이었다. 지난 5월 14일 도시유전의 웨이브정읍. 폐비닐과 양파망 등에서 뽑아낸 재생유가 파이프에 설치된 투명 관을 통해 보이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폐비닐과 양파망 등에서 뽑아낸 재생유가 파이프에 설치된 투명 관을 통해 보이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임경택 웨이브정읍 생산관리팀 프로가 재생유 저장시설을 살펴보고 있다. 정읍|문재원 기자

폐비닐과 플라스틱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임경택 웨이브 정읍 생산관리팀 프로가 말했다. “지금은 폐기물로 분류돼서, 지역사회에 공장이 들어간다고 하면, 주민 반대나 제약이 따르지만 자원순환으로 보면 이건 소중한 원물이거든요.”

결국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 우리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가 새로운 자원으로 온전히 대우받을 때, 쓰레기통은 더 이상 버리는 곳이 아닌 새로운 원료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재원 기자 m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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