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군주의 불안, 춤·노래로 표현”
음악으로 권위 회복 꾀했던
효명세자 ‘禮樂정치’ 재조명
궁중 형식에 현대 감각 더해
66인 군무·강한 검무 돋보여

“효명이라는 인물에게서 불안한 시대 속에서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한 청년의 모습을 봤습니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의 어두운 시대 속에서 춤과 음악으로 왕권을 되살리고자 했던 효명세자가 창극 무대에서 재탄생한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국립극장 뜰아래연습장에서 국립창극단 ‘효명’ 시연회가 열렸다. 이 작품에서 작창가로 데뷔하는 ‘MZ세대 스타 소리꾼’ 유태평양은 “대본의 ‘삐거덕’거리는 의성어에서 착안해 전통적 어법보다 현대적이고 날카로운 음절의 창을 만들었다”면서 세도정치 시기 청년 군주가 느꼈을 정치적 불안감을 소리에 담았다고 설명했다.
극본을 쓴 이만희 작가는 “정치는 생존을 이어가기 위한 것이고, 예술은 생명의 빛을 발하게 하는 것”이라는 문장으로 효명의 이중성을 표현했다. 부정부패와 세도 정치로 혼란했던 18세 나이에 대리청정을 맡은 효명은, 예(禮)로 질서를 세우고 악(樂)으로 소통하는 ‘예악정치’를 통해 나라의 변혁을 꿈꿨다. 3년 만에 요절하기까지 그는 궁중정재(궁중의 의례에서 공연되는 종합예술)를 정비하고 음악으로 왕실의 권위를 회복하고자 했다.

이 작품은 효명세자에 대한 고증이나 재현을 넘어 그가 추구했던 예악정치의 감각과 시대적 충격을 무대로 풀어내는 데 집중했다. 안무를 맡은 김재덕은 효명이 만든 춘앵전, 검기무 등 궁중정재의 형식을 바탕으로 현대적 감각을 불어넣었다. “효명은 중국에서 넘어온 춤에 살짝의 구성 변화를 주어 완전한 조선 스타일을 만든 인물”이라는 김재덕의 설명처럼, 무대는 전통 속에 현대성을 녹여낸다.
국립창극단 전 단원과 국립무용단 청년단원, 현대무용단 모던테이블 단원까지 총 66명이 펼치는 군무는 궁중의 위엄과 시대적 긴장감을 동시에 표현한다. 이들은 최고 높이 3.4m의 경사진 무대 위를 끊임없이 오가며 움직인다. 궁궐과 장악원 등 다양한 공간이 교차하듯 전환되고, 반복되는 검무와 군무는 장면마다 서로 다른 리듬과 긴장을 만들어낸다. 효명 역을 맡은 김수인은 “전통 무용의 호흡과 현대 춤의 격동성을 함께 담아내는 것이 큰 도전”이라고 했다. ‘효명’은 오는 6월 23∼28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박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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